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고객서비스, 흑인 사회에서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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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one likes Mr. Kim

1980 – 90년대 한인과 흑인 지역사회 간에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지면서 많은 미국 미디어가 한인업주들의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보도를 하였고, 이로 인해 두 인종간의 대립이 사회적으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가게 안에서 일어나는 한인업주들과 흑인 손님들간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이들의 실제 관계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너무나도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최근 뷰티서플라이 내에서의 일상대화에 대한 연구가 한 국제학회에서 발표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개최된 제 66회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 컨퍼런스에서 “Everyone likes Mr. Kim” 이라는 제목으로 한 한인 박사 과정생이 발표한 이 논문은 업주들이 손님과 흔히 경험하게 되는 대화들을 녹취하고 분석, 어떻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1세대 이민자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흑인커뮤니티 안에서 손님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고, 또 이것이 어떻게 한인주도적인 뷰티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미국사회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뷰티서플라이 안에서 손님과 업주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통해 장기적인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으며, 특히 업주 가족과 손님 가족 간의 세대를 잇는 관계를 통해 성공적인 사업이 가능했음이 밝혀졌다. 또한 한인 소유의 뷰티서플라이가 위치해 있는 지역사회들이 비교적 흑인인구와 저소득층의 비율이 높은데, 연구된 케이스에서는 업주가 이 지역사회의 문화와 경제적인 이슈들을 잘 이해해야만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 경우 미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스킬을 배워 이용하기보다 오히려 업주들에게 익숙한 한국의 “단골” 장사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연구된 케이스에서는 업주나 점원이 계산대 앞에서 가격과 구입물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가족관계를 잘 기억하고 있다가 안부를 묻는다거나 손님과의 사이에서 오래전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기억해내 흥미로운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업주와 손님은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오랜 이웃으로서의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해가고 이를 통해 가게안의 분위기도 상승되었다.

또 흥미로운 것은 한인업주들이 오랫동안 알고지낸 손님의 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해 외상을 주거나 할인해주는 단골장사 방식의 접근이 흑인 손님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형성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에게 관대하게 대하는 이러한 태도는 흑인사회에 뿌리 깊은 개신교 전통과도 잘 맞아 지역사회 내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연구는 밝혔다.

미국사회에서 흑인 여성들의 헤어와 스킨은 역사/문화/경제적으로 큰 함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 흑인들이 아니라 한인 이민자들이 주도해온 뷰티업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따라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지느냐에 따라 한인들의 성공적인 사업은 미국 사회 내에서 갈등의 단초가 될 수도, 함께 나누는 또 하나의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본 연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는 뷰티업계에서 한인 업주들이 보다 긍정적인 관계형성을 위해 애쓰고 있음을 학계에 알렸으며, 기존의 편견과는 달리 한인과 흑인들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기보다는 공통적인 관심사와 개인적인 관계를 통해 조화로운 지역사회를 형성에 기여하고 있음을 밝힌 데 큰 의의가 있었다.

이 연구를 발표한 조사라 씨는 현재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과정중이다. 미국내 한인이민자들과 흑인 직원/손님 간의 대화방식을 관심 있게 연구하고 있으며, 흑인 뷰티서플라이 매장에서 1년여 간 일한 경험을 통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글_Sarah Cho | sarahcho@umass.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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