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눈물로 만들어진 ‘가발’ 싸구려 취급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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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상사 (주) 인도네시아 가발 제조 공장을 가다

지난 4월 한국 가발제조업체 미성상사(주) 인도네시아 공장을 직접 견학했다. 헤어피스 공장과 부레이드 공장은 별도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수카부미(Sukabumi) 지역 가발 공장은 현지 근로자 2,500명이 일사불란하게 쉴 틈 없이 작업하는 장면이 놀라웠다. 공장대표 김병철 사장(73)이 작업현장의 모든 공정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었다.

“가발 생산 현장을 봤다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판매하지 못할 것”

가발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나이 어린 여성들이었다. 머리칼을 직접 손으로 심는 과정 중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심은 머리칼이 쉽게 풀리지 않게 매듭을 짓는 일이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아야할 정도의 작은 머리칼을 심는 손놀림이 쉬지 않는다.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 성과급을 받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주어진 목표를 초과달성하면 달성한량 만큼 월정기본급에 추가 시켜 월급을 지급한다. 태만하게 일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근로자들은 작업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인도네시아 음악을 들으며 일하고 있었다. 드문드문 다른 컬러의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있었다. 파란색은 반장이고, 분홍색은 inspector 그리고 빨강색은 품질관리직원이다. 가장 많은 색상의 그린색은 정규직 생산 근로자이고 보라색은 보조 능률직 근로자라고 한다.

점심시간에는 회사 주변 거리에 이동식 식당들이 떼를 이룬다. 한꺼번에 많은 근로자들이 음식을 사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김병철 사장은 미성상사에 입사해 가발제조업에 종사하며 한국, 아프리카. 인도네시아로 옮겨 다니며 50여년을 한 직장에 몸을 바쳐왔다. 본지에 회고록을 연재하고 있는 코리아나(주) 전병직 사장과는 미성의 직장 동료다.

“빠른 트렌드 변화로 대량 생산을 위한 과감한 투자 어려워”

김 사장은 젊어서 일에 미쳐 결혼도 늦었다고 한다. “일하느라 서른다섯에 장가를 갔어요. 결혼식이 3시인데 1시까지 공장에서 일하다 식장으로 서둘러 갔었지요. 당시에는 하는 데까지 해보자며 정말 사명감을 갖고 일을 엄청나게 했답니다. 힘들다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가발 공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김 사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예측해 제품 생산 계획을 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발 공장은 사업계획을 세우기가 무척 힘들어요. 계획보단 고객의 요청에 따라가게 됩니다. 가발산업은 패션산업입니다. 그래서 트렌드에 따라 변화해야 하고 사업계획을 숫자로 계획하기가 힘들고 그간 경험으로 감을 갖고 추진해야함으로 과감한 투자가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견학도중 완제품 겉 4면에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현장을 지나게 되었다. “보십시오. 일거리가 점점 많아져요 이것도 바이어들 측에서 요구하는 사항입니다. 창고에서 어느 방향에서도 쉽게 제품의 내용을 알아보기 쉽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이런 작업도 수작업으로 밖에 할 수 없지요. 한-두개야 쉽게 할 수 있지만, 수천 개씩 그것도 바이어마다 요구조건이 달라 7-8개의 스티커, 바코드를 붙여야합니다”

“가발 생산 단순하지 않아…고도의 기술력과 생산 공정필요”

인모가 아닌 신세틱(Synthetic) 제품의 경우도 제조과정이 참 복잡하다. 컬을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 파이프에 감아 건조기에 세팅한다. 컬 패턴마다 공정이 다르고, 원사마다, 또한 원사의 믹스 정도마다 건조기 세팅온도를 달리해야한다.

가발은 어린 여성 근로자들의 구슬땀과, 경영진들의 밤낮을 잊은 수고로 만들어진다. 놀라운 집중력과 인내력 그리고 복잡한 공정을 거치는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되어 만들어 진다. 그런데 미국의 판매 현장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미국에서는 가발이 때로는 싸구려 넥타이 하나 값도 안 되게 팔린다. 기계로 찍어내는 일반 상품들처럼 판매해 버리기 때문이다. 제조 공장 현장을 방문해 본 사람 이라면 그렇게 쉽게 싸구려 취급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인모제품의 경우 원모 큐티클 염산 처리를 한 후, 색깔별로 구분해 내고, 0.08mm 가는 머리칼을 한 올 한 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네트켑에 모발을 심는다. 지루하고 눈이 피곤한 작업이다. 숙련도는 가발제작에 있어서 절대적이다. 손들이 쉴 새 없이 혹사당하며, 목과 허리통증 등 고질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가족의 생계는 물론 자녀교육을 위해 오래토록 힘든 것도 잊고 일하고 있었다. 이들의 수고를 생각해서라도 미국시장의 리테일 가발판매 가격은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기회였다.

1992년부터 가동해온 PT미성 인도네시아 공장은 김병철 사장의 열정과 땀으로 시작, 지금까지 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깨끗한 공장주변 그리고 멋진 정원이 인상적이다. 동 공장은 지금까지 질적인 면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 만큼 가발제조에 관한 오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미성상사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품질’”

“위치상 자카르타 근교에 있다 보니, 인도네시아 지방에 있는 공장들에 비해 인건비가 높아 경쟁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잘 훈련된 숙련공들이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어서, 품질은 자신 있게 보증합니다” 김 사장은 어려운 상황에도 공장을 풀로 가동하는 이유를 높은 품질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공장 가동 한계 때문에 거래하지 못했던 중소 바이어들의 오더도 요즈음은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분들이 기존 바이어들 못지않은 패션 감각과 사업적 기동성이 있더군요. 저희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며 경쟁력 보강을 위해 지방도시(뿌르발링가, Purbalingga)에 하청공장 운영을 시작 했다고 덧붙인다.

미성상사 (주)는 1967년 창립, 한국에서 가발 공장을 가동하다 세네갈, 토고, 남아공,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에도 법인을 세워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PT 미성인도네시아 공장은 자카르타 근교 수카부미(Sukabumi)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기차로 6시간거리인 중부자바 족자, 뿌르발링가 지역엔 (주)성창과 보양 등 다른 한국 가발 제조업체들이 소재하고 있다. 그 밖에 보보사리, 사다르다, 반자르 등지에도 자리한다. 자카르타 보다 인건비가 반 정도 저렴한 실정이라고 한다.

[MINI INTERVIEW | 김병철 사장]
“가발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숙련공이 하루 이상 머리칼을 심어야”

A. 모든 제조과정이 수공 인가요?
Q. 그렇습니다. 미싱으로 할 수 있는 Cap. Weft. Post 미싱 부서도 있지만, 일반 봉재와는 달리 개인별 숙련이 필요한 준 수작업이라 할 만큼 섬세한 손동작이 필요한 작업들입니다.

A. 근로자들이 눈이 아프도록 일을 하고 있네요. 한 숙련공이 하나의 가발을 만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 인가요?
Q. 식모하는 완수제 제품의 경우 하루 또는 이틀이 되어도 1개를 완성하기 힘든 제품들도 있습니다.

A. 한사람의 숙련공을 만들기 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Q. 개인별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2년가량 숙련이 필요한 편입니다.

A. 가발 하나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공정과 시간은 또 얼마나 됩니까?
Q. 10가지가 넘는 공정을 거쳐 약 20여일 걸리지만 투입부터 포장완성까지 공정조화를 위해 보통 40일 정도를 선적기간으로 예측하게 됩니다.

A. 제조 원가가 얼마나 되기에 우리 소매상들이 $10-30 이라는 상식 이하의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까요?
Q.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기가 막힙니다. 넥타이 하나 만들어 팔아도 이 정도는 훨씬 더 많이 받습니다. 생각하면 억울하기 짝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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