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감사해야 할 이유

0

 

 

이계송

지난 달 BBIKWA(미주뷰티여성경영인협회) 20주년 기념행사 마지 막 날 C&L USA사 주최 세미나가 있었다. 세미나 연사로 나온 Don Lee사장의 얘기가 오랫동안 나의 귓전을 맴돌았다.

Lee사장은 필라델피아로 이민 와서 잠시 형님 밑에서 일하다가 19 살에 독립, 야체장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야체시장을 장악하고 있 는 유태인들의 강력한 벽을 아무리 노력해도 뚫을 수가 없어 중도 에 포기하고 말았다는 얘기를 꺼냈다.

“미국에서 인종의 벽을 넘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죠. 뷰티업종으로 전환해 사업하면서 ‘우리끼리’란 말의 의미를 정확히 깨달았어요. 여러분의 덕택에 3천여 어카운트를 구축했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Lee사장은 진심으로 감사해 했다.

수십년 전 망망대해에 떨어졌던 우리, 뒤돌아보면 각자가 살아남 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 했었는가. 몇푼 안되는 종잣돈으로 사업 을 시작, 소매점 경영주들의 경우는 도매업체들이 외상으로 상품 을 공급해 주면 장사를 해서 갚아가며 돈을 모았다. 그런 가운데 같은 값이면 한인 도매업체로부터 상품을 구매해 주었고, 도매업 체 세일즈맨이 찾아오면 빈손으로 돌려 보내지 않았다. 같은 민 족으로서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으면서 우리 민족이라면 쉽게 달 려들어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거대한 황금 어장을 만들어 냈다. 그 가운데 우뚝선 큰 사업가들이 다수 탄생했다. 어디에도 자랑할 만 하지 않는가.

특히 우리 뷰티업계 동포들은 대부분 자녀 교육도 훌륭하게 시켰 고, 편안한 말년을 위한 준비도 잘 해두었다. 여기 저기 돌아 다 니면서 나의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 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라스베이거스, 뉴욕/뉴저지, 아틀란타, 워싱 턴…전국을 돌며 트레이드 쇼, 협회 모임, 그리고 틈틈이 오락과 그룹투어 등을 함께 즐기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2세들의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 2세들도 부모 세대처럼 연대를 지속해 갈 것인가? 가능하다면, 그것 은 우리 모두가 감사의 초심을 잃지 않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내가 누구 덕에 사업을 이토록 성공시킬 수 있었는가. Don Lee사장처럼 성공한 분들일수록 감사의 마음을 잃지 않고 업 계의 발전과 공조를 위해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일 때 가능한 일이다. 농사짓는 농부의 심정으로 물도 주고 거름도 주면서 “민족사업”에 투자해 간다며 유태인들이 이룬 성공을 우리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있다. 사업의 진정한 의미를 자각하는 일이다. 장사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내 가족과 이웃을 구하고, 민족을 구하 고, 나아가서 가난한 이웃 나라 사람들을 구하는 데 있다. 그 리고 우리는 때가 되면 빈 손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걸 기억 한다면 모두가 겸손해 질 수 있다. 돈 벌어 명예와 함께 신분 상승을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성 공을 스스로 과시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자 신의 진정한 성공을 인정해 주고 박수를 보낼때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모든 것에 감사하 자. 특히 우리 서로에게 감사하자. 그렇게 따뜻하게 살아 가 자. “감사를 모르는 사람은 도토리 나무 밑에서 도토리를 탐닉 하면서도 도토리가 어디서 떨어지는지 모르는 돼지와 같다”( 콘래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가는 감사하는 마음의 깊이에 달려 있다.”(존밀러), “감사는 위대한 교양의 결실”(존슨)…’살 아 있음’ 그 자체가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 아닌가.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