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배려와 진정한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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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이계송 zotazoa@gmail.com

유투브가 전한 얘기다. 한국의 시골에 시집 온 필리핀 며느리의 친정 나들이에 시어머니가 동행한다. 시어머니는 판잣집 방 한칸에 일곱 식구가 가난하게 살아가는 며느리의 친정집 모습을 처음 목격한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며느리가 시집오기 전 그토록 가난한 집에서 살았구나 생각하니 너무도 가슴이 아팠던 것이다.

그리 오랜 전이 아니다. 우리도 겪었었던 우리의 옛 자화상이다. 나의 소년시절이 그랬었다. 셋방 하나에서 우리 5남매를 기르시며, 지독한 가난과 싸우셔야 했던 나의 어머니의 고달픈 얼굴이 눈에 아른거렸다. 매일 저녁 끼니를 걱정하시고, 수없이 자식들을 굶겨야했던 나의 어머니의 타는 가슴….이런 상상들이 필리핀댁 친정의 유투브 영상과 겹쳐지면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어서 일어난 반전의 스토리가 우리를 감동케 한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친정을 위해 두 칸짜리 말끔한 판자집을 지어준 것이다. 며느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배려, 그게 사는 맛이고, 멋이었다. 나눔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불쌍한 것들을 목격하고 흘리는 눈물 속에 행복의 비밀이 있다. 먹거리가 해결되고, 살만큼 살게 된 우리의 모습을 돌아 보자. 왜 우리는 가난했던 그 시절이 더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는가? 풍요 속의 이런 빈곤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것은 서로 더 많은 것을 갖기에만 몰두하고, 자기가 가진 것을 자랑하고, 우월감을 즐기고, 으시대는 우리들의 이기적인 삶에서 온다고 나는 믿는다. 상대적 빈곤감, 열등감, 그리고 자격지심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B/S 업계를 돌아본다. 20-30년만 해도 우리는 도매와 소매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상생을 얘기했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이해하고 협조했었던 것이다. 소매업주들도 하나의 협회로 힘을 모아 뒤처진 상인들을 도우려 노력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매업계도 소매업계도 모두, 선두 업체들이 크게 앞서가면서 전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큰 가게 경영자들은 작은 가게 경영자들을 외면하고, 큰 사업가들은 작은 사업가들과 격을 달리하려 한다. 올챙이 시절을 잊고, 모두가 제 혼자 가기에 바쁘다.

망원경으로 세상을 보면 도토리 키재기일 뿐이다. 소크라테스 앞에서 그리스 대부호가 땅 자랑을 엄청해댔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대부호 앞에 세계지도를 펴놓고, “그러면 네가 가진 땅을 이 지도에서 표시를 해보라” 고 응수했다. 땅부자는 아무 말을 못했다. 크게 가진 자, 이룬 자들일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큰 성취도 크게 보면, 별게 아니라는 교훈 또한 여기에서 얻을 수 있다. 함께 가는 무리의 물결이 도도해질 때, 그 속에서 자기의 성취도 더 크게 인정받는 법이다.

“앞서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우리 B/S 업계가 지금 새겨야 보아야할 교훈이다. 조강지처(糟糠之妻)는 지게미(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와 쌀겨로 끼니를 이어가며 함께 고생한 아내를 일컫는다. 그런 아내와 인생 끝까지 함께 하며 이룬 성취야말로 진정한 성공이다. 20-30년 전을 돌아보라. 우리 모두 힘들게 함께 했었다. 어찌 어찌해서 뒤처진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힘들어 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 가려는 배려심 속에 진정한 성공과 성취의 보람이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함께’ 가 더 큰 물결을 이룰 때, 그 속에서 자신의 몫도 더더욱 커질 수 있다.

가난한 친정을 둔 필리핀 며느리와 함께 하는 시어머니의 배려과 애정이야말로 위대한 삶의 정신이고, 위대한 인생을 만들어 낸다.
동물의 세계는 탐욕 그 자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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