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업가와 장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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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에 떠 돌아 다니는 어느 글에서 이런 대목을 읽었다. 장사꾼과 사업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1. 사업가는 사업을 시스템으로 본다. vs 장사꾼은 사업을 눈앞의 돈으로만 본다.
2. 사업가는 1억을 투자해서 10억 벌겠다는 마인드가 있다. vs 장사꾼은 1억이 아까워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는다.
3. 사업가는 열매를 얻기 위해 씨를 뿌리지만, vs 장사꾼은 열매를 얻으려고 바구니를 챙겨온다.
4. 사업가는 파이를 키우는데 관심이 있다. vs 장사꾼은 내가 먹을 파이만 관심이 있다.
5. 사업가는 장사란 말을 싫어한다. vs 장사꾼은 본인이 사업가란 사실을 모른다.
6. 사업가는 자신이 프로 장사꾼이라고 생각한다. vs 장사꾼은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이라도 챙기려 한다.
7. 사업가는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 vs 장사꾼은 방법은 중요치 않고 결과만 중요하다고 본다.
8. 사업가는 남의 이목을 고려한다. vs 장사꾼은 남의 이목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9. 사업가는 전문지식습득에 투자와 공을 들인다. vs 장사꾼은 공부와 담을 쌓는다.
10. 사업가는 노후에 편안한 삶을 꿈꾼다. vs 장사꾼은 죽을때까지 장사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11. 사업가는 전문가를 알아보고 대우해준다. vs 장사꾼은 자기가 최고의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12. 사업가는 명예를 지키려한다. vs 장사꾼은 돈을 지키려한다.
13. 사업가는 거래 이후까지도 생각한다. vs 장사꾼은 거래이후에는 그리 중요치 않다고 본다.
14. 사업가는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친다. vs 장사꾼은 동네를 상대로 장사한다.
15. 이 가운데는 무늬만 사업가가 있는가 하면, 동네장사라 하더라도 사업가의 마인드가 있어 사업가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언젠가 이 글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 해 보았다. 둘 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우리는 장사꾼인데 내심 사업가라고 우기며 살았다. 장사꾼의 ‘뭐는 개 도 안 먹는 다는데’ 장사꾼이 되려면 철저한 장사꾼이 되어야 한다. 장사꾼 눈앞에는 언제나 현실이 그곳에 펼쳐져 있다.
장사꾼의 입에서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새빨간 거짓말? 장사가 안 된다 안 된다 하면서도 10년 20년 이어 가는 장사꾼이 우리들이 아닌가?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정말 장사가 어려워 그런 새빨간 거짓말도 하얀 거짓말이 되었다.

우리도 일하는 시간의 반의 반 정도쯤 스토어에 두고 살아 온 지난 15여년에 최근에는 K도 스토어 옆으로 임시 사무실을 두고 나름 스토어 업그래이드에 만전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장사꾼은 아닌듯하다. 오히려 여러 가지 뒤집어 놓은 일로 직원들이 힘들어 한다.

장사꾼의 안목은 그저 빈자리 없이 가득 채우고 그 물건이 팔려 나가면 즐거움이고 행복일텐데 그의 마인드는 장사꾼 장터에 어울리지 않는 우비를 입혀 놓은 사업가의 모습이랄까? 어느 대 선배님이 가르쳐 주신 ‘꾼의 마인드는 한 뼘의 빈자리를 비워 두지 말고 무엇이든 채우는데 있다’라 했는데 K는 자꾸만 사업가의 마인드를 스토어에다 고집을 부리니 직원들과 마찰도 생긴다.

최근 이 지역에서 소문난 제 3국인의 스토어에 관하여 우리 고객에게 물어보았다. 왜 그 스토어가 인기가 많을까요? ‘그 스토어에 가면 없는 것 없이 다 있어요. 전문 뷰티 스토어라기보다는 만물상이랄까요. 심지어 아이들 유니폼과 이. 미용사들의 가운, 아이들 장난감과 롤러 브레이드까지 있으니까요. 알다시피 우리가 사는 지역에는 여러 면에서 열악합니다. 우선은 각자의 삶에 자동차가 없어서 멀리 가지 못하고 그저 버스나 전동차를 이용하는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장난감을 사 주고 싶어도 차가 없어서 멀리 다니지를 못하니 걸어서 가는 거리에 가서 살 수 밖에요. 그래서 인기가 있다고 봅니다’ 한다.

그렇지. 우리는 ‘전문 전문’만 외쳤지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장사꾼의 마인드를 잊고 살았다. 동네 스토어는 만물상이어야 한다. 이미 만물상이라 생각했는데 역부족이다. 사실 도매상에 있는 상품을 보면 우리 스토어에 와 있는 것은 아마도 1/3 정도일 것 같다.

상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그냥 만들어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연구하고 조사하여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다 가져오지 못한다. 우리도 철저한 장사꾼이 되어 한 뼘의 자리라도 비워두지 말고 채워서 조금이라도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들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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