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人] 내 말이 맞잖아! “사회 증명”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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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임에 참석해서 여러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과감하게 한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반응은 싸늘했다. 이런 순간에는 누구라도 위축되고 기가 죽을 것이다. 그 순간 인기가 많은 한 친구가 의견에 동의하며 좋은 아이디어라고 한다면? 바로 상황이 역전되는 일이 벌어진다.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인간은 누구나 집단의 흐름을 크게 거스르지 않는 한에서 살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수많은 크고 작은 집단은 각자 그들만의 사회적인 규율과 규범이 있다. 새로운 상황을 만나 불안감을 느끼는 가운데 우리는 집단 지성, 집단 의견에 행동이나 생각을 맞추고자 한다. 사회적 동조(conformity)의 종류인 사회 증명(social proof)은 소비자들 사이에 무엇이 최신 유행인지, 어떤 제품이 핫한지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불안한 상황에서 적응하는 법

사회 증명이라는 용어는 심리학자 Robert Cialdini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Influence)에서 쓰인 뒤 널리 퍼지게 됐다. Cialdini는 한 호텔에서 실행한 실험을 예를 들며 사회 증명을 설명한다. 어느 호텔에서 투숙객들이 수건을 재사용할 수 있게끔 독려하자는 문구를 만들고 있었다. 이때 단순하게 “수건을 재사용합시다”라는 문구보다 다른 투숙객들은 수건을 재사용했다”라고 쓸 때 재사용률이 올라갔으며, 또한 “여기 묵었던 다른 투숙객들은 수건을 재사용했다”라고 썼을 경우 수건 재사용률이 가장 높았다. 다시 말하면 수건을 재사용하는 것이 사회적 규범이라는 것이 명확하면 사람들은 그 행동을 따르는 양상을 보였다.

Cialdini 이전에도 사회 증명에 관한 연구가 있었다. 터키의 사회심리학자 Muzafer Sherif는 1935년에 자동운동효과(Kinetic Effect)를 사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피험자들은 어두운 방에 멀리 떨어진 불빛을 응시하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실 레이저로 쏜 이 불빛은 움직이지 않지만, 안구와 주변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때문에 사람의 눈에는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피험자들에게 이 불빛이 얼마나 이동했는지 질문했을 때 대부분 비슷한 수준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그다음 날 여러 사람이 똑같은 실험에 동시에 참여했을 때 피험자들은 대부분 함께 실험에 참여한 조력자(같은 피험자라고 소개를 받았지만, 사실은 연구원과 조력하고 있는 배우들)들의 응답에 맞춰서 대답했다. 다시 말해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불빛이 움직였다고 하며 자신의 응답이 집단 내 응답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끔 답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날마다 이런 사회 증명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코메디 프로그램의 웃음트랙(Laugh Track)이다.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웃음 포인트가 나올 때 미리 녹음해놓은 관객의 웃음소리를 틀게 되면 시청자들도 덩달아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방청객에 미리 배우를 섞어놔 웃긴 장면에 과장된 웃음과 동작을 하게끔 하는 방법도 있다. 이럴 때도 관람객들은 배우들의 웃음소리에 동화되어 해당 장면이 더욱 웃긴다고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생물학적으로 우리는 사회적 동화 현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하품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모방, 또는 미러링(Mirroring) 행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설이 있지만, 학자들은 사회적인 집단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런 사회 증명을 사용한다고 한다. 집단 내에서 동화되어야 소위 말하는 “따돌림” 현상을 피할 수 있으므로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 증명은 불안정하거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동될 확률이 높다. 쉽게 말해서 낯선 상황 속에서 주변 사람들이나 대중의 집단지성을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더 안전하거나 효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할 수 있다.

집단의 방향성, 누가 제시하나?

사회 증명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으며 개인의 무의식에 깊게 내제된 만큼 현대 사회에서는 강력한 마케팅 도구로써 사용된다. 가장 최근 사회 증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신규 마케팅 방법이 바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다. 인플루언서들의 성공 여부를 대변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 바로 팔로워나 구독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따르는 인플루언서는 그만큼 대중적이며 해당 집단의 규범을 잘 대변한다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나와 동질감을 느끼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옳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며 그들이 사용하는 제품, 소개하는 상품들에 대해 호감을 느끼게 된다.

인플루언서 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 마케팅도 이런 대중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 좋아요가 많고 댓글이나 글이 많을 때 믿음이 가고 신뢰할 만한 브랜드라고 느껴진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즐겁게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된다. 특히 여기에 긍정적인 리뷰,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컨텐츠 등이 합세된다면 이 브랜드는 사회적으로 증명이 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특히 신생 브랜드에게 이런 소셜 미디어 마케팅이 효과적일 수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사용할 기회가 없으며 기존 유통망에 진입하기 어려운 관계로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은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사회 증명 마케팅은 전통적인 판촉, 광고업계에서 오랫동안 사용돼왔다. 치약 광고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 “10명의 치과의사 중 9명이 추천한다”도 이런 사회 증명을 사용하는 것이다. 단순히 “가장 많이 팔리는” 또는 “베스트셀러”라는 문구도 이에 해당된다. 책의 뒤쪽이나 제품 포스터에 소비자들의 리뷰나 의견이 실리는 이유도 이와 같다.

긍정적인 사회적 평판을 쌓는 것이 중요

현대사회가 신용 사회라고 하지만 사실 사람 간 신뢰와 믿음은 시대를 불문하고 비즈니스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현대와 같은 대규모 생산 사회에서 소비자들은 그럴싸해 보이는 제품과 서비스에 지쳤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지만, 생각보다 제품이 좋지 않아 실망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인플루언서, 소셜 미디어 마케팅도 이제는 “믿고 거르는” 현상도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집”들이 가장 맛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회 증명을 통해 브랜드의 팬이 된 사람이라면 타 제품보다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구매를 정당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낮은 퀄리티를 경험하면 실망해서 오히려 안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사회 증명을 통한 마케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퀄리티가 따라줘야 한다. 어떻게 보면 품질이 좋은 제품은 자연스럽게 사회 증명이 될 수 있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들도 현재처럼 물건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에는 똑똑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제품을 구매하는 스토어의 입장에서도 이런 사회 증명의 함정을 피해갈 필요가 있다. 평판과 리뷰가 중요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선택해서 좋은 품질과 가격 효율을 제공한다면 스토어도 자연스럽게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타고 사회적으로 증명된 스토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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