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릴랙서’로 돌아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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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헤어 운동은 아직도 소비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내추럴컬’을 만드는데 많은 돈과 노력을 쏟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뷰티 매거진 Allure 지가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주]

최근 유명 인플루언서인 Ashley White는 ‘내추럴 헤어에서 릴랙서를 사용한 이유’라는 영상을 통해 내추럴 헤어에서 릴랙서를 사용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추럴 헤어를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헤어를 이렇게까지 관리할 정도로 머리 스타일에 관심이 있지는 않다”는 것.

지난 몇 년간 유튜브 등지에는 이와 비슷한 목소리들이 점차 커지고 있다. 아직 릴랙서 판매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소수이지만 흑인 여성들이 다시 릴랙서로 되돌아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내추럴 헤어 유지에 많은 시간과 비용 들어
릴랙서를 다시 찾는 주요 이유로는 첫째, 원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자는 내추럴 헤어 운동이 이제는 ‘킹키를 컬로 이쁘게 만드는 방법’으로 와전되어가고 있다는 것. 둘째, 내추럴 헤어를 꼭 유지해야 한다는 일부 사람들의 압박과 비난에 대한 스트레스 마지막으로 내추럴 컬을 유지하는데 많은 돈과 노력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피로도 누적을 꼽았다.

Ashley White는 대학교에 가면서 내추럴 헤어를 하기 시작했으며 항상 큰 노력을 들이며 자신의 헤어를 뽐냈다. 하지만 점점 내추럴 헤어를 이쁘게 가꾸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이쁜 ‘번’을 만드는데 최소 30분이 걸리거나 머리를 감는 ‘Wash Day’에는 머리를 감는데 2시간 반이 걸리며, 엉킨 컬을 일일이 De-tangle 하며 풀어야 했다.

흑인 헤어는 역사적으로 차별을 받아 왔으며 아직도 대중은 서구 유럽 중심의 미의 기준에 익숙하다. 60년대에 내추럴 헤어를 하던 여성들은 저항의 의미로 자신의 머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 내추럴 헤어 운동은 당시 인권운동이 한창이던 시대와는 다른 의미를 띄고 있다.

현재 내추럴 라이프 스타일을 따르는 사람들은 ‘디지털’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수많은 블로거,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이 내추럴 헤어를 추천하고 내추럴 라이프 스타일을 따르기 원하는 사람들을 돕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추럴 헤어를 하는 여성들은 더 큰 의미에서 ‘내추럴 헤어 운동’을 따른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항상 옳은 것이 아니다.

내추럴 헤어에 싫증 났나?
헤어 유튜버 Daisha Hooper는 자신의 경험이 Ashley White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나는 처음부터 어떤 거창한 뜻을 갖고 내추럴 헤어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단지 헤어가 푸석푸석해지고 떨어져 나가는 것이 싫어서 케미컬을 끊고 내추럴 헤어를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내추럴 헤어에 싫증이 났다. 그뿐이다.”

Hooper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어느 한순간 갑작스럽게 릴랙서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충동적으로 구매해 사용한 적이 있다. 오랜만에 사용한 터라 잘못 사용해서 머리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그때 이후 Locs를 즐겨 사용한다. 내추럴한 헤어를 유지하면서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양측의 장점을 합친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단순히 릴랙서를 하고 싶다?
White가 올린 동영상에는 내추럴 헤어 운동에 매진한 사람들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답글이 달려있다. “릴랙서를 사용하면 사회가 원하는 미의 기준을 따르려는 것이다”, 또는 “릴랙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검은 피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등 코멘트가 올라왔다. 하지만 White는 이런 사람들의 의견들은 예전보다 덜 크게 들린다고 말한다. White는 “내추럴 헤어 운동 내에서도 사람들이 더욱더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이제는 단순히 릴랙서를 사용한다고 해서 흑인들의 헤어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Allure지에 의하면 대다수의 릴랙서 사용자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릴랙서를 사용한다. 릴랙서로 돌아간 한 흑인 여성은 “머리에 땀이 차기 시작하면 머리카락이 엄청 엉켜붙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확 뜨는 것을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를 다 푸는데 큰 노력이 필요하다. 펌(릴렉서)을 하면 모든게 간편하게 해 된다”고 보도했다.

릴랙서를 사용하는 것은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뉴욕에서 일주일에 두 번 뷰티션을 찾아 내추럴 헤어를 유지하면 적어도 한 달에 150달러가 소요된다. 반면 릴랙서를 사용하면 5주에 115달러 정도 유지비가 든다. 게다가 내추럴 헤어를 하기 위해서는 초반에 많은 제품을 구매해서 구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많은 지출이 나간다.

특히 헤어 업계에서는 내추럴 헤어 붐을 타고 수많은 ‘텍스쳐’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종 헤어 타입에 따른 샴푸와 컨디셔너뿐만 아니라 기능성을 부각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런 신제품들을 구비 하다 보면 소비자들과 지갑 모두가 지치기 마련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스테이 앳 홈’ 문화도 릴랙서에 대한 인식변화에 일조했다. 더는 헤어살롱을 방문해 내추럴 헤어를 유지하는 것이 힘든 소비자들은 다양한 DIY 솔류션을 찾았으며, 이 중 일부는 결국 예전에 편하게 사용했던 릴랙서로 돌아갔다.

헤어스타일리스트 Jasmine Collins는 최근 내추럴 헤어를 떠나는 사람들의 경우 두 부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더 ‘깔끔한’ 룩이 최근 다시 인기를 얻으며 릴랙서를 사용하지 않고는 이 헤어스타일을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또한, 역설적으로 일부 소비자들은 두피를 보호하기 위해 릴랙서를 사용한다고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릴랙서는 특성상 피부와 모발에 부담을 주는 제품이다. 하지만 Collins의 관찰에 의하면 Locs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던 사람들의 경우 다시 릴랙서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Locs를 오래 하다 보면 굉장히 무거워진다. 그러다 보면 헤어 뿌리에 부담이 가기 시작하고 머리가 서서히 빠지기 시작한다. 두피가 항상 땅겨지는 것 또한 좋지 않다. 내추럴이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내추럴 헤어를 하면서도 건강하지 않은 두피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 가장 좋은 것은 내 헤어와 두피를 잘 이해하는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을 듣고 따르는 것이다”

 

릴렉서에 대한 잘못된 정보 많아
미세추세스에서 피부 및 미용 전문가로 활동하는 Yolanda Lenzy는 건강한 헤어를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내추럴 헤어를 지지하는 Lenzy는 현재 내추럴 헤어 커뮤니티 내에 많은 불확실한 정보들이 떠돌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Lenzy는 “수많은 블로거가 각자 내추럴 헤어 관리방법에 관해 주장하고 있는데 대다수가 과학적인 근거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웹상에서는 이쁘게 나와도 실제로 집에서 그대로 따라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그대로 따라 했는데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많은 여성이 다시 릴랙서를 찾게 된다.

인터넷에 릴랙서에서 사용하는 화학약품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많이 산재해있는 것도 문제다. 많은 전문가가 장기간 사용 시 릴랙서가 두피와 헤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인터넷에 의하면 릴랙서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만악의 근원으로 통한다. Lenzy의 경우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과도하지 않은 릴랙서 사용은 유방암 발병률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런데도 릴랙서 사용은 추천하지 않는다.

텍사스에서 활동하는 피부전문가 Adeline Kikam은 릴랙서 사용이 두피 염증과 푸석푸석한 헤어를 유발하는 점을 강조하며 동시에 전문가와 상의하지 않은 추측이나 ‘뇌피셜’은 건강한 헤어 문화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Kikam에 의하면 수년 동안 릴랙서에 길들어진 소비자들이 하루아침에 내추럴 헤어를 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내추럴 라이프 스타일에 필요한 투자와 노력을 자세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추럴 헤어를 하는 동안 머리에 다양한 증상들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의사와 상담하지 않고 추측만으로 다른 헤어스타일로 서둘러 바꾸는 것은 더 큰 비용과 노력이 소모될 수 있다.

그렇다면 헤어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Lenz는 좋은 스타일리스트를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며 미용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본인도 스타일리스트의 도움 없이는 멋진 헤어스타일을 만들기 어렵다고 전한다. Lenzy는 여전히 내추럴 헤어가 가장 건강한 두피와 모발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하지만, 그런데도 릴랙서 사용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럴 때는 약한 릴랙서를 사용하고 12주에 한 번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또한, no-lye 릴랙서를 피하고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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