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물을 함께 파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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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RF에서 배우는 교훈 –

지난 달 뉴욕에서 개최된 “전국소매연맹(NRF)”쇼를 처음으로 취재했다. 정말 놀라웠다. 월마트, Sephora를 비롯한 1만개 업체가 멤버로 가입하고 있는 NRF, 그들이 주최한 “2024 Big Show”는 말 그대로 거대했고, 전세계 소매업계의 축제였다. 부러웠다. 돈의 힘 그리고 리더들의 아이디어가 뭉쳐서 이룬 거사였다. 그들은 축제 기간을 통해 소매업 경영의 노하우를 업데이트하고, 연대하면서 공동의 우물을 더욱 넓게 깊게 파고 있었다.

Big Show에 4만여명의 소매업자들이 참석했다. 소매업 경영 전문가 450여명의 연사들이 나서서 190개의 교육세미나를 실시했다. 이런 그들의 꾸준한 노력과 함께 그들은 이제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켜, 소매업의 AI 경영시대를 오픈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소매업계가 자동차 시대를 지나 항공우주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아직도 자전거로 달리고 있는 우리 뷰티서플라이 (B/S) 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면서 나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우리 업계가 자동차 시대라도 열어야 이들과 경쟁의 대열에 낄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으로 가슴을 졸였다.

뷰티서플라이(B/S) 소매 매장 40여개를 운영하고 있는 뉴저지 BSW그룹 최지연 사장은 확신한다. 우리 모두가 자전거에서 벗어나 자동차를 타게 되면, 우리 B/S 사업 영역은 지금보다도 수십배 커질 수 있고, 흑인시장에서 벗어나 더 큰 일반 뷰티시장으로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 하에 그는 자신의 B/S 매장 운영을 위해 개발해, 30년간 엄청난 비용을 들여 업그레이드 시켜온 POS를 우리 소매업체들과 공짜로 나누겠다고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공언했다. 어떤 POS든, 통일된 POS를 다수가 사용하게 된다면, 우리 업계도 EDI가 가능하게 되고, EDI가 곧막강한 경쟁력이고, 시장의 확대를 의미하는 거라
고 그는 강조했다.

B/S 매장은 월마트, 달러스토아, Sephora…등 메스 체인체점들처럼 단일 경영주가 경영하지는 않지만, 고객들에게는 개개 매장이 단일 이미지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고객들이 <뷰티서플라이> 매장을 하나로 싸잡아 평가하는 이유다. 우리가 다 같이 단일 매장처럼 잘해야 하는 이유이가 된다. AI 항공우주 시대를 맞은 소매업계서 우리 B/S 업계도 적어도 매장의 테크화와 현대화를 어느 정도 따라가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일들이 가능해질까? 무엇보다도 서두에 언급한 NRF와 같은 B/S 업계의 중심체가 있어야 시작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소상인들이 협회라는 이름 하에 뭔가 도모해보려 했지만 불가항력이었다. 명분과 감투로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 졌다. 최근에는 이마저 갈라져 쓸데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 특히 우리 업계의 생산과 도매업체들도 새로운 판을 만들어, 시장을 확대해가야 할 싯점에 와 있다. 이를 실현시키려면 돈을 가진 사람들은 돈을,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재능을,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은 리더십을 내놓고, 모두가 한 우산하에서 힘을 모을 때 가능해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뷰티타임즈 32년째, 내 나이 75세다. 은퇴의 나이를 넘겼다. 얼마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마지막 나의 생을 여기에 투신하고 싶다. 내가 오랫동안 꿈꿔 왔던 일이기도 한다. 전세계 해외동포 뷰티업 종사자들은 물론 K-Beauty 종사자들까지도 하나의 우산 하에서 함께 해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나 한국기업의 주목을 또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OKTA 처럼 그들의 재정 및 경영 기술의 지원도 이끌어 낼 수 있도 있을 것이다. NRF 처럼 우리도 매년 1회 전세계 뷰티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한인 CEO들과 전문경영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네트워크를 만들고, 수많은경영세미나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해간다면 우리의 시장을 지금보다도 몇배 더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함께 가보자.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는 함께 가라, 빨리 가려거든 직선으로 가고, 멀리 가려거든 곡선으로 가라,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 서고,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 인디언들이 남긴 지혜, 잠언이다. 뷰티서플라이 업계 한인 종사자들은 어디서 만나든 서로가 반갑다. 일상 사용하는 공통 단어들이 겹치고, 그래서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다. 생산, 도매, 소매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 서로에게 이로움을 주면서 같은 길을 걷고 있어서다.

세상이 넓은 것 같으면서도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끼리 잠깐 상호 도움을 주면서 살다가 떠난다. 그 길은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다. 빨리 가야 할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천천히 함께 무리를 지어 가면 재밋다. 보람도 있다. 즐거운 여행길이 된다. 누구든 자기 길의 끝이 있다. 끝을 생각하면, 나의 오늘의 길은 어떤 길이어야하는가 알 수 있다. 지혜를 모으면서 함께 가자. 그것이 진짜 삶이다. 거대한 숲을 이루며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가자. 그리고 우리 후배들에게 더 크고 강한 우리의 뷰티시장을 넘겨 주자. 돈은 물과 같다. 혼자서 쥐려고 하면 결국 흘러가 버린다. 다함께 깊고 큰 우물을 파서 모아 놓으면 자손 대대로 나누어 마실 수 있다.

발행인 이계송 zotazo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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