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ll Up for Change’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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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로 뒤숭숭한 미국사회를 다시 한번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George Floyd의 죽음과 이를 따른 Black Lives Matter 운동. 현재까지도 이어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이 움직임은 금세 전국에 퍼지게 되었고 수많은 사람이 Black Lives Matter를 외치며 거리와 일터에서 인권운동을 벌였다. 많은 기업이 이 움직임에 동참했고 특히 패션과 뷰티 업계에서는 누구나 알만한 대형 브랜드들이 자신의 웹사이트와 SNS에 Black Lives Matter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많은 흑인 소비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인권운동가들은 기업들의 이런 행보에 대해 “단지 최신 이슈에 편승해 마케팅 효과를 보려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말만 하지 말고 실제 행동을 보이라는 요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Aurora James의 ‘15 Percent Pledge’. 흑인 인구 비율만큼 리테일 스토어에 흑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Black Owned Business 제품을 진열하기를 요구하는 운동이다. 뷰티 리테일러 Sephora는 가장 먼저 이 운동에 참여해 흑인 경영인들이 이끄는 브랜드를 대거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다른 많은 브랜드들은 흑인 소비자들의 우려와 같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최근 패션잡지 Quartz지가 패션 및 뷰티 브랜드 34개의 공식 인스타그램 사진 27,000여 장을 분석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Black Lives Matter에 동참하겠다는 브랜드들마저 흑인 및 유색인종을 대표하기 위해서 ‘미미한’ 행동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소비자들은 이에 “브랜드들은 최근 닐슨 발표로 부각 된, 증가하고 있는 흑인 소비력에만 관심이 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닐슨은 미국 흑인 소비자들의 소비력이 1.2조 달러에 육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Pull Up for Change 운동을 시작한 Sharon Chuter는 사람들에게 계속 “그래, 이 브랜드들은 PR만을 원해”라고 이야기한다. Uoma Beauty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Chuter는 Black Lives Matter가 수많은 인스타그램과 소셜 미디어에서 트렌딩하는 와중 ‘실질적인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Pull Up for Change 운동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Black Lives Matter는 2013년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수 많은 흑인들이 과잉진압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유독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체계적인 문제지만 리더쉽 자리에 있는 흑인 인구의 부재로 인해 매번 외면당하고 있다.”

2020년 6월,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한창일 때 Chuter는 #pulluporshutup 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며 Pull Up for Change라는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개설했다. 취지는 간단했다. 진정성 있는 변화를 위해 브랜드들에게 72시간 이내 회사 내 흑인 임직원의 비율을 공개하라는 것. 특히 단순히 스토어에서 일하는 직원들보다 리더십 위치에 있는 임원진 가운데 흑인들의 비율을 공개하라는 점이 많은 흑인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어떨 때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고민하기보다 결과물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Chuter는 뷰티업계, 심지어 흑인 여성들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업체에도 흑인 직원들을 고용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으며 이것이 업계 내 통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Chuter는 Pull Up for Change 운동을 통해 업체들이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 직급에 있는 흑인의 비율을 적어도 10%(대학 학위를 소지한 흑인 인구와 동일한 비율)로 맞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참여한 인권운동으로 평가되는 Black Lives Matter를 뒤이은 Pull Up for Change는 여전히 #pulluporshutup을 외치며 약 12만 명의 팔로워들과 함께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흑인 사회는 진정성 있는 변화를 바라며, 이 모든 과정이 투명성 있게 진행되길 원한다. 특히 흑인 소비자의 비율이 매우 높은 뷰티서플라이 업계는 Pull Up for Change와 같이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운동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매니저급의 흑인 직원 고용을 늘리는 등의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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