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가져보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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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어느 회사 주최로 소매업계 종사자들을 초청해 벌인 행사가 있었다. 회사 소개 겸 교육 세미나가 주목적이었다. 그 가운데 연사 한 분이 우리 B/S 업계에서 크게 성공한 분이었고, 그의 스피치는 정말 훌륭했다. 업계의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해야할 중요한 일들을 간단 명료하게 얘기했던 것이다. 그의 스피치에 이어 다양한 경영세미들이 이어졌다. 나는 연사들의 훌륭한 얘기와 세미나의 내용을 청취하면서 정말 깜짝 놀랐었다. 우리업계가 이제 새로운 미래를 향한 희망의 트렉을 밟는구나, 언론쪽의 입장에서 그렇게 평가했었다.

그런데, 그날 훌륭한 스피치를 해주었던 그 연사의 느낌은 달랐었던 같다. 한 참 뒤를 그분과의 만남이 있었는데 그분은 이렇게 얘기했다. “이 기자님, 저는 이제 다시는 그런 자리에 나가서 얘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 때 저로서는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청중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어요. 물론 제 얘기가 신통치 않았겠죠. 그래도 저는 세미나를 마치고 예의상 후반 행사까지 자리를 끝까지 지켰습니다. 혹시나 나를 찾아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전화번호라도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요. 그런데 한 분도 없더군요. 반면, 경품추첨 시간이 되자, 청중들은 모두 뜨거워졌어요. 온 몸으로 귀를 열고 당첨 번호를 열망하고, 환호를 지르고, 기괴한 행동도 서슴치 않았어요. 저는 이게 아직 우리의 수준이구나 생각했죠.”

그분의 얘기의 핵심을 나는 금방 알아차렸다. 나도 그런 느낌을 가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통 세미나장의 주연사는 유명인 혹은 모델 케이스의 성공한 인물이 초대된다. 그런 명사들을 만나기 위해 참석하는 청중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청중들은 자기도 그렇게 성공하고 싶은 것이고, 그의 얘기를 듣고 자극도 받고, 또한 혹시 개인적인 컨택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 전자쇼에는 전자업계의 최고 경영인이 주연사로 나서고 그밖에도 유명 경영인들이 수십명씩 주제별 세미나 연사로 참여한다.

연설과 세미나를 통해 업계에 자극을 주고, 새로운 제안을 통해서 업계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업계종사자들의 경영 노하우를 업데이트 하는 데 행사의 목적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연사들과 세미나가 참가 곧 다수의 청중을 불러들이는 커다란 효과로 나타난다.

우리를 뒤돌아 보자. 누굴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번 반성해 보자는 뜻으로 얘기한다. 트레이드쇼 행사를 비롯하여 이런 저런 협회 행사들이 많아졌다. 주최측으로서는 청중의 숫자가 곧 행사의 성공이다. 따라서 청중을 불러들이는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행사는 이렇다할 프로그램랄 게 없다. 그 대신 아주 원시적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아주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미끼를 내놓는다. 바로 “경품추첨” 이다. 행사 안내 광고 속에 반드시 등장하는 경품이란 미끼, “다이아몬드, TV, 명품백, 구찌백….” 총액만도 10만불이 넘는 경우도 있다. 요즈음은 돈이 많아져서인지 경쟁적으로 경품의 액수을 점점 키우고 있다. “20만불어치” 를 경품으로 건다는 행사도 생겼다. 그리고 행사의 꽃은 경품추첨의 시간이고, 하루 종일 행사장에서 콧배기도 안보이던 사람들도 경품추첨의 시간에는 틀림없이 나타난다. 지루한 경품추첨 행사가 진행되고, 몇 몇 행운을 얻은 사람들의 잔치로 행사는 허무하게 끝이난다.

더 많은 미끼를 던지면 더 많은 고기들이 달려들거라는 착상,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하지만 좀더 생산적인 방법은 없는 걸까? 일시적으로 고기를 잡는 데 목적을 둘 것이 아니라, 양어장의 양어법은 어떨까? 더 많은 고기를 번식시켜 더 크고 우람한 고기들을 더 많이 생산해 내는 양어법 말이다. 미국인들은 그런 양어법을 사용한다. 유명인사, 유명강사들을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등장시킨다. 그게 참가자 동원의 미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생각을 바꾸고 업그레이드 시켜간다. 교육 세미나라는 미끼가 행사의 주목적이며, 교육을 통해 업계를 계속 업그레이드 시켜간다. 고기들은 더 커지고, 더 많은 고기들이 양산된다.

10만불~20만불이 작은 돈인가? 나는 그 돈의 반만 투자해도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양어법을 동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업계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이 많다. 그들을 불러 그들의 성공담을 들어보면 어떨까? 양어법의 프로그램을 잘만 적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우리 업계의 유명한 CEO들이 모두 참여케 할 수 있는 행사를 누군가 개최한다면 그건 업계의 대박이 될 것이다. 업계의 업그레이드고, 업계의 확장이고, 업계의 희망이다. 업계 스타들이 한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얘기하고, 연대하며 네트워킹을 갖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일반 소매점 경영인들에게 전파되고, 그것이 모두에게 배움의 열기로 이어지고…나는 이런 꿈을 수없이 꾸어왔다.

서두에 언급했던 명연사의 얘기로 돌아간다. 그의 꿈이 나의 꿈이다. 우리 업계의 리더들이 조금만 더 진중하게 생각해 보면, 우리 B/S 경영인들이 경품보다 더 가치있고, 갖고 싶어하는 것들을 얼마든지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업계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들을 만들어 보자. 업계의 파이가 더 커져야 한다.

사족을 붙인다. <새해 새아침 이계송이 만난 사람>으로 BSW의 최 지연 회장의 인터뷰를 신년호에 특집으로 실었다. 그의 꿈을 들어 보시라. 그의 꿈이 우리의 꿈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비즈니스 영토를 지금보다 수십배 수백배 더 키워가자. 꿈을 꾸는 자에게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 만복을 받으시고 사업 번창
하시기를 기원한다.

발행인 이계송 zotazo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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