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선택의 폭이 너무 넓으면 고객은 선택 자체를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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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뷰티서플라이 스토어들이 리테일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제품의 종류가 많을수록 유리할까? 과거에는 제품의 종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드시 그렇지마는 않다는 의견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실제로 Aldi는 약 1,400개 정도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14만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Walmart Supercenter에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Walmart Supercenter가 Aldi를 경계하는 추세이다.

선택폭이 지나치게 넓으면 선택 포기

Columbia 대학교 Business School의 Sheena Iyengar 교수는 소비자가 제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유사제품의 종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Iyengar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2000년에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서 제품의 종류가 많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Draeger’s Market의 잼 실험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이 실험은 심리학적 측면에서 제품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 사람들은 오히려 선택을 포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실험은 캘리포니아의 한 식료품 마켓에서 판매하는 잼의 수를 바꾸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이었다. 연속되는 두 번의 토요일에 이루어진 이 실험에서 하루는 24종의 잼을, 다른 하루에는 6종의 잼을 시식할 수 있도록 판매대를 준비하고 5시간 동안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시간 동안 24종 잼의 경우에는 약 60%(145명/242명)의 고객이 판매대에 들른 반면 6종 잼의 경우에는 40%(104명/260명)가 판매대에 들렀다. 소비자들이 24종의 잼을 시식할 수 있도록 한 판매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잼을 구입한 결과는 이와 달랐다. 24종 잼을 판매한 경우 약 3%(4명/145명)의 고객만이 잼을 구입한 반면 6종 잼을 판매한 경우에는 약 30%(31명/104명)가 잼을 구입했다. 결과적으로 24종보다 선택 폭이 작은 6종의 잼을 판매할 때 약 10배의 고객이 잼을 구입한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너무 넓으면 오히려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yengar 교수는 이러한 원인이 소비자들이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부담과 선택의 실패에 따른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사한 기능의 샴푸가 많을 때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기대가 커지고 최고의 제품을 고르기 위해 신중해진다. 하지만 선택한 제품이 맘에 들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상실감과 후회도 커진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상대적으로 선택을 잘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러한 부담으로 인해 선택을 아예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소비자 선택이 쉽도록 돕는 것이 중요

제품의 종류는 다양화하더라도 유사제품은 줄여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쉽게 만들어 주는 것이 오히려 매출 증가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유사기능의 샴푸 10가지를 판매하기보다는 인기제품이나 우수제품으로 3∼4가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스토어는 이러한 제한된 제품의 수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오히려 손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유사제품이 너무 많아서 소비자들이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때에는 제품을 기능별로 분류해 진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면, 10가지 샴푸라고 하더라도 이를 지성 두피용, 건성 두피용, 비듬성 샴푸, 약산성 샴푸 등으로 분류해서 진열하고 차이점을 소비자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면 소비자들은 훨씬 쉽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분류하는 종류가 너무 많아지면 또 다시 선택의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Iyengar 교수는 유사제품의 수가 적정한지 판단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그 방법은 판매하는 직원들에게 유사 제품들의 차이점을 묻는 것이다. 만약 직원들이 제품들의 차이점을 정확히 구분해내지 못한다면 그 제품들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소비자들 역시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선택에 어려움만 겪을 것이며, 직원들도 그 차이점을 묻는 소비자들에게 답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어가 제품을 줄이는 것은 소비자의 어려운 선택을 대신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해야 할 고민을 스토어가 대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토어가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제품을 선택하고,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제품을 분류하고,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제품을 진열할 때 소비자들은 더 쉽게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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