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메켈슨 & 타이거 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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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월드골프계에 큰 사건이 하나 터졌다. 우리업계에 비유 하면, 수십년 한 지역을 독점해 온 A가게 옆에 B가 막강한 자 금을 바탕으로 아주 큰 가게를 새로 차리고 들어온거다. 그것 도 A가게 직원 여러명을 큰 돈으로 빼가기까지 했다. A가 반 격하면서 윤리/도덕성 논란이 불거지고, 명분론으로 맞서며 양자간 피터지는 전쟁이 펼져지고 있는 꼴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구체적으로 말 하면, 정권 실세인 왕세자가 ‘LIV’ (로마문자로 ‘54’이며 54 홀 을 의미함)라고 명명한 프로골프 월드투어사를 창립하자, 백 년이 넘게 전세계 프로골프계를 독점해 온 미국 프로 골프 협회 ‘PGA’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도 PGA를 격분케 한 것은 PGA 덕에 돈과 명예를 함께 거머쥐었던 백인들의 골프 영웅 필 메컬슨 선수가 왕세자로부터 수천만불의 돈을 받고 LIV창립을 주도하고, 17명이나 되는 PGA선수들까지 LIV투어로 이적시키는 배신을 때린 것이다.

PGA는 필 메켈슨과 17명의 선수들을 징계로 맞섰다. 선수들 은 반발 했고, 찬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다수의 프로골프 선수들은 “스포츠는 스포츠”라며 PGA의 조처가 메컬슨을 ‘왕 따’시키기 위한 것 이라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 타임즈 칼럼리스트 폴 크루그만이 논쟁에 끼어 들었다. 크루그만은 타임즈 칼럼을 통해서 수년 전 사우디 왕세자가 저지른것으로알려진언론인 (카쇼기) 암살사건을 상기 시킨다. LIV 창립 목적은 왕세자의피 묻은 손을 돈과 언론 홍보로 세탁하기 위한 것 이라고 단정한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협조하고 나선 행위는 돈이면 양 심은 물론 자기 영혼까지도 팔아먹는 소위 ‘Sellout Culture’의 세태의 단면이라고 개탄한다. (‘Sellout’이란 우리 같은 장사꾼들에게는 “팔아넘긴다”는 뜻이지만, 옥스포드 사전은 또 다른 의미로 “돈을 목적으로 타인에 대한 (도덕적)원칙이나 손상은 고려하지 않고 벌이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정의 한다.)

이 사건의 핵심은 배신에 대한 응징이 아니라는 것이 크루그만의 주장이다. 메켈슨 선수 등에 대한 ‘왕따’라기 보다, 오늘날 수많은 미국의 엘리트들이 넘어서 서는 안되는 선, 즉 도덕과 윤리의 기준 을가지고있지않다는데더큰문제가있다는것이다.전직대통 령도고위관료들과기업인들도돈만되면외국정부나기업의앞 잡이가 되는 세태가 개탄 스럽다는 거다.

나는 크루그만의 주장에 일면 동의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순수해야 할 스포츠가 점점 더 돈으로 오염되는 세태가 슬프다. 명예, 성실, 진실, 그리고 인권 같은 공동선의 사수자로서가 아니라, 가질 만 큼 가졌으면서도 황금에 눈이 멀어버린 일부 스포츠 영웅들의 과 욕이 무섭다. 왜, 우리 아이들의 영웅 들로서 롤모델 이어야 하니까. 물론,LIV의탄생이경쟁의장을넓혀골프계가더크게발전할수 있는 계기도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면서 골프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면이 다. 하지만 LIV 사태에서 우리가 분명히 목격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Blood Money 라도 환장한 영웅들이 있는 반면 이를 단호히 거절한 영웅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이를 분명히 기록해 둘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드는 “LIV 시리즈로 옮긴 선수들은 지금의 그 들을 있게 해준 곳에 등을 돌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 이미 많은 돈을 받은 (이적) 선수들이 (연습) 훈련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겠는가?” 덧붙였다. 타이거 역시 LIV로부터 10억달러라는 상상도할수없는거액을제안받았으나단번에거절한것으로알 려졌다. 타이거가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 주었다. 누가 시대의 진정 한 영웅으로 기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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