브랜드들은 왜? “Black Live Matter”를 외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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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국 전역을 뒤흔든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대형 브랜드의 마케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Black Lives Matter 운동과 같은 소셜 저스티스, 즉 사회적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으며 소비자들은 이처럼 사회적 계몽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의미 있고 고결한 행동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사회 전반에서 부조리와 부패에 맞서는 목소리가 커지는 와중에 많은 대기업과 대형 브랜드들도 이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들은 현재 많은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서로 도우며 공생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 등지에서 흑인과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게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보인다.

브랜드가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

기업들이 이념적 성향이나 사회 이슈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어떠한 이슈든 양쪽으로 갈라져 논쟁하기 마련이고 한쪽의 의견에 찬성하게 되면 반대쪽의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메시지들이 보내는 이유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대중이 느끼는 “불공평함”에 대한 해소 욕구가 임계치를 넘어서기 시작하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행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어떨까? 일례로 2018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진행한 “W” 마케팅은 대체로 사회적 정의를 상술로 이용한 우스운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맥도날드의 시그니처 “골든 아치”를 거꾸로 설치해 Woman의 “W” 모양을 표현하려 했지만 사내 여성 직원 중 일부가 최저임금보다 적은 보수를 받는다는 것이 드러나 여성들을 위한 기업 차원의 노력이 얼마나 들어갔느냐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Kenco Coffee는 온두라스의 젊은이들이 갱단에 들어가는 대신 커피 농장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Coffee VS Gangs” 마케팅 켐페인을 진행한 결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Kenco Coffee는 마케팅에서 말하는 그대로 갱단 가입률을 낮추고 온두라스의 농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외에 어떤 소셜 저스티스 마케팅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을까?

아이스크림이 정의를 외친다고?

벤앤제리(Ben and Jerry’s) 아이스크림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알려진 유명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1978년 버몬트에서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시작한 벤앤제리는 아이스크림 맛에 뻔한 이름을 붙이는 대신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름을 붙이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벤앤제리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특징은 바로 사회적 운동에 매우 활발하게 참여한다는 것이다. 벤앤제리는 처음 브랜드화됐을 때부터 기부활동과 사회발전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던 중 2000년 글로벌 소비자제 회사인 유니레버(Unilever)에 인수될 때 일부 소비자들은 벤앤제리의 사회적 참여에 관한 메시지가 희석될까 걱정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듯 벤앤제리는 2012년에 “B Corporation” 인증을 받았으며 2018년 새로 CEO로 부임한 매튜 매카티는 벤앤제리의 사회적 메시지를 두 배로 증가시키라는 지침을 제시하기도 했다.

벤앤제리는 1985년 벤앤제리 제단을 설립하면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벤앤제리 제댄은 2018년 기준으로 직원 복지와 미국 전역에 걸친 사회활동 지원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27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벤앤제리는 기부금을 통한 사회운동은 기부가 일어난 뒤 상대적으로 일시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을 깨닫고 기업자원을 사회적 메시지 전달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출시된 Justice ReMix’d와 Peacan Resist 맛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인 예시다.

벤앤제리는 새로운 맛과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를 소셜미디어 등 마케팅 활동에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과 한층 더 깊게 소통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이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우리는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를 파괴해야 한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트위터를 통해 전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반인종차별주의, 반백인우월주의의 목소리를 낸 결과 벤앤제리는 소비자들과 더 깊은 단계의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벤앤제리는 책임감 있는 지속가능성을 시행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의 주재료 중 하나인 우유를 제공하는 농장에게 친환경 제도를 도입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오랫동안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를 내었다. 소비자들도 밴앤제리 기업가치의 중심에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고 이 점 덕분에 최근 벤앤제리가 던진 사회적 정의에 대한 메시지들이 단지 최근 뉴스거리에 힘입어 이슈를 만들고자 하는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Just Do It에 이은 Don’t Do It

과감한 마케팅의 대명사인 나이키는 최근 인종차별을 겨냥한 비디오 광고를 게시해 전세계 마케터들을 놀라게 했다. 그 이유인즉 나이키의 오랜 캐치프레이즈인 “Just Do It”을 180도 비틀어 “Don’t Do It”이라고 소비자들에게 호소했기 때문이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과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되는 6월 초, 나이키 웹사이트에 짤막한 60초짜리 영상이 등장했다. 실제 영상은 없이 단지 검은 배경에 흰색 문구들이 차례대로 나타나는 이 영상은 소비자들과 마케터들 사이에서 산불같이 퍼져갔다. 인종차별과 사회적 부조리에 대해 “조용히 있지 말자”라고 외친 이 영상은 최근 나이키가 채택한 사회적 정의에 대한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때를 거슬러 올라가 2018년 나이키는 또 다른 과감한 마케팅을 통해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바로 Colin Kaepernick를 중심에 내세운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었다. Kaepernick는 NFL 프로 풋볼 선수로서 샌프란시스코 49ers에서 쿼터백으로 뛰었다. 2016년 시즌의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되기 전 미국 국가가 스타디움에서 울려 퍼질 때 Kaepernick는 관례대로 국기를 향해 서지 않고 앉아서 국가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는 유색인종에 대한 공권력의 과잉집압에 대한 시위를 목적으로 이런 행위를 했다고 보고했다. 그 뒤 다른 NFL 선수들도 그를 따라 국가 제창 시 한쪽 무릎을 꿇는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나이키의 입장에서 Colin Kaepernick를 캠페인 모델로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었다. NFL 측에서는 시청률 감소로 이어진 Kaepernick의 행동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NFL의 스폰서를 받는 나이키에게도 어느 정도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이키는 “모든 것을 잃게 되어도 신념을 가져라” 캠페인의 모토에 적합하게 캠페인을 감행했다. 심지어 나이키는 Kaepernick의 요청에 따라 Air Max 1 Quick Strike Fourth of July 운동화의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유인즉 Betsy Ross가 제작한 깃발이 운동화 디자인에 포함되었는데 이 깃발은 미국이 노예제도를 폐지하기 전에 사용됐으며 근대에 와서는 극단주의 집단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이키의 사회 정의에 대한 실제 일어나는 상황 그리고 나이키에게 당면한 딜레마와도 일맥상통했다. 나이키의 소셜 저스티스 켐패인은 임팩트가 있었고 수많은 나이키 소비자들에게 이 메시지가 공명하며 단지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써도 자리매김하게 됐다. 나이키의 Don’t Do It 켐패인도 앞선 Kaepernick 광고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나이키가 꾸준하게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메시지와 이에 대한 반응, 그리고 스포츠의 역동성을 하나의 아디덴티티로 묶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Fair Skin”은 더 이상 No

뷰티업계에도 이와 같은 소셜 저스티스 운동이 퍼지고 있다. 오랫동안 전 세계 미의 기준은 서양인들의 흰 피부, 금발 생머리였다. 20세기가 저물어가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왜 이런 서구적인 미의 기준이 모든 인종에게 적용되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이에 반해 흑인이나 아시아계, 중동계 모델들도 더 많이 노출돼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최근 소셜 저스티스 운동으로 인해 이런 <포괄성>에 대한 움직임들에도 박차가 가해졌으며 이제는 서구적인 미의 기준만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구시대적’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

한가지 예는 바로 피부미용 제품이다.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유명 스킨케어 브랜드 니베아(Nivea)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보이콧 된 적이 있다. 2017년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아부자 등지에서 한 흑인 여성이 니베아 제품을 바르면서 “피부 미백(Fairer skin)” 기능을 강조한 광고가 화근이었다. 이 광고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니베아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며 “2017년 아프리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식민지 시대의 가치관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결국 니베아는 광고를 내리게 됐으며 서아프리카 소비자들은 물론 타 지역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또한 최근 인도에서는 Unilever 제품을 홍보한 여배우들이 서구적인 미의 기준을 강조한다고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앞서 소개한 벤앤제리의 모기업이기도 한 유니레버는 인도에서 Fair & Lovely라는 스킨케어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인도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이름부터 “흰 피부여야 사랑스러운가”라며 의문을 던졌으며 피부 미백을 강조하는 피부크림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어두운 피부색에 대해 더 낮게 생각하는 인종차별주의라고 분노하고 나섰다. 이에 Fair & Lovely 브랜드 홍보대사 Priyanka Chopra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는데 불과 얼마 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해 Priyanka는 소셜 미디어에 “인종 간 전쟁을 멈추자”라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Priyanka 뿐만 아니라 다른 유명 인도 여배우들도 소셜 미디어에서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면서 피부미백 제품들을 홍보하는 이중적인 모습에 인도 소비자들은 거세게 비판을 가하고 있다. 결국 많은 인도 뷰티브랜드들은 피부미백 브랜드를 변경하거나 철회하며 소셜 저스티스 운동에 동참한다는 발표를 내게됐다.

반대로 검은 피부에 대해 차별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제품들 또한 부랴부랴 브랜드를 점검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식료품 브랜드 Quaker에서 생산하는 Aunt Jemima 시럽 라인이다. 흑인 여성인 Aunt Jemima를 모델로 쓴 Aunt Jemima 시럽은 인종차별주의적인 노예시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페키지 디자인의 흑인 여성을 빼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유명한 유제품 브랜드인 Land O Lakes도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의 그림을 페키지에서 제거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단지 최근 벌어진 이벤트에 편승해 이슈메이킹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소셜 저스티스 운동은 현재 소비자 심리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수많은 크고 작은 브랜드들이 이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설픈 메시지로 역풍 맞을 수도

이미 많은 소비자는 기업들이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최신 이슈에 편승하려는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는 인식을 한 상태에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기업들의 행보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질을 헤아리지 못한 채 무늬만 소셜 저스티스를 외치는 것은 역효과가 나기에 십상이다.

일부 브랜드들은 플로이드 추모 시위를 지지하는 문구를 올렸다가 오히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티파니앤코는 브랜드 상징색인 민트색 바탕에 ‘We are one community and we“ #BeliveInLove(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이며, 사랑의 힘을 믿는다)를 올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메시지가 약하다고 지적이었다. 더 말해달라는 요청부터 팔로우를 취소하겠다는 반응까지 더 명확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내주길 원했다. 결국 티파니앤코는 사과문과 함께 #blacklivesmatter의 헤시테그를 남겼다.

월마트 역시 시위의 본질과 동떨어진 마케팅으로 인해 역풍을 맞았다. 월마트는 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슬로건을 본떠 “All Lives Matter”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했다. 더 나아가 All Lives Matter뿐 아니라 “Blue Lives Matter(경찰들의 제복을 빗댄 슬로건)”, “Irish Lives Matter” 등 흑인이 아닌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넣은 티셔츠를 판매해 이번 시위가 말하는 흑인들에 대한 차별대우에 대한 경각심이라는 메시지를 희석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월마트는 이런 비난을 받아들여 지난 6월 30일 관련 티셔츠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역시 하나의 인격체처럼 각자의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 환경변화와 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 그리고 차별에 관심이 가치 소비를 넘어 신념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길 주저하지 않는 ‘미닝아웃(meaning-out)’ 세대들은 값을 치르더라도 자신의 소비가 작게나마 지역사회에 공헌하거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이번 시위의 특징 중 하나는 밀레니얼과 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과거 소비자처럼 브랜드 파워에 더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 그들은 윤리적인 소비 그리고 나를 표현하는 수단의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이들은 브랜드가 사회 이슈에 대해 분명하고도 진정성이 담긴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

뷰티업계도 저스티스를 외쳐야?

뷰티서플라이 업계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시위 간의 연결고리는 극명하다. 뷰티서플라이 스토어들은 흑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지역에 대부분 있으며 대부분 고객이 흑인이다. 뷰티서플라이 스토어들도 사회적 정의에 대한 목소리를 낸다면 주 고객층과 충분한 소통이 가능하며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단지 마케팅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이 느끼는 불합리에 대해 공감하고 공유할 때 진정한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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