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인플루언서! 진화하고 있는 토이저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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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 세계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소식이 들렸다. 바로 토이저러스가 파산해 문을 닫은 사건이다. 하지만 최근 토이저러스가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새로 부활한 토이저러스는 이전과 같이 단순히 제품에 이익을 붙여 파는 장난감 가게가 아니라 철저하게 사용자들이 원하는 바를 분석해 제공하는 <체험형 스토어> 형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체험형 스토어는 단지 시작일 뿐, 토이저러스는 소비자 데이터 분석 등 최신 리테일 트렌드를 겸비한 신흥 리테일 매장으로써 나타났다. 새롭게 진화한 토이저러스가 보여주고 있는 최신 리테일 트렌드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았다. [편집자주]

토이저러스의 몰락과 귀환
2018년 3월, 61년 넘게 수많은 어린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준 글로벌 완구 리테일러 토이저러스가 문을 닫는다고 발표를 했다. 그 전해인 2017년에 파산신청을 한 토이저러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만 스토어를 유지하고 북미와 유럽 대부분 스토어를 철수했고 이렇게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토이저러스는 왜 파산까지 이르게 됐을까? 많은 전문가는 온라인 리테일의 성장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토이저러스의 낙후된 유통 및 서비스 모델을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했다. 토이저러스는 대형 리테일 체인으로써 대규모 제품 구매를 통해 구매 단가를 낮춰 이익을 챙기는 전통적인 유통 방식을 고집했다. 스토어들은 크고 제품은 많았지만 “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토이저러스는 내리막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런 토이저러스에 새로운 재기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근원지는 바로 브랜드를 인수한 Tru Kids사다. Tru Kids는 전자기기 편집샵 전문업체 <베타(B8ta)>를 고용해 뉴저지 파라무스에 새로 오픈한 매장의 운영을 맡겼다.

베타는 그동안 그들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통해 전자기기 리테일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회사다. 베타가 내세운 토이저러스의 새로운 전략은 바로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제조사에 소비자들의 의견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재고가 없는 스토어?
베타의 리테일 포인트 3가지 베타가 운영하는 전자기기 스토어에는 특이한 점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매장 내에 진열된 상품들은 모두 제조사에서 직접 가져다 진열해 놓은 제품이다. 베타는 단지 자릿세만 받고 매장 디자인, 레이아웃을 담당한다. 제조사는 제품을 판매해서 나오는 매출을 가져가게 된다. 스토어 입장에서는 재고, A/S 등 제품과 관련된 부분은 신경 안 쓰고 오롯이 인테리어 디자인, 매장 관리, 디스플레이 등 고객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실제 구매는 모두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베타 스토어를 방문한 고객들은 진열된 제품을 마음껏 써볼 수 있다. 깔끔하게 인테리어를 꾸민 스토어 내에 진열된 제품들은 대부분 실제로 만지고 시연해볼 수 있다. 구매를 원한다면 안내에 따라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와 구매를 진행하면 된다. 물론 많이 팔리는 제품은 스토어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베타의 초점은 인터넷에서 제품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보고 체험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베타는 단순히 소비자들을 불러모아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끔 돕는 것에 멈추지 않고 제품이 어떤 식으로 개발돼야 할지 소비자들의 의견을 제조사에 전달해준다. 고객들의 생각을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직접 물어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온라인 판매 데이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스토어에 있는 카메라와 GPS를 연동해 고객들의 동선을 파악해 어느 제품에서 누가 관심을 보이는지 확인한다. 이런 소비자 데이터를 통해 제조사들은 더욱 만족스러운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서비스로서 리테일”로 거듭나는 토이저러스
베타의 이런 리테일 모델은 Service-as-a-retail, 즉 서비스로서의 리테일으로 통한다. 토이저러스의 신형 매장에는 베타의 리테일 모델이 여지없이 적용됐다. 우선 베타 전자기기 매장과 같이 토이저러스는 체험을 염두에 두고 스토어 레이아웃을 짰다. 그리고 스토어를 분배해 여러 장난감 브랜드들이 입점해 제품을 진열할 수 있게끔 했다.

레고, 닌텐도, 하스브로와 스핀 마스터 4개의 주요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으며 이외에도 약 30개 브랜드들이 스토어 곳곳에 입점했다. 각 브랜드관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체험할 수 있게끔 꾸며졌으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연출할 수 있게끔 디자인됐다. 너프 장난감 총으로 유명한 하스브로관은 고객들이 직접 장난감 총을 시연해서 타겟을 맞추며 놀 수 있게끔 만들어져있다. 레고관은 어린이들이 테이블에 앉아 직접 레고블럭을 갖고 만들며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브랜드 홍보물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제품 구매를 원하는 어른들은 곳곳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키오스크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전자기기 매장과는 다르게 어린 아이들은 배송을 기다리지 않고 빨리 장난감을 갖고 놀기를 원하기 때문에 토이저러스는 일정 수준의 재고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전의 창고를 방불케 하는 토이저러스 매장과는 확연히 다른 수준이다. 진열된 제품의 수도 1500여 개로 예전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숫자다.

또한, 토이저러스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차별점을 주기 위해 제작사들과 협업을 통한 제한판매도 도입했다. 토이저러스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별한 제품들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이른바 “레어 아이템”에 눈길이 가게끔 한 것이다. 이렇게 토이저러스는 소비자들이 최고의 경험을 스토어에서 할 수 있도록 매장을 컨셉부터 다시 디자인했다. 소비자 체험 중심 스토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토이저러스는 다른 베타 전자기기 매장과 마찬가지로 GPS 트래킹, 온라인 조사, 카메라 등을 사용해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다. 이런 행동 데이터를 통해 토이저러스는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장난감 가게? 놀이동산?
토이저러스는 모두!
토이저러스의 재기의 바람을 돕는 업체는 베타뿐이 아니다. 토이저러스는 최고의 고객 체험을 전달하기 위해 팝업 엔터테인먼트를 전문으로 하는 캔디토피아(Candytopia)라는 스타트업과 손을 잡았다. 캔디토피아는 수만 개의 캔디로 만든 스핑크스, 젤리로 만든 성 등 다양한 팝업 이벤트를 기획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는 업체다.

토이저러스는 시카고와 애틀랜타에 캔디토피아와 협업하여 토이저러스 어드벤처(Toys R Us Adventure) 팝업스토어를 런칭했다. 이 팝업스토어는 온전히 어린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되었으며, 판매용 공간은 매우 작은 면적만을 할당했다. 토이저러스 어드벤처를 방문하면 토이저러스의 마스코트 기린 ‘제프리’가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스토어 내부는 공으로 가득 찬 볼 풀(Ball Pool), 미끄럼틀, 어린이 기차 등 수많은 놀 거리가 준비되어 있어 마치 “장난감 상자”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토이저러스는 팝업스토어를 통해서만 놀이체험을 제공하지 않고 뉴저지에 있는 신세대 스토어도 팝업스토어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적용하고 있다. 뉴저지 스토어 또한 다양한 브랜드관에 따라 즐길 거리로 가득하다. 닌텐도 브랜드관에서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최신 닌텐도 게임을 시연해 볼 수 있으며 각종 캐릭터 장난감을 감상할 수 있다. 인기 만화영화인 Paw Patrol 브랜드 공간은 어린이들이 Paw Patrol 케릭터들과 함께 실제로 악당들을 물리치고 체포하는 느낌을 주게끔 설계됐다.

토이저러스가 이렇게 체험에 투자하는 것은 단순히 제품 판매를 장려하기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도가 높은 피드백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재미없는 장난감이 있는 코너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재미있는 상품들을 갖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갈 것이다.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직접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토이저러스는 다양한 시도를 체험관을 통해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하다
토이저러스는 옴니채널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용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토이저러스 온라인 스토어를 보면 의아한 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제품 구매 버튼이 Target 온라인 매장으로 가는 링크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토이저러스가 낭패를 보았던 아마존과의 독점계약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하게 느낄 수 있다. 아마존에 모든 것을 맡겼다가 파산까지 이르게 된 토이저러스가 왜 다시 거대 리테일 업체를 끼고 온라인 쇼핑몰을 진행할까?

토이저러스는 과거의 실수에서 배운 뒤 Target에는 오직 결제와 배송만을 맡기게 했다. 재고, 리턴 등 리스크는 Target에서 더 지게 되는 것이다. 토이저러스는 제품 설명, 추천, 리뷰 등 인플루언서로써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Target의 입장에서도 토이저러스라는 신뢰도 높은 브랜드를 통해 판매를 올릴 수 있게 되고 더 다양한 소비자들을 유입할 수 있는 길이 생겼으니 서로 윈-윈이 되는 상황이다.

토이저러스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웹사이트를 하나의 융합된 채널로 운영하고 한다.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온라인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장난감을 구경하다가 실제로 경험해보고 싶다면 오프라인 스토어를 찾아가면 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온라인 리뷰 비디오, 후기, 추천 등이 같은 화면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공된다. 토이저러스 직원들은 “Play Pro”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추천해준다. 또한, 온라인에서 리뷰를 찾아주고 온라인 구매를 진행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준다.

인플루언서가 된 토이저러스
흔히 인플루언서라고 하면 유튜브 등 미디어 채널에서 영향력이 있는 개인을 일컫는데 사용되는 단어다. 하지만 토이저러스는 그들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브랜드 자체를 인플루언서로 만들고 있다. 앞서 언급한 모든 최신 리테일 트렌드를 인용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토이저러스의 목표는 소비자들이 장난감을 살 때 먼저 상담하고 추천을 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추천하고 제안하는 제품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화두에 오르게끔 하려 하는 것이다. 토이저러스는 제조업체 사이에서도 소비자를 가장 잘 아는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 최고의 상품을 만들 수 있게끔 돕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모든 리테일과 제조사들이 원하는 “성배”라고도 할 수 있다. 토이저러스는 이를 활용해서 제조사에게 레버리지로 사용하고 또한 리스크는 줄이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조사와 소비자 양쪽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토이저러스는 그대로 일류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단지 금전적인 부분을 뛰어넘을 수 있다. “장난감은 토이저러스, 토이저러스하면 장난감” 이런 공식이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 잡게 된다면 브랜드로써 토이저러스의 가치는 폭등할 것이다. 많은 리테일 전문가들이 토이저러스의 행방에 흥미를 보이고 지켜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토이저러스가 망했던 길을 가고 있는 뷰티서플라이 업계
토이저러스가 망하기 직전 고수했던 백화점식 리테일 스토어 운영은 전형적인 뷰티서플라이 스토어 운영방식이다. 여전히 뷰티서플라이 스토어들은 수많은 제품을 전시해놓고 적은 이익을 붙여서 판매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가격 경쟁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오프라인 스토어간 경쟁과 더블어 온라인과의 치열한 가격 경쟁을 치르면서 차츰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이런 와중에 뷰티서플라이 스토어들은 재고문제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토이저러스이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큰다. 뷰티서플라이 업계도 토이저러스의 행보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백화점식 리테일 운영은 이제 옛것이 되어가고 있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작은 리테일 스토어들은 낙오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진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이미 업계 일각에서는 옴니채널, 체험형 스토어 등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비록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뷰티서플라이 업계도 이런 도전을 받아들여 새롭게 도약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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