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Gen Z, 뷰티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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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뷰티업계뿐 아니라 리테일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최신 트렌드의 중심에 Z세대(Gen Z)가 있다. Z세대 소비자들은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성중립(Gender Neutral) 쥬얼리’, 틱톡(TikTok) 쇼핑, 중고물품 재판매 등 주목받는 리테일 트렌드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Z세대의 ‘디지털 네이티브’ 성향이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주역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Z세대는 이전 그 어느 세대보다 그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마케팅 및 시장조사 전문기관 Y Pulse의 부사장 MaryLeigh Bliss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Z세대는 주목받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으며 오히려 사회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을 예상한다고 말한다. Z세대는 대형 브랜드에게도 그들의 주장을 서슴없이 전달한다. 자기주장을 겁 없이 표출하는 ‘당돌한’ 세대인 만큼 어느 한 주제에 대해서 일관성보다 다양성이 더 중요시된다.

이 말은 이제 ‘뷰티’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뷰티에 대한 의미가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뷰티에 대해 수용하는 다양한 태도와 자세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 인종, 민족성 면에서 가장 다양한 세대라는 평가를 받는 Z세대에게 있어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지켜져 온’ 서구적인 미의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시장조사 데이터에 의하면 Z세대 소비자 중 79%가 뷰티 브랜드들은 모든 피부톤을 위한 제품을 제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Z세대를 관통하는 포괄성
Z세대 소비자들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포괄성(Inclusivity)이다. 어떻게 보면 Z세대를 설명하는 가장 쉬운 단어가 바로 포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Z세대에게는 다양한 인종이나 외모뿐 아니라 이념과 생각 그리고 자세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다. 따라서 브랜드 또한 이들의 입맛에 맞춰 그들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꾸어가고 있다. 스킨케어 브랜드 Good Light의 대표 Michael Engert는 “Z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기업가치는 다양성, 포괄성, 지속가능성, 투명성 그리고 신뢰성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자신의 이념을 나눌 수 있는 친한 친구같은 브랜드를 찾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최근 ‘브랜드는 사람이다’와 같은 마케팅 포인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라고 Z세대 마케팅에 대해 일축했다. 대형 뷰티 리테일러인 Ulta Beauty의 마케팅 총괄 Shelly Haus는 Z세대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더 숭고한 가치를 찾기 때문에 “많은 업체가 패키지에 비건, 동물실험 반대 등 사회적 임팩트가 있는 라벨을 찾는다”고 전했다

젊지만 스킨케어에 관심 높아
비록 아직 주요 소비층은 아니지만, Z세대의 이런 움직임은 뷰티업계의 판도를 서서히 바꿔가고 있다. 외모를 포함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싶지 않은 Z세대 소비자들은 메이크업 제품보다 자신을 더욱 가꾸는 스킨케어, 헤어케어 제품을 더 찾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영향도 컸지만, 지난해 메이크업 제품 판매는 -34% 감소했으며 스킨케어(-11%), 헤어제품(-7%) 대비 매우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전인 2018년에도 NPD 시장조사 데이터에 의하면 화장품 판매는 -2% 감소세를 보였고, 고가 화장품의 경우 –4%의 감소세를 보인 반면 스킨케어 제품들은 2019년 기준으로 판매량이 5% 증가했다. 화장품 판매고가 서서히 감소하는 와중 립밤, 틴트 모이스쳐라이져, 셋팅 스프레이 등 ‘가벼운’ 제품군의 인기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었다.

 

 

메이크업에 스킨케어를 접목?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락다운’이 서서히 풀려가는 현재, 에스떼로더, 로레알 등 전통적인 메이크업 브랜드 판매가 오르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뷰티에 대한 의미가 재정립되어가면서 Z세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중소브랜드 제품 또한 새롭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뷰티 브랜드 Morphe의 모회사인 Forma Brand의 머천다이징 총괄 Eden Palmer는 소비자들이 점차 메이크업 제품에서 스킨케어 제품군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하며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의 피부에 대해 자신 있게 보여주길” 원하며 심지어 주근깨나 점 등도 ‘특징’이라고 여기며 숨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 브랜드들은 점차 ‘하이브리드화(Hybridisation)’를 진행하고 있다. 쉽게 말해 메이크업 제품에 스킨케어와 같은 기능성을 추가하는 것이 유행이다. Morphe의 Filter Effect Foundation, Hint Hint Skin Tint, 그리고 e.l.f. Beauty의 Camo Concealer 등이 대표적인 예.

이런 하이브리드 제품은 Z세대의 다른 욕구를 만족 시키고 있다. 바로 ‘가성비’에 대한 추구. 시장조사에 의하면 뷰티 소비자의 약 40%가 K-뷰티로 인해 유명해진 ‘10단계 스킨케어 루틴’을 따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같은 효과를 ‘더 적은 단계를 거치고’ 경험하고 싶어한다. Michael Engert는 “다용도 제품과 메이크업 단계를 줄이는 ‘스키니멀리즘(Skinimalism)’이 최근 대세”라고 하며 “소비자들은 더 적은 단계와 비용으로 더 많은 효과를 누리게 해줄 제품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군더더기’가 싫은 Z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는 브랜드들도 늘고 있다. Z세대를 겨냥해 런칭한 헤어케어 브랜드 Bread Beauty Supply의 대표 Maeva Heim은 “Z세대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낭비가 없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하며 “브랜드를 처음 만들 때 딱 필요한 것만 남기자는 일념하에 제품을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흥미롭게도 메이크업 중에 선전하는 품목은 개성이 돋보이는 컬러 화장품들이다. Morphe, e.l.f. Beauty와 Tarte 등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브랜드 모두 대담하고 눈에 띄는 색조 화장품이 주력 상품인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RSDI 리서치의 상임 리서처 Hanna Tales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메이크업은 순간의 기분과 느낌을 나타내는 도구로써 통한다고 설명하며 뷰티의 핵심에 ‘미’가 아닌 ‘자기표현’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미적인 기준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신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자신만의 방식을 표현
런던에서 활동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Min Sandhu는 색조 화장품과 짙은 라이너, 그리고 반짝이는 글로즈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최근 트렌드의 특징은 매번 바뀐다는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Z세대의 특징은 그들만의 루틴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감정에 충실하게 화장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화장법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고 그들의 성격과 기분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Z세대 소비자들이 셀카와 자신이 나온 사진에 ‘보정’을 하는 것도 더 이뻐 보이기 위함보다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부다. Z세대는 전통적인 화장 브랜드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깔끔하고 완벽한 룩’보다 자신의 단점마저 하나의 개성포인트로써 활용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심지어 ‘완벽한’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게 나오고 있다. Sandhu의 말을 빌리자면 Z세대 소비자들은 “주근깨, 상처에서 튼살까지 모든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있다”.

제품의 원료까지 확인하고 구매
그렇다고 해서 Z세대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나 노하우 등이 부족한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의 케이스다. 인터넷이 없는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이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지에서 필요한 정보를 족집게처럼 찾아낸다. 효율성과 가성비를 깐깐하게 따지는 Z세대의 입맛에 맞는 제품이 등장한다면 순식간에 틱톡, 인스타그램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급부상한다. 최근 10대 사이에서 ‘최애’ 아이템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Deciem의 The Ordinary 라인업이 좋은 예시다. 순식간에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 The Ordinary 제품들 덕에 최근 에스데로더가 100억 달러를 투자해 Deciem 지분을 구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Z세대 소비자들이 거의 ‘고문’ 수준으로 정보를 인터넷에서 짜낸다고 보고한다. 그만큼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하게 되면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말이다. Maeva Heim은 Z세대 사이에서는 각자 자신만의 뷰티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자부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Z세대 소비자들은 그들이 선택한 분야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Z세대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 5가지에서 10가지 재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리서치한 뒤 구매한다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재료와 공정과정에 대해 투명성 있게 공개하는 브랜드들이 신뢰를 받게 되며 이런 브랜드들은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게 된다. 더 나아가 브랜드들은 이를 마케팅 기회로 만들어 팔로워들에게 재료에 대한 보다 더 전문적인 정보를 교육하면서 더 깊은 관계를 쌓아갈 수도 있다.

일례로 10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코즈메틱 브랜드 Tarte의 경우 웹사이트에 모든 제품에 대한 원재료 정보와 화장 노하우 비디오가 올라와 있다. 또한, Bread Beauty Supply의 경우 틱톡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교육 비디오를 제공하는데 최근 올라온 ‘헤어를 원단으로 생각하세요’라는 제목의 비디오가 히트 한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Z세대 소비자들에게 있어 틱톡은 마치 ‘대문’같이 첫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는 도구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비자들의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온라인 스토어는 물론 오프라인 스토어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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