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안되는 자식 어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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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 간에 주로 하는 말인데, 세상에서 제일로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있다면 골프와 자식이라는 농담이 있다. 그리스 신화 시지프스의 운명처럼 골퍼들은 완벽 플레이에 도전하지만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이제 다 되었다고 자신하다가도 하루아침에 무너져 좌절을 맛보기가 일수다. 자식농사도 그렇다. 요즈음 자식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도대체 부모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부모 말만 들으면 인생길 탄탄대로를 걸을 텐데, 속이 터져 죽겠다는 거다. 부모 말을 무시하고 제맘대로 하는 자식과 인연을 끊은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재미동포들 가운데 특히 자신이 이룩한 단단한 사업체를 자식이 거들떠 보지도 않을 때 서운 하기도 하고 얄밉다는 거다. 사업체 대물림 문제만 아니다. 대학 진로, 직업, 결혼, 인생관…도대체 부모맘에 하나도 안 드는 선택만 하는 자식이 밉고, 자식이 미우면 삶이 지옥 같다는 것이다. 이해한다. 대학 재학, 그것도 사진학과를 3학년 다니다 때려치우고, 제 하고싶은 취미생활에 푹 빠져 살아가는 내 아들녀석 때문에 나도 속 깨나 끓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밥 먹는 것도 싫고, 꼴도 보고싶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골프와 자식, 나의 경우, 그렇다고 끊을 수도 없다. 둘 다 모두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을 찾기로 했다. 마인드 콘트롤 밖에 없었다.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었다. 어렵지만, 있는 그대로 맘에 안드는 것도 인정하고, 인내하며 적극적으로 다가 가는 것이었다. 어떻게?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던 것이다. 아들의 인생이다. 내 방식과 내 신념 속에 아들을 넣지 말자. 나의 한, 좌절, 상처를 아들에게 투사하지 말자. 아들의 인생이 따로 있다. 아들이 사랑하는 삶을 나도 사랑해보자. 나는 결점이 없나. 아들의 결점까지도 안아주고, 사랑하고 오히려 격려해주자. “아빠도 그랬어” “아들 I love you” “You did a good job” “I am so proud of you” 이런 말로 나의 새로운 연습이 시작되었다. 세월 가면서, 나는 아들이 스스로 자기 앞 길을 잘 열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계송”은 “이계송”이가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듯이, 아들은 아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더구나 나는 옛날 사람이고, 한국인이다. 아들은 신세대고, 미국인이다. 생각과 문화가 다르다. 아들이 즐기는 인생은 분명히 나의 인생과 다를 것이다. 왜 내 인생관을 아들에게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아들과의 긴장관계는 더 이상 없다. 누구보다 아빠를 걱정해 주는 아들이 옆에 있어 좋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고 대만족이다. 이제는 죽을 때까지 “I love you” “I am proud of you”만 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 말년을 살아가는 지혜임이 틀림없다. 골프, 어차피 완벽 플레이 불가능하다. 나의 형편없는 핸디캡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냥 즐기는 거다. 내가 가진 작은 것, 내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자식, 잘 났건 못났건, 내 아이들이고,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사랑해주어야 할 상대다. 힘든 세상, 사랑과 훈김으로 사는 세상, 내가 이제 아비로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자식들이 살아가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용기와 희망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기 생각 강요하다 자식 잃고, 혼자 외톨이가 되어 살아가시는 분들, 자식 문제로 속앓이 하는 분들에게 권한다. 무조건 사랑해 주시라. “I love you” “I am proud of you” 이 두 마디만 계속 해주시면, 노년의 새로운 행복의 지평이 열릴 것이다. 하이 핸디 골프 즐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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