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 같지 않은 “잇따른 의류 소매업체 파산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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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임대료 상승, 온라인 쇼핑몰 성장, 빠른 패션 트렌드의 변화가 주원인

지난 2년 동안 아메리칼어패럴, 퀵실버, 퍼시픽 선웨어, 내스티 걸, 웨트 실 등이 줄줄이 파산보호 신청을 낸 가운데 지난 7월 12일 아동복 체인으로 유명한 짐보리가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350여 개의 매장을 닫기로 하는 등 의류업계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의류소매업체의 도산은 유통환경과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주원인으로 뽑히고 있다.

유아적 디자인 유지로 외면받은 ‘짐보리’

파산보호신청을 한 짐보리(Gymboree)의 채무액은 10억~1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짐보리의 파산 원인은 쇼핑몰의 포화와 임대료 상승, 가열된 온라인 시장 등으로 경쟁력이 지속해서 약해진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0-12세까지 주 타깃 고객층임에도 각 연령대에 맞지 않게 주 고객인 1-4세 사이의 유아적 디자인을 12세 제품까지 적용한 것이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즉, 각 연령대에 맞는 상품개발이 필요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또한 제품의 브랜드 가치나 품질에 비해 높은 가격도 한 요인이었다.

합리적인 소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트루릴리젼’

짐보리의 파산에 앞서 7월 5일에는 고가 청바지 브랜드인 ‘트루릴리젼(True Religion)’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연예인 청바지로 명성이 높았던 트루릴리젼은 한 벌에 2-3백 달러의 디자이너 청바지를 판매하며 200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2008년 금융 위기를 극복하면서 2013년에는 매출이 5억 달러에 육박하는 등 급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주 고객인 젊은 층의 소비패턴이 합리적으로 변화하면서 고가 청바지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가성비가 뛰어난 저가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구매처가 바뀌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 한 ‘파파야’

포에버 21과 함께 한인 의류업계를 대표하던 파파야(Papaya)도 파산보호 신청을 내 한인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파파야는 한때 미 전역에 16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패스트패션을 지향하며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공급했지만, 과도한 매장 임대료가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더해 극심한 경쟁으로 매출은 감소했으나 임대료 등의 고정 비용은 많이 증가해 수익구조가 악화한 것. 다행히 앞으로 임대료를 낮추면 회생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온라인 쇼핑으로 고객을 빼앗긴 ‘에어로포스테일’

2016년에 파산한 에어로포스테일(Aéropostale)은 아베크롬비, 아메리칸이글과 함께 3대 캐주얼 의류 브랜드로 꼽히며 10대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청소년과 저소득층이 주 고객으로 이들의 구매 채널이 온라인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에어로포스테일의 주 고객들은 브랜드의 가치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의류제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가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대거 온라인 매장으로 옮겨갔다. 이로 인해 지난 2012년 22억9000만 달러에 달했던 매출은 2015년에는 15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만을 공급하는 ‘자라’

그러나 반대의 사례도 있다. 패스트패션을 대표하는 자라(Zara)의 성공은 고객의 니즈에 부합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많은 의류업계 전문가들은 자라의 성공 요인을 ‘빠른 생산과 판매’에 더해 ‘마케팅 비용의 절감’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자라는 자사의 성공 요인을 ‘고객이 원하는 옷을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라는 최고수준의 물류시스템과 온-오프라인인 멀티채널과 빅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해당 제품을 누구보다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잘 읽은 ‘아마존’

온라인 의류업체들의 거센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업체들의 가장 큰 단점은 ‘입어보지 못하고 구매’하는 것.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교환’과 ‘반품’ 그리고 ‘환불’이 자유롭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구매 후에 반품이나 교환을 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아마존(Amazon)의 ‘사기전에 입어보기(try-before-you-buy) 프로그램’이다. 즉 실제 돈을 지급하지 않고 3~15개의 의류를 한꺼번에 주문한 후 집에서 입어보고 원하는 옷만 구매하는 방식으로 구매하지 않은 옷을 아마존으로 돌려보내기만 하면 끝이다. 아직 이 서비스가 실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의 사기전 입어보기 서비스가 온라인 의류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 힘들다”면서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뷰티서플라이 업계 의류업계와 상황 다르지 않아

더 이상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뷰티서플라이 업계의 어려움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아직도 많은 뷰티서플라이 매장에는 10여 년 전 제품들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공급업체들은 실제 소비자의 니즈와 상관없는 제품들을 쏟아낸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우리 업계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소비자의 성향이나 유행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파산은 당연한 결과다. 특히 헤어시장은 의류 시장보다도 유행의 변화가 극심하다. 지금까지 유명 스타일리스트나 블로거, 유튜버 등 소셜미디어가 유행을 이끌고 공급업체에서는 트렌드세터들이 만들어낸 유행에 따라가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제품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뿌려지는 시점이 되면 유행이 끝나 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유행을 따라가는 제품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헤어 공급업체들은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트렌드세터(trend setter)들 보다 먼저 만들어 소비자들의 유행을 이끌어 내야하고, 아울러 소매업계는 이런 제품들을 찾아내는 안목을 키워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헤어 공급 업체의 입장에서 본다는 유행을 선도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즉 예측한 결과가 빗나가면 큰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년 이상의 제품 개발 경험과 마케팅 노하우에 비추어 본다면 시장을 선도해 나갈 능력은 이미 충분하다. 꾸준한 시장 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환경은 물론 트렌드 변화를 선도하는 모험이 도-소매 모두에게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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