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역사의 달>, 그림 하나로 보는 ‘민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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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강렬하게때로는 은은하게 우리의 감정을 터치하는 그림들이 있다얼마 전 <뉴욕타임즈>가 소개한 그림 하나가 그랬다아마도 흑인들만큼 지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린 사람들도 없었을 거다이 그림이 그때 그려졌다고 한다.

하늘에서 네 사람의 영웅이 바이든을 포옹하며 기뻐하는 해리스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기자의 설명에 의하면화가는 구름 속에 흑인 정치인이자 인권운동가였던 흑인 고존 루이스 하원의원(아틀란타)과 또 다른 흑인 고엘리자 커밍스 하원의원(매릴랜드)을 먼저 그렸다그리고 며칠이 지나서여성 및 소수인권 옹호자였던 고루주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을 하늘에 추가했다그러더니 애리조나주()가 민주당 승리로 공식 발표되자생전에 트럼프의 인종주의와 맞섰던 공화당 고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추가로 그렸다고 한다

완성된 그림은 첫 여성첫 흑인 부통령을 탄생시킨 역사적 순간을 극적으로 묘사한 것이다매케인 의원이 추가된 이유도 설명한다. “애리조나주가 민주당 칼러로 변하는 것을 보고 고매케인의 반응을 저 너머에서 느낄 수 있었다.“, “흑인들에게 희망이 필요했다.”는 화가의 말도 덧붙였다더불어흑인들은 하늘을그리고 자기들의 영웅들을, “()을 정복하는 선()의 심볼로서 기리는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다며 이런 그림이 흑인 커뮤니티의 민속(民俗)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한다

그렇다길거리나 지하철 벽에 그려져 있는 흑인 영웅정치인인권운동가운동선수예술인들의 모습은 흑인들의 아픔과 자부심의 심볼이다꿈을 이루어주고 한()을 풀어준 고마운 사람들이다그들이 남다르게 스포츠와 대중문화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 역시 이런 한()풀이와 꿈의 연장이다흑인영가 등 민속 음악에서부터 가스펠불루스재즈소울, R&B, 펑크힙합수많은 장르의 대중음악도 그들이 당한 억압에 대한 한()의 표현이다

우리의 <아리랑>도 그런 한()의 소리다. 1천번의 중국의 침략으로 1천년의 엄청난 긴장 속에서 살육당하고 빼앗기며 살았던 우리의 민족의 애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흑인의 영가 <깊은 강>도 그렇고대기근을 시작으로 200년간 수백만이 아사(餓死)했던 아일랜드 민족의 <오 데니보이>도 모두가 쌓이고 쌓인 서러움으로 슬프고 슬퍼서 응어리가 된 한()의 숨소리요 민속이다.

이달은 <Black History Month>워싱턴 스미소니안 박물관을 비롯 전국적으로 다양한 흑인문화를 주제로 행사가 펼쳐진다그들이 살아온 얘기에 흠뻑 젖어 보라동병상련(同病相憐), “Misery loves company” “같은 병자(病者)끼리 가엽게 여긴다.”는 말이다공동 운명체그들이 우리고 우리가 그들이다그들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누구든 우리를 이해하려면 우리의 <아리랑>에 담긴 애환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듯이 말이다우리 한인사회도 그들의 문화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협조하면서 그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이계송 <뷰티타임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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