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성공은 은행거래, 공장& 바이어 관계에 달렸다

0

30일간의 출장 일정을 그런대로 성공리에 마무리 했다. 이제 사장이 되어서 귀국 하였다. 나는 몇 가지 사업 원칙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일반 경영은 문제 없이 운영할 자신이 있었다. 제품개발이나 생산도 문제가 없었다. 제품 바이어 확보도 크게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다. 유일한 문제는 자금인데 미국과 국내 주변 인사들 그리고 금융권에서도 필요하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언질을 주었다.

1. 자금 및 거래은행 관계 

어느 경우든 방법이나 조건에 관계없이 기한을 지키는 것이 철칙이다. 쉽게 표현해서 돌려막기를 하는 일이 있어도 기한은 지켜야 한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은 특히 은행지점을 거래하게 되는데 지점장은 부임해서 보통 2년 근무하고 다른 지점장으로 바뀐다. 특별한 경우 2년을 채우지 못하기도 하고 3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지점장이 부임하면 그분이 마케팅형인지 관리형인지 노골적으로 묻곤 했다. 마케팅형 지점장이 부임하면 거래 한도도 늘리는 등 거래확대정책 수행이 편리하다. 반면 관리형인 지점장의 경우, 은행의 관리지침에 철저히 따르도록 직원에게 일러둔다. 자칫 잘못하면 한도가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언제나 관리형과 마케팅형의 지점장이 교대하게 된다. 관리형이 연속 두번 부임하면 그 지점은 실적이 확 줄어든다. 마케팅형의 경우 그 지점은 부실채권이 발생할 여지가 많아진다.

당시에는 지점장의 권한이 막강했었다. (요즘은 IMF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지점장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거의 본점에서 수치를 중점으로 결정하지만). 은행 거래는 많든 적든 항상 복수거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은행도 내가 이용만 하기보다는 기여도 해야 은행이 좋아한다. 지점의 그때 그때 사정에 따라 주거래 은행에 예금이 필요하다면 부거래 은행에서 잠시 빌려서 예금도 해주기도 한다. 기간은 문제가 안 된다. 예금으로 들어온 금액을 산출하기 때문에 오래 두지 않고 찾아서 부거래 은행에 갚으면 되고 부거래 은행이 예금 실적이든 대출 실적이든 필요할 경우 주거래 은행과 연계해서 실적을 올려 줄 수 있는 것이다. 은행과 은행이 직접 거래하기는 어렵지만 중간에 기업에서 그때 그때 사정에 따라 지점에 실적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은행이 거래를 하고 싶어 하는 고객은 돈을 자주 빌리기도 하고 예금도 하면서 약속된 기한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은행에서 기피하는 고객은 오래도록 사업을 하면서도 은행에서 돈을 빌려보지 않은 사업가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기십년 사업을 하면서도 남의 돈을 빌려보지 않았다며 자랑하는데, 은행에서 볼 때는 돈을 빌려주기에는 부적절하고 부담스런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대출을 거절 당하면 “생전 남의 돈 빌려보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한번 빌려달라는데 거절하느냐?”고 한다. 은행을 탓하지만 은행도 장사다. 다만 업종이 다른 금융업이다. “남의 돈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힘들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 하겠나? 더 힘들면 조만간 망하는 것 아닌가?” 은행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채권자는 ‘이자가 높아도 좋고, 모아서 한꺼번에 상환하겠다’는 사업가를 불량 채무자로 분류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채권자가 가장 신뢰하는 사업가는 한꺼번에 상환이 어려우니 여러 차례로 나누어서 자주 상환하겠다고 하는 사람이다. 즉, 모아서 한꺼번에 상환하겠다는 것 보다 여러 차례로 나누어서 자주 상환하겠다는 사람의 신뢰도가 높은 것이다.

2. 영업 바이어와 관계

영업은 바이어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고 시장을 보고 해야 된다. 어느 시장에 우리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데 어느 바이어를 통해서 공급하여 판매할 것인가? 바이어가 우리 제품을 구입해 갔다고 해서 판매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도 될 것인가? 나는 내가 만든 제품들이 바이어(도매)나 소매점 창고에 재고로 남아있는 경우 완전히 판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질 소비자에게 판매되었을 경우만 완전히 판매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장은 일차적으로 바이어한테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한 후 대금을 받고 선적(수출)을 하면 일차적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제품을 바이어(도매)가 구입할 때는 바이어가 혼자 쓸려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고, 소매점에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소매점도 마찬가지다. 바이어(도매)로 부터 구입하는 것은 마지막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는 본인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구입해 가지만 소매점이나 바이어는 팔릴 것이란 예측만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판매예측과 시장 실수요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영업을 하는 사람은 시장을 상세히 알아야 한다. 주문 받은 내용이나 수량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경우에는 제품 제조 작업 투입 전에 다시 바이어의 의중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공장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사람은 항상 바이어에 입장에서 또는 소매점의 입장에서 주문내용과 수요를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량 제품의 경우를 얘기해 보자. 공장은 한 달에 수만, 수십 만, 수백만 개를 제조한다. 하지만 마지막 개개 소비자는 한두개씩을 구입하기 때문에 불량 제품 구입자는 100% 불량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동일시장에서 영업을 하는 여러 바이어(도매)가 존재하는 경우 그 중 어느 바이어에 공급하는 것이 좋을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바이어의 능력,시장에서의 영향력, 공장과의 신뢰도, 그리고 도덕적 신뢰와 상도덕성까지도 감안 해야 한다.

바이어는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상징성 바이어’, ‘실익성 바이어’ 그리고 ‘부득이한 바이어’다. 공장은 매년 각 바이어별로 기여도를 산출하게 되는데 바이어별 아이템별 기여도를 산출한다. 어떤 바이어는 제조공장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서 자신들이 부담이 좀 되더라도 생산공정을 감안하여 주문하곤 한다.

어느 바이어는 시중에서 인기리에 잘 판매되는 타사 공장제품을 가져와서 카피해 달라고 하기도 한다. 특정 신제품을 1, 2차례 거래를 하다가 딜리버리나 가격 등을 문제 삼아 이를 다른 공장에 카피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신제품을 특정 공장과 함께 개발했으면서도 실제 주문은 다른 공장에 하기도 한다.

첫 개발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개발한 제품을 카피해 제조하면 납품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굴한 방법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공장은 좋은 바이어들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양자간 인간관계도 중요하지만 영업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가격도 잘 주고 주문도 많이 하고 다른 공장으로 아이템을 돌리지도 아니하는 이런 바이어를 선택한다. 그리고 공장에서 좋은 신제품이 개발이 되면 견본을 그런 바이어에게 우선 배정하는 것이다.

바이어들은 좋은 제품을 가격도 싸고 필요한 수량을 적기에 공급해 주기를 원할 것이다. 사실 어느 공장에서나 만들 수 있는 일반적인 스타일 제품이면 타 공장보다 더 경쟁력 있는 낮은 가격으로 공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타 공장에선 만들지 않거나 만들 수 없는 제품이라면 공장은 선택한 바이어들에게 상당한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 특히 인기제품으로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팔아도 잘 팔린다면 공장과 바이어 양자 승승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가발업 같은 패션산업의 메릿이며 묘미다.

나는 우리 가발업계가 패션산업의 독창성, 그 메릿과 묘미를 계속 살리면서 발전시켜 갈 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공장은 특히 신뢰할 수 있는 바이어, 공장의 발전에 기여도가 높은 바이어에게, 동업자 의식을 가지고 적극 지원해서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이어도 마찬가지다. 일방적 이익만을 취하려 하지 말고, 공장 사정도 헤아릴 때 질좋은 제품 그리고 멋진 신제품들을 안전하게 공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장과 바이어간 상호 신뢰가 구축이 되면 공장은 제조를, 판매는 바이어가 각각 자기 영역에 집중하면 될 것이다. 공장도 바이어는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신제품 개발이나 딜리버리들에 대하여 믿음이 가도록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바이어는 공장을 이용만 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공장과 바이어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어느 바이어와 거래하면 결국은 망하더라” “어느 바이어와 거래하면 공장이 돈을 벌더라”, “어느 공장 물건을 공급 받는 바이어는 크지 못하거나 망하더라”, “어느 공장에서 공급받는 바이어는 시장 점유율이 점점 커지더라”, 이런 저런 소문도 많았다.

바이어가 공장을 울궈먹으려 하면 별로 어렵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보통 공장의 생산 캐파의 50% 이상을 자기 오더로 채우면 타 경쟁 일부 바이어가 떨어져 나간다. 이렇게 떨어저 나간 경쟁 바이어가 그 공장에 반감을 갖도록 만들어 놓고 공장에 갑질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소규모 공장들이 이런 식으로 울궈먹힌 일이 있었다.

좋은 바이어라고 평을 받으려면 거래하는 공장이 돈을 벌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신제품 개발에도 앞서가야 한다. 재고창고에는 물론 항상 과잉재고 없이 잘 팔려 나가도록 해야 한다. 공장은 이런 바이어에게 자기 제품을 공급을 하고자 한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