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불어 닥친 강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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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나간 여름은 온 세상을 강타한 살인적인 더위였다. 지구 곳곳에 묻혀 있던 빙하가 녹아 내려 지구를 점점 잠식하며 인류세계를 수면위로 위협해 오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우리를 위협하는 태풍이나 허리케인, 최근에도 플로렌스가 동부 바닷가를 강타하여 인명 피해와 많은 물질적 피해를 입혔다. 우주에 떠도는 어느 행성도 가까운 미래에 추락하면서 언제 어느 곳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며 인류사회에 걱정거리를 안겨 주고 불안하게 겁을 주고 있다.
그 뿐이랴! 지구 온난화로 빚어지는 바이러스는 점점 강해져서 슈퍼슈퍼 병균을 만들어 내고, 핵 없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던 시나리오는 여전히 인간사회를 위협하는 무기로 자리 잡고, 불안 불안한 사회질서에 못 미쳐 정신을 놓고 사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화구도, 현실의 급급한 변화만큼 인류를 마구 흔들어 대는 좀비 영화들까지 점점 인간을 힘없고 유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쥐구멍에 볕들 날도 생기는 것 같다. 고국은 남과 북이 소통을 하면서 두 정상이 만나서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 소식은 언제 들어도 우리 이민자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 주는 친정이야기다. 글로벌 경제가 어렵다며 아우성이 지구 곳곳에서 들려오는 반면, 이런저런 것들을 피해 나만 살아 보겠다며 사막의 땅 밑에다 93제곱평방미터(28평형)의 집을 지어 놓고 그런 재난의 날을 기다린다는 얌체 부자들이 사회의 원성을 듣고 있다. 그것도 불안하다며 최근에는 뉴질랜들의 사막을 사서 지하에 묻혀있던 집을 통째로 옮겨 가고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소식도 우리들을 소름끼치게 한다.

그 또한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참고 견디겠지만 우리 뷰티 산업에도 그런 얌체족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무너져 버린 자유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서로를 보호해 주던 시절은 다 지나가고 점점 미국화가 되어 버린 뷰티 산업, 그래서 무엇을 성취하였는지 모르겠지만 힘없는 민초들 눈에는 오히려 위험도가 더 높아 보인다. 눈앞의 이익만 보고 이루었던 그런 형태의 시장 경제가 언제까지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이미 무너질 대로 부셔져버린 우리 뷰티 업계가 갈대로 가버린 막다른 골목 시장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들린다.

시장 동태를 살피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방문 해 보는 대형 체인 마트의 쉘브는 무너져 버린 유통 질서를 틈타 갈 적마다 전문 뷰티 스토어 쉘브에 있어야 할 제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 속이 많이 상하기도 한다. 가격을 비교 해보고 도매상보다 가격이 낮으면 거기서 사 다 팔기도 한다. 새 상품 만들어 우리들의 스토어에서 테스팅을 마치면 누구랄 것 없이 체인 스토어를 넘보며 진열되기를 원하는 뷰티제품회사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왠지 씁쓸하다.

누누이 말하지만 헤어도 마찬가지이다. 제 3국인 스토어만 들어가면 가격이 곤두박질을 치게 되는데 당장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어느 기간이 지나면 그 제품이 사라져가야 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닌가? 물량 면에서 대단 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만큼 위험한 도박은 없을 것이다. 자유경쟁을 외치면서 평준화 시켜버린 업계에 또 다른 바람이 불지 말란 법은 없겠다. 그 바람이 멀지 않은 곳에 진을 치기 시작하였다는 소식이다. 살랑살랑 가을에 불어 올 갈바람이 아니고 뼈가 시리도록 아픈 돌풍으로 다가 온다면, 그 동안 소매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자유경쟁의 바람이야기는 달라 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얄미운 고객들이 부쩍 늘어났다. 몸체(머리카락)는 어디에서 샀는지 바늘과 실, 글루만 사 가는 얌체 고객들도 미워 죽겠는데 계속 이어지는 글로벌 경제 악화와 제도권 변경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하는 우리 업계의 숨을 직접적으로 조여 오고 있는 검은 그림자. 말도 많았고 사건도 많았던 중국의 대형 헤어업체 R사가 기어이 우리의 목전 앞에다 발을 들여 놓고 헤어 시장을 강타 해 보려고 준비를 한다는 소식이다. 중국 헤어 업계에 R사만 있겠는가? 몇 년 전, 상해 헤어 쇼를 참관하고 중국 헤어 회사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쇼마다 참관하는 중국 헤어 회사가 늘어나고 바이어들도 다양한 민족들이 직접 와서 대량으로 물건을 사고 있음도 보았다. 최근에 자주 스토어로 걸려오는 “헤어 사세요” 라는 낯 선 목소리들과 이메일 광고지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요소요소에 진을 치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수 없이 많은 헤어회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유 경쟁? 우리도 해 보자며 미국을 점령 해 버릴 것만 같은 생각은 유독 나만 느끼는 걸까? 벌써 R사는 전국에다 거미줄처럼 소매 점 망을 쳐 놓고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현실이 저만큼 다가 왔다. 그 소용돌이가 얼마나 셀지는 예측할 수 없겠지만…조용히 지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맥 놓고 기다리다가는 우리 밥그릇이 통째 날아갈지도 모른다. 강풍을 막아 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너진 유통질서 다시 정립하여 우리만의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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