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이 만난 사람들> 달라스 지역 뷰티서플라이 경영인들
“은퇴 준비는 투명한 스토어 운영부터….”
달라스지역을 돌아보았다. “경쟁이 심하다” “점점 힘들다” 이곳도 모두 비슷한 얘기들이다. 현재 120여개 스토어들이 경쟁하고 있다. 예전에 150개 정도였는데, 숫자가 줄어든 게 아니라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작은 스토어들은 묶어 통합했기 때문이다. 서부지역 스트리트몰에 위치한 한 스토어를 들렸다. “이 스트리트에 가게가 3개였는데, 최근 5개로 늘었어요. 이제는 제 가게가 제일 작아요.” 8천 스퀘어 가게도 작단다. 계속 대형화는 진행중이다. 작은 스토어 옆에는 큰 가게가 들어오게 되어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심지어는 같은 쇼핑몰에 더 큰 스토어를 오픈하고 들어선 경우도 있다. 그래서 쇼핑센터의 경우 할 수 없이 기존 스토어들은 옆 공간을 터서 사이즈를 더 늘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방어하자면 울며 겨자 먹기다.
대형화만이 생존의 유일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상승하는 임대료 &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20여년 가까이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Y사장을 만나 보았다. 대형화 경쟁보다는 이제는 스토어들끼리 연대 & 협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해보았다.
잘하고 있는 스토어를 중심으로 서로 협업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특히 당신처럼 은퇴의 나이에 있는 분들은 자기 스토어를 잘하는 분에게 맡기고 주식을 받아 노후를 즐기는 방안도 있지 않겠나?
신뢰의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사꾼”으로 뛰어난 분들은 있다. 그런데 리더쉽은 발휘하지 못한다. 이유는 자신의 눈앞의 이익만을 집착하기 때문이다. 나도 은퇴의 나이이기 때문에 그런 걸 생각해 본다. 그런데 과연 내가 키를 넘겼을 때 내 스토어를 정당한 가격으로 쳐줄 것인가 의문스럽다.
Q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투명하고, 정당한 가치가 합의가 된다면 할텐가?
나는 안한다. 왜냐? 나도 25년 장사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나름대로 비즈니스 가치를 검증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합리적 검증방법이 객관화, 수치화가 공인되어 있지 않다. 그동안 우리가 스토어를 적당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온 결과다. 나의 노후를 믿고 맡기기에는 너무나 위험성이 크다. 특별히 신뢰도가 높은 업계 리더가 있다면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흑인 직원 고용, 이제 심각하게 고려해야…”
Q 그렇다면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는 분들이 상당수인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나는 우리 업계 스토어들이 이제부터라도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집을 사고 팔 때, 은행융자를 안고 한다. 우리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은행에서 비즈니스를 담보로 융자를 해줄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스토어를 투명하게 만들어 놓으면, 스토어들을 사고팔기가 쉬워질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재고의 현실화가 중요하다. 실제 재고가 100만불인데 장부상에 30만불이라면 은행에서 누가 융자를 해주겠는가?
Q 은퇴준비가 바로 그것인가?
그렇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누가 100만불의 현금을 주고 이 비즈니스를 매입할 것인가? 누구든 희망자가 씨드머니만 가지고도 은행융자를 받아 비즈니스를 인수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갖추어 놓아야 한다. SBA론은 모든 사람들에게 오픈되어 있는데도 이런 걸 우리가 쉽게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 가치도 우리가 국세청에 투명하게 신고하는 대로 하나의 부동산처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내 마음부터 투명해야 이것이 가능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해나가야 한다.
Q 누가 달라스 지역에서는 스토어운영을 제일 잘 하나?
단연 Jenny Beauty다. 아마 미 전국에서 제일 잘한다고 본다. 경영자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뛰어나다. 첫 창립자(이종욱사장)는 출중한 비즈니스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뒤에 참여한 사촌형(유석찬사장)은 이 사장을 보완하여 잘 가다듬어, 말 그대로 협업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었다. 3개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두 분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의 경쟁자 매스체인점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대와 협업 뿐...”
Q 그렇다면 Jenny가 달라스 소매업계에는 많은 자극제가 되었겠다.
물론이다. 지향해도 좋을 모델이다. 앞서가는 사람들이다. 내 머리로 짜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 되면 흉내라도 낼 수 있고, 쫓아는 가야할 게 아닌가.
Q 이제 스토어에서 일하는 직원문제도 해결해야할 중요한 문제가 등장했다. 당신 가게는 흑인 직원을 쓰나?
흑인직원이 있다. 한인 직원들에 비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는 있다. 그러한 문제들은 우리 스스로가 감당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삶의 문화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우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우리들처럼 한꺼번에 다양한 일을 해내는 멀티 플레이어들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 스토어의 일터가 상당히 힘든 편이다. 월마트나 월그린에서 일하면 같은 임금을 받고도 자기가 맡는 일은 단순하다. 주어진 업무가 잘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품 판매, 재고정리, 상품 오더…등 다양한 일을 구분 없이 누구든 상황에 따라서 매니저가 요청해면 해야 한다. 그게 그들에게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월마트 경우는 그렇게 다양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 점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능력 있는 흑인 종업원들은 우리 매장 같은 데서 배워 더 좋은 직장을 찾아 나선다.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 매장의 경우 흑인 직원의 주요업무는 손님들과 놀아주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찾아오는 손님을 접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이 이를 보고 밤낮 놀기만 한다고 오해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우리 같은 스토어는 그렇게 놀아주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한인 직원들이 못하는 일을 흑인직원들이 해주고 있지 않나. 우리가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흑인 직원들을 고용해야 한다. 영어를 못하는 한인 직원들은 몸으로 일하고 영어가 되는 흑인직원은 말로 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 Y사장으로부터 아주 귀한 얘기를 들었다. 소매업계 내에서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 자주 만나 연대하고, 희노애락을 나누는 모임도 있었다. 이 모임에서 기자에게 사업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좀 해달라기에 협업 &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했다. 우리의 최대 경쟁자는 이제 매스체인점들이다. 대형자본가들이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대 & 협업밖에 없다. 그리고 같은 업종에서 연대하면서 좋은 친구로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는 만나면 나눌 수 있는 비즈니스 언어가 있고, 생활이 비슷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달라스지역은 히스패닉계 손님들을 위한 제품들도 구색이 많이 갖추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