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 가발 역사박물관 설립을 추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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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히트를 쳤던 코미디 영화 벤 스틸러 주연 “박물관이 살아있다”, 언제 봐도 재미있다. 모두가 잠든 순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동물, 조각품, 역사적 인물들이 살아나 활동하는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동화적 상상력을 그린 이 영화는 박물관의 존재의미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박물관에서는 역사가 되살아난다.”(영화대사) 박물관 소장품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주는 타임머신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박물관은 오늘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에게 지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영화는 특히 박물관의 이미지를 바꾼다. 차갑고, 근엄하고, 권위적 이미지를 벗겨낸다. 옛 환상을 즐기는 곳이다. 우리생활 공간에 판타지를 선사한다.

1년전 우연히 <한국미용박물관>(미박美博)을 견학한 일이 있었다. 광주시 전남대학교 정문 앞에 세워져 있다. 재미가 여간 아니었다. 미용관련 고품들은 물론 헤어스타일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고려시대 벽화 속 여인들부터 조선시대 여인들의 헤어스타일의 아름다운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 놓았다. 머리카락으로만 제작된 세계 유일의 여왕관(대수大首)은 동 박물관의 최고 보물이다. 미박美博은 초등생, 대학생들까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머리카락예술의 신비” 등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을 즐기는 곳이기도 했다.

미박美博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미박에 미주뷰티서플라이와 가발 역사박물관을 추가로 담아보면 어떨까? 가발은 1960년대 한국 10대수출품 1호였다.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이 가족의 생계를 잇기 위해 자신들의 머리칼을 길러 팔았던 것이다. 수많은 재미한인유학생들이 가발판매로 학비를 벌었다. 미국에서 뷰티서플라이사업을 한인들이 개척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가발업계 거장 (주)코리아나의 전병직 회장이 내 아이디어에 적극 지지해 주셨다. 용기를 얻었다. 미박의 관장도 쌍수로 동의하셨다. 이제 가발업계와 뷰티서플라이업계 동지들의 동참만 남았다. 한국정부 지원도 요청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박(美博)은 수많은 관람객들이 다녀간다. 우리 미주뷰티와 가발업계의 피와 땀 그리고 성공의 역사를 생생하게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가발제조업계의 거장들의 얘기, 뷰티업 개척사, 가발디자인/수입/도매업체/소매업계의 희로애락의 기록을 담고, 동시에 다양한 고품과 도구들이 전시될 것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우리 2-3세들은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 자신들을 희생한 부모님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더불어 725만 해외동포사회에서 그룹으로 유일하게 성공한 재미뷰티업계의 존재를 한국 사회에 부각시킴으로써 국내뷰티업계와 재미뷰티업계를 연결하는 창도 되어줄 것이다. 동남아시장을 석권한 “K-Beauty”가 재미 6천여 뷰티서플라이 스토아 유통망과 연계가 된다면 한국뷰티산업의 미국시장진출은 물론, 우리 뷰티서플라이업계의 염원인 주류시장 진출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뷰티에 대한 특별한 감각이 우리민족의 DNA에 담겨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옛 조상들의 모습을 보라. 엄청난 고난의 삶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품위와 격조를 잃지 않았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이 이를 알려준다. 한국인이 전 세계 뷰티산업을 주도할 것이라 믿는 이유다. 아모래 화장품이 이미 삼성 핸드폰 매출을 넘어섰다고 한다. 조만간 미국에서도 우리 뷰티상품과 서비스가 미국주류시장을 석권할 것이다. 뷰티업계 2세 사업가들에게 거는 기대이기도 하다. 미박美博 내 가발관과 미주뷰티서플라이사업 역사관이 촉매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자기 모습을 예쁘게 치장하는 미용은 일상생활의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다. 미박美博이 이런 기쁨을 더해 줄 것이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보다 더 재미나는 공간이 될 것이다.

<가발관>과 <뷰티서플라이 역사관>이 있어 관람객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감만족 테마파크, 그저 지나가는 구경꾼이 아니라 뷰티를 체험하고 일상의 미(美)적 호기심을 더더욱 자극하는 재미있는 학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욕심일지 모르지만 상상의 나래는 즐겁다. 나는 재미뷰티업계에 반평생을 바쳤다. 이제 칠순의 나이다. 여생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그간 체험하고 관련했던 뷰티/가발의 역사를 박물관에 기록해 두고 싶다. 우리 업계에 대한 나의 마지막 봉사다. 함께해 주시면 좋겠다.
(참여 전화 314-704-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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