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섬유사업본부 박재용 대표 인터뷰/ 한국 대기업 태광산업 “가발원사 제조 & 뷰티 시장 진출” 재미한상이 주도하는 뷰티업계 새로운 도약의 신호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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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송 기자

 

박재용 대표는 한국의 굴지의 대기업중 하나인 태광 산업의 섬유사업본부 대표이사다. 그의 누님(박경희) 이 데이톤 오하이오에서 뷰티서플라이사업(Beauty Zone Plus)을 하고 있다는 것, 알고 보니, 박 대표의 매형 진주환씨의 외삼촌이 20년 전 작고한 고 배준 석씨(Essence Beauty 창업자)였다.

고 배준석씨는 미국에서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을 사실상 최초로 오픈한 분으로 우리 뷰티업계의 원조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오하 이오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뷰티서플라이사업에 눈을 떴다. 미주 미용재료상업인협회(NBSDA) 이사장을 역임하며, 협회의 틀을 세 우기도 했다. 당시 오하이오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있었던 진주환 씨가 고인이 된 삼촌의 비즈니스를 10여 년간 돕다가 후에 독립 했다고 한다.

운명이었던 것일까? 박재용 대표는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 고, 태광의 섬유사업본부를 이끌면서 그의 누님이 미국에 이민 가 서 생업으로 종사하고 있는 미국의 뷰티업계에까지 문을 두드리 게 되었으니 말이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우연이고 인연이다. 태광의 미국 뷰티시장 진출 소식은 재미 뷰티업계 한인 동포들에 게는 너무도 기쁘고 또한 큰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발사업을 시 작으로 60여 년, 이민자의 땅에서 피와 땀으로 이룬 뷰티서플이 사업, 이미“민족사업”으로서 당당히 내세울 수 있을 만큼 재미 한인 동포들은 거대한 비즈니스 호수를 구축해 놓았다. 하지만 아 직도 대부분의 소매점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매상 들 역시 미국 주류업계에 비하면 자본이 취약하다. 태광의 진출이 우리 업계의 새로운 도약의 신호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태광과 같은 대기업이 조그마한 시장에 왜 들어오게 되었는가 무 엇보다도 의문이 들었다. 이를 박 대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동포사업인들과 데이터 베이스 구축, 뷰티사업 경영 현대화에도 도움 줄 것

“서구의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대기업들의 발원지도 대부 분 섬유였습니다. 삼성의 제일모직과 제일합섬, 그리고 효성을 비롯 하여 저희 태광도 섬유로 성장한 기업이지요. 태광은 6·25동란 중 부 산에서 첫 공장을 설립, 지난주가 창립 71주년이었습니다. 한국의 산 업 발전의 궤적을 보면 특히 섬유로 출발, 점점 고부가 가치의 제품을 생산해, 지금은 반도체, 휴대폰이 대세가 되고 있어요. 섬유업을 회사 의 모태 사업이면서 아직도 중심사업으로 삼고 있는 태광산업의 경 우는 입장이 좀 다릅니다.

섬유사업의 다변화 및 고부가 가치 제품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었지요. 보통 섬유 하면 의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의류는 이미 중국과 경쟁이 워낙 심해져 있고, 그런 상황에서 의류 중심의 섬 유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야 하는가 생각해 보게 된 것이지요. 돌 파구를 찾았습니다. 친환경 사업 쪽으로 가자는 거죠. 최근에는 친환 경이 들어가지 않으면 사업하기가 힘들어진 상황이 되었어요.

즉 탄소 중립, 배출 절감, 유해가스 절감 등 친환경과 관련된 사업들 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게 충족되지 않으면 사 업이 더는 확대되거나 영위되기가 힘든 여건이 된 거지요. 친환경이 라는 모토 하에, 산업용으로서 모토 그리고 뷰티를 생각하게 되었습 니다. 사람이 예쁘고 좋은 옷을 입으려 하는 끊임없는 욕구 그게 모든 뷰티산업의 원천이지요. 그런데 한국은 인건비 등 모든 것이 비싸요. 돌파구로 삼고자 스터디를 한 결과 뷰티 분야의 가발 시장이 의외로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맞는 숫자인지 모르겠으나 인모 포함해서 4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개별산업의 덩치 로 봐서도 꽤 크고 매력적인 시장으로 판단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특정 용도의 시장을 뚫고 들어갈 때 10 Billion 달러 가 안 되는 시장이 많은데, 400억 달러면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 진 시장이에요. 저희도 카네카론처럼 헤어 원사를 만들어낼 수 있 는 아크릴 원사 생산력을 애초부터 보유하고 있었고, 아크릴 섬유 에서 출발, 원료가 되는 아크릴로니트릴까지 생산하는 화학 공장 에 투자했기 때문에 수직 계열화되어 있는 생산 체인을 이미 가지 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크릴은 과거에 스웨터, 담요, 카페트 등을 만드는 용도였 는데, 폴리에스터나 나일론에 밀려서 시장이 많이 수축하였어요. 따 라서 대안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옆을 돌아보니 이름은 좀 다르지 만, 모다크릴(아크릴의 일종)이란 소재가 있더군요. 우리가 잘하고 이미 밸류체인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다 제조공법만 아크릴과 좀 다 른 제품을 이미 그 이전단계까지 보유하고 있었어요.

다시 말하면 아크릴 섬유를 이미 제조하던 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옮겨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던 것입니다. 가발업계 사정을 들여다보니 이미 카네카론이 원사 메이커로써 플레이하고 있지만, 사실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카네카론에 의해서 시장이 약간 통제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 니다. 카네카론이 제한된 생산 능력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잠재수요 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이런 이 유로 이 산업에 무엇인가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보았어요. 진입한 순간 글로벌 넘버2가 되는 경우는 잘 없지 않습니까.” 박 대표는 글로벌 넘버2로 가발원사 시장에 진입, 시장 확대에 이바지하 겠다는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흑인뷰티서플라이시장은 해마다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서플라 이 규모나 숫자, 그리고 수요 모두가 그렇다. 재미한인들이 이 시 장의 문을 열고, 주요 서플라이어로서 시장을 주도한 이래, 창업주 로서 이미 1세대가 뷰티업계의 기반을 확고히 닦았다면, 이를 기반 으로 차세대가 새로운 경영 노하우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또 한 번 의 도약을 실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다시 말하면 데이터베 이스 구축과 특히 경영의 현대화를 급진시킨다면, 이제 흑인 뷰티 시장을 뛰어넘어 주류 뷰티시장까지도 넘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 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넘버2로서 R&D투자와 함께 시장 확대에 기여하겠다

일본의 가발원사 메이커 카네카론 그리고 가발업계 재벌 Aderans 가 이미 수십 년 전 미국에 진출, 전미국가발시장을 주도하고 있음 을 고려하면, 태광과 같은 대한민국 대기업의 진출은 비교적 늦은셈이다. 하지만 재미한인상인들이 구축해 놓은 흑인뷰티시장의 유 통망이 확고하므로 태광이 이를 최대한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가발 업계뿐만 아니라 미국의 뷰티시장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박재용 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저희 태광이 첫 단계 가발원사 시장 진입을 위해 우선 1만 2천 톤 규모로 시작하는데, 우리가 하는 행동 과 전략에 따라서 전체 시장이 바뀔 거라 믿습니다. 전체 가발 시장 에서 모다크릴이 일부지만 저희가 시장 구도를 잘 만들고, 우리 소 비자들이나 중간 벨류체인에 있는 우리 동포들을 포함한 많은 분들 한테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활약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시장은 더 커질 것입니다.

반면, 이미 카네카론이 5~6만 톤 장악하고 있는 원사시장에 우리가 겨우 1만 톤 정도 얹어 놓는 것에 만족한다면 더불띠기 (표준어:덤) 역할로 제한 되겠지요. 따라서 가발이라는 소재에 대해서 누가 심각 하게 연구개발을 하고, 성능이든 촉감이든 가공성이든, 가능한 모든 것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더욱 좋은 조건으로 거래하고 구매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저희 미션일 것입니다.

이런 걸 사실은 누가 할 수 있는가가 문제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는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중심이 되어서 끌어왔기 때문에 그 역할이 한계가 있었을 것입니다. R&D라는 건 기본적으로 큰 투자가 필요한 데, 저희 태광이 여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매출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정보의 중요성이지요. 저희가 비록 늦게 진입 했지만, R&D를 기반으로 시장 트렌드를 잘 읽어서 소비자들이 원 하는 것을 인 타임에 제공하는 것이 저희가 할 역할일 것입니다. 그 렇게 하겠습니다.” 박 대표는 태광이 정보망을 구축하고 R&D에 장 기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태광의 진출이 시장 확대에 가져다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다음과 같 은 설명으로 덧붙였다.

“새로 진입하는 처지에서 저희가 강점으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제 품이 글로벌리 유통되고, 확대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최소한의 경쟁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상식적인 시장도 커질 수 가 있고, 서로 경쟁하면서 제품도 좋아지기 마련이고 새로운 차별 화된 제품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카네카론의 일인 독주 시대였으 니까, 다른 제품이나 성능이 추가로 부가된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욕구가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치열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 진 입하는 처지에서 간절하므로 카네카론을 뛰어넘기 위해 뭐든 사력 을 다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머리카락에 항균 기능을 넣는다든지 색상도 좀 다양하게 만든다든지, 카네카론과 물질은 같지만, 단면이나 표면처리를 차별 화해 인모에 조금 더 가까운 성능의 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그래서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뭔가 참신하고 부가적인 아 이디어를 낼 수밖에 없어요.

지금 우리가 손에 쥔 뭔가 확실한 핵무기가 있는 것은 아닌데, 그 길로 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R&D에 투자를 하고 있어요. 카네카론도 경쟁적으로 R&D에 더 투자하겠지요. 손안에 있는 시장 이고, 들고 있는 떡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할 겁니다. 그들도 아직 겪어보지 못한 경쟁을 해야겠지요. 우리가 들어섰으니 그쪽도 노력 해야 할 거란 말입니다. 하다못해 바이어들에게 가격을 경쟁력 있 게 주든지, 조금 더 물량을 여유 있게 주든지, 그동안 생각을 안 해 왔던 부분을 개선하면서 시장에서 버티기 위해 여러 가지 행동을 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소비자입니다. 우리가 새 로 들어가면 가격이 올라가는 일도, 성능이 떨어지는 일도 없을 것 입니다. 같은 가격이라도 품질이 좋고 성능이 좋으면 그게 대중화 될 거고, 결국은 시장의 발전과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효과 가 나타날 겁니다.”

태광의 진출이 가져오는 또 다른 뷰티업계의 플러스 효과는 무엇일 까? 재미 한인 상인들은 물론 뷰티서플라이 시장에 대한 이미지 상 승에 태광이 이바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박 대표에게 제안 겸 그의 의지를 물었다.

“좋은 제안이시고, 지적입니다. 한국기업의 CEO들에게 무엇이 가 장 큰 고민인가 물어보면 아마 절반 이상이 ‘E.S.G’에 대한 것일 것입니다. Environment(환경), Social Responsibility(사회적 책임), Governance(지배 혹은 관리)라는 말인데,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는 거지요.

특히 지배(Governance)구조의 모호함이나 독점적인 지위가 악용 되는 경우들이 있어 이를 투명하게 하자는 거지요. 그리고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 이런 게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이걸 공공 연하게 기업마다 평가하고 순위를 매깁니다. 그러니 기업들의 소비 자 인식이 과거와는 다르지요. 정보들이 너무나도 투명하게 유통되 고 있고, 그 회사가 뭘 잘하고 못하나, 환경적으로 무슨 리스크를 갖 고 있는지, 안전사고는 얼마나 나는지, 이것들을 다 통계화해서 이 미 모든 대중이 같이 보고 있어요. 외국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뭘 할 거냐? 우리가 공해를 만들지 않겠다. 이산화탄소 배출 량을 줄이겠다. 탄소 총량규제를 받기 때문에 이건 무조건 법규상 으로라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다음에 사회적 책임 또한 뭔가 다해 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저희도 이제 예를 들어 급여가 나오면 끝자 리를 모아서 불우아동들을 지원한다든지, 대부분 기업이 우리 불우 아동이나 장학재단이나 이런 것들을 통해 사회공헌을 이미 시작했 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만약’이 아니고 ‘머스트’죠. 미국 사업 진입 초기부터 고민해서, E.S.G를 늘 염두에 두면서 우선 현지 동포들의 조언을 받아, 또는 협력하여 장학사업이든, 불우이웃돕기든, 어떤 형태로든 기여를 시도하겠습니다. 사업을 안착시킨 후, 우리 사업의 볼륨이 커지게 되면 그때 뭔가 고민하는 것보다 지금부터 노력하도 록 하겠습니다.” 박 대표의 이런 언질을 들으며 기쁘기 그지없었다. 우리 뷰티업계에 진입해, 돈을 벌어가면서도 아직도 그런 흔적을 크 게 남긴 업체는 없었기 때문이다. 코리안 기업은 뭔가 다르다는 걸 미국 사회에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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