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마음에 드는 제품만? 팝업 그로서!

0
최근 리테일과 마케팅업계에서 팝업 스토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팝업스토어 또는 팝업 리테일이라고도 불리는 이 리테일 개념에는 마치 팝업 북(Pop-up book)을 읽다가 일러스트가 독자를 향해 뛰어오르는 것 같이 없는 듯한 곳에서 튀어나온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인터넷 세대는 웹사이트와는 별개로 잠시 뜨고 사라지는 팝업창을 연상할 수도 있다. 2000년대에 시작된 팝업스토어는 체험 위주로 변해가는 리테일 업계에서 점점 더 주목받는 중이다.
최근 뉴욕에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끈 팝업스토어가 있다. 바로 팝업 그로서(Pop Up Grocer)가 그 주인공. 온라인 쇼핑과 관련된 기술적 발전이 나날이 이루어지는 오늘날 이 작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오프라인 스토어를 사용해 차별화를 이루었을까?

POPUPGROCER-NYC

물건이 이거밖에 없다니?
뉴욕의 Bowery에 작은 슈퍼마켓이 열렸다. 하지만 여느 슈퍼마켓처럼 수많은 제품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맞이하지 않고 있다. 작지만 인테리어를 깔끔하고 모던하게 꾸민 팝업 그로서에는 많아봤자 수백 개의 제품만이 진열돼있다. 또한, 유명하고 모두가 아는 브랜드의 제품보다는 생소하지만, 최신 트렌드에 맞는 제품들을 진열해 놓았다. 팝업 그로서 매장에 들리면 최근 뉴요커들 사이에서 히트한 Nut Butter, 미역으로 만든 육포 Kelp Jerky, CBD를 원료로 만든 소다 등 기발하고 트렌디한 상품들이 고객의 이목을 끈다.

99%의 제품들은 여성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것으로 90% 이상이 비건 또는 유기농, 웰빙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팝업 그로서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전통적인 유통 과정을 따라 매장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먼저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D2C(Direct to Customer) 제품이다. 팝업 그로서는 수많은 D2C 제품 중 화제가 되는 인기 브랜드들을 선발해서 오프라인으로 가져왔다. 예를 들어 최근 많은 관심 받는 CBD 제품 중 흥미를 끌 수 있는 커피, 소다 등 이색 제품을 진열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소비자 입장에는 온라인에서 주로 판매되는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젊은 소비자들을 잡아라!
“요즘 Z세대들은 실제로 나가서 쇼핑하는 것을 싫어하잖아요.” 팝업 그로서 설립자 Emily Schlidt는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급부상하는 Z세대에게 초점을 맞췄다. “Z세대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쇼핑을 만들어보자. 이게 제 생각이었어요.” Z세대를 겨냥한 슈퍼마켓답게 팝업 그로서는 오프라인보다 오히려 온라인에서 더 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실제로 오프라인 마켓에 가기보단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매장과 제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팝업 그로서를 방문한다.

인스타그램 계정도 매우 잘 관리되어있어 회사가 추구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게끔 글과 사진을 올린다. 팝업 그로서는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만 공간을 임대해 슈퍼마켓을 운영한다. 그 대신 한 달이라는 임대 기간을 최대한 알뜰하게 활용하고 있다. 슈퍼마켓이 문을 닫은 뒤에도 매장에서 Z세대와 20-30 여성 소비자들이 열광할 만한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를 진행한다.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하거나 제조사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연다. 젊고 체험을 중시하는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 다음 팝업 그로서 매장이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POPUPGROCER-NYC

좋은 제품을 소개해줄 수 있는 허브로
얼핏 보면 팝업 그로서는 슈퍼마켓으로써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주고 판매 이윤을 챙긴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팝업 그로서는 브랜드와 소비자들을 맺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팝업 그로서는 그들의 타겟인 Z세대, 특히 여성 소비자들을 파악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품을 선별한다. 좋은 제품을 선별해 소개함에 따라 팝업 그로서의 안목과 브랜드 선택에 대해 소비자는 신뢰하게 되었으며, 역으로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팝업 그로서에 디스플레이를 부탁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례로 팝업 그로서에는 약 15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지만, 이들 모두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택된 브랜드들이다. 브랜드들은 일단 그들만의 스토리텔링이 자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스토리텔링과 제품이 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게끔 창의적이고 흥미로워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대로 여성 운영자, 비건 제품, 친환경 제품 등 제품군마다 다양한 요구사항들이 존재한다. 이런 혹독한 심사를 통과한 브랜드들은 팝업 그로서 인스타그램과 오프라인 슈퍼마켓에 진열됨으로써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된다.

온라인 태생 브랜드 – 팝업 스토어를 적극 활용하라!
팝업스토어를 통해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비단 슈퍼마켓뿐이 아니다. 패션과 뷰티 브랜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팝업스토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몰이나 백화점을 다니다 보면 이슈가 되는 브랜드들이 작은 스토어나 진열대를 놓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경험했을 수 있다. 이 중 최근에 Birchbox라는 온라인 구독서비스 브랜드가 대량 팝업스토어를 열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Birchbox는 화장품 구독서비스의 선구자격인 브랜드다. 유명한 브랜드부터 작은 부티크 뷰티 브랜드까지 Birchbox는 다양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소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 Birchbox는 Walgreen과 제휴를 통해 약 500개의 Walgreen 매장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게 됐다. 소비자들은 12월 말까지 다양한 브랜드들을 모아둔 Birchbox Beauty, Birchbox Grooming Box와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날을 셀 수 있는 Advent Calender 등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브랜드지만 소비자들과 좀 더 가깝게 소통하고 그들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Birchbox는 오프라인에서 판매와 홍보활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팝업스토어는 따로 장기간 임대계약이나 투자를 할 필요 없이 작은 코너만 만들면 되는 매우 유용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된 셈이다.

POPUPGROCER-NYC

소자본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마케팅 도구라는 것이다. 실제로 제품 판매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그것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자들에게 실제로 제품을 만져보고 써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팝업스토어의 특성을 살려 특정 고객층을 확실히 공략해 그들이 열광하는 제품을 적시에 제공해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한 아이디어다. 이렇게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다면 소비자들과 제조사 양쪽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생기는 것이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