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대형 몰에 가게를 오픈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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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스토어 일이 익숙해 갈 때 K는 또 다른 일을 구상하고 있었다. 대형 백화점 mall은 어떠한지 스토어를 열어 보자고 했다. 그로부터 대형 mall 조사가 들어갔다. 스트릿트 mall과는 다르게 계약 조건도 많이 까다로웠고, 영업시간도 스트릿트 mall과는 많이 달라 쉽지는 않았다. 지역 인구 분포가 백인 55% 흑인 45%가 산다는 지역 대형 mall을 물색하여 매일 사전 답사를 했다. 2주 정도 사전 답사를 한 후 계약을 했다. 기간은 3년으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K도 직접 경험을 해 본다면서 벽을 붙이고 플로어 스탠드를 만들면서 못에 찔리고 팔이 부러지는 일도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스토어가 완성되었다. 일본에 있는 막내 시동생에게 이 스토어를 맡겨보려고 연락을 했더니 쾌히 승낙을 했다. 일본의 사업을 정리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오겠다고 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우리는 그가 오기 전에 완벽한 스토어를 만들어 보려고 애를 써서 꾸몄다. 상품 진열에서부터 보안시스템, 컴퓨터 pops 시스템까지 마무리를 하고 오픈을 했다. 상품도 기존의 스토어 물건보다 훨씬 좋은 상품을 골라 구입하여 백화점식 스토어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들어오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홍보 부족인가해서 그로서리, 지역 신문에도 광고를 해서 알렸다. 여전히 찾아오는 고객의 숫자가 적었다. 그래도 ‘칼을 빼 들었으니 썩은 호박이라도 한번 찔러 봐야지’ 하는 심정으로 mall의 룰에 따라 스토어를 운영했다.

한 가지 뒤 늦게 발견한 사실은 Mall에 오는 고객들은 이미 예쁘게 치장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거나 놀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 늘 바삐 사는 우리와는 다르게 그들에게 남는 것은 시간뿐인데 몰에 와서 킬링 타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이쇼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특히 뷰티스토어에서 파는 물건이 무거운 케미컬이어서인지 약품 쪽은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다.

전략을 바꾸어야했다. 쇼핑백도 일반 스토어처럼 검은색이나 흰색으로 사용하지 않고 예쁘게 디자인하고 컬러풀하게 만들었다. 점점 무거운 케미컬 종류를 줄이고 고급 머리카락과 가발, 일반 잡화에 주력을 했다. 그래도 투자한 만큼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또한 대형몰이라 안심을 했지만 좀도둑도 여전히 신경 쓰였다.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소형 몰이든 대형 몰이든 마찬 가지였다.

경영 미숙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재미를 보지 못한 대형 mall 장사였다. 우왕좌왕하는 동안 어느새 3년의 계약 기간이 다 되었다. 더 이상 미련 없이 접고 싶었지만 그래도 스토어를 꾸미느라 애쓴 것이 아깝다면서 3년을 더 연장계약해서 장사를 했다. 6년 기간이 지나가도 스토어의 상황은 호전되지 않아서 결국은 문을 닫고 말았다. 그 이후 대형 몰 스토어에 관한 기대를 접게 되었다.

이곳 도매상에서 새로운 상품 구매에 한계를 느끼고 시카고에 있는 도매상 밀집지역으로 상품구매처를 넓혔다. 새로운 상품을 좋아하는 나는 시카고를 오가는 길을 즐겼다. 아침 일찍 출발해 5시간을 달려가서 4-5시간동안 구매를 하고 5시간을 달려 귀가했다. 도매상이 많으니 입맛대로 구매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미니 밴 속 의자를 다 비우고 그 공간이 부족하리만큼 물건으로 가득 채우고 또 채워도 구매욕심은 더 커 갔다. 팔리고 안 팔리고는 차후 문제였다. 물건구매에 재미가 붙으면서 손실과 이득을 따질 줄도 알게 되었다. 내남없이 장사꾼들의 셈은 한푼 두푼 단단하다. 당일치기를 하면 좀 더 이문이 남을 것이나 하룻밤을 자고 나면 별로 남는 이득이 없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일치기를 많이 하게 된다. 쉬지 않고 운전하다보면 특히 한밤중에 얼마나 졸음이 몰려오는지를 운전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나마 누가 조금씩 운전이라도 해 준다면 좀 수월하겠지만 혼자 다닐 경우는 정말 죽을 맛이다. 밤이 깊어 갈수록 발부터 잠을 잔다는 것을 알았다. 점점 멍해져가는 발과 다리, 페달을 밟는지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졸음을 쫓아보려고 허벅지를 꼬집어보기도 하고, 노래를 크게 틀어 따라 부르기도 하며 잠을 쫓기도 해 보지만 그럴 때는 휴게소(rest area)에서 잠깐 붙이는 잠이 보약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토어 물건을 사러 장거리 운전을 한다. 장거리 운전하던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사고를 낸다고 했다. 어느 분은 눈길을 달리다 미끄러져 낭떠러지에 차가 굴렸다. 사람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나더러 조심하란다. 어느 분은 한여름 더운 날에 장거리 운전을 하는데 자동차의 에어컨디션이 고장이 나는 바람에 자동차 안이 너무 더워서 더 이상 달려가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 하이웨이 갓길을 걸어 민가로 가는데 저만큼에서 예수님의 형상을 보았다고 했다. 작열하는 태양열 때문에 목이 마르고, 눈앞이 아른 거리는데 물병을 들고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이 얼마나 반가웠으면 예수님의 형상으로 보였겠냐며 알고 보니 주변에 있는 성당의 신부였다고 했다.

조수석자리까지 물건을 가득 채우고 자동차 뒷부분도 보이지 않을 만큼 물건을 실어다 스토어를 채우고 나면 마음이 부자가 되는 것만 같았다. 물건이 많으니 매상도 그만큼 올라서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비즈니스를 왜 예전에는 몰랐을까? 처음시작 했을 때는 한숨만 절로 나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장사꾼이 되어 장사의 묘미를 점점 느끼게 되었다. 새 스토어에 정신을 팔려 1호점 스토어의 계약 기간 5년이 끝나 가는 줄도 몰랐다. 건물주가 보낸 편지에 의하면 계약기간이 거의 끝났으니 한 달 안에 스토어를 비우든지 렌트 비를 배로 올려서 계속 사용하든지 결정하고, 그러기 위해서 먼저 $5000을 은행에 입금하라고 했다. 물론 이 돈은 별일이 없으면 차후에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렌트비가 갑자기 배로 상승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 스토어를 탐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리겠다는 렌트비를 받아 들여 그 자리에 그대로 장사하게 된다면 아무리 장사가 잘된다고 해도 그것은 건물주를 위한 평생 머슴 노릇만 하게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옮기기로 하고 매일 시간만 나면 자리를 보러 다녔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렌트비를 조금만 올려 달라고 사정도 해 보고 잘 아는 전 시장을 비롯하여 검사 친구들까지 동원을 해서 사정을 해 보았지만 이곳의 흑인 최고 갑부인 건물주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였다. 거의 체념을 하다시피 한 어느 날 출근길에 허름한 건물하나가 눈에 확 들어 왔다. 그야말로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길 건너에는 버스 터미널만 있을 뿐인데 모험을 해 보는 수밖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그것이라도 감사하며 세일 사인에 적힌 대로 전화를 했다. 세일 사인을 내 건지 이틀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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