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는 더 이상 진부한 단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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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핫한 것을 뽑으라면 구찌(Gucci)가 압도적이다. 구찌는 디지털에 가장 능숙한 명품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7년 40%가 넘는 매출 증가와 빠른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패션 업계에 불고 있는 패스트 패션 열풍에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매출 감소에 시름하고 있는 사이 구찌는 총매출의 60%를 35세 이하의 젊은 소비자층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구찌는 더 이상 중년의 브랜드가 아니라 젊은 세대의 브랜드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활용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란, 한 회사에서 혹은 특정 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연륜 있는 선배가 신입사원 혹은 후배의 멘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신입사원이나 후배가 선배의 멘토가 되어 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역사가 오래된 기존 기업이나 업계에서 도태되고 있는 소위 ‘늙은 기업’들을 살리는 데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구찌 또한 이 방법을 통해 회사를 보다 ‘젊게’ 만들어 앞으로 주요 소비자층으로 거듭날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5년 구찌의 CEO로 취임한 마르코 비자리는 취임 직후부터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젊은 직원들과 따로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그림자위원회는 30살 이하 직원들과의 모임으로 비자리는 임원회의가 끝난 직후 다시 그림자위원회를 여는데 임원회의의 주제를 다시 토론한다.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고 한다. 또한 점심모임을 만들어 35살 이하 직원들과의 정기적인 점심 모임, 회사 문화나 복지에 간한 아이디어 3가지씩 가기고 와서 토론하게 된다.

위원회의 토론을 통해 실시한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모피 사용 중지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밀레니얼세대는 모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림자위원회의 건의를 반영해 2018년 봄 시즌부터 일체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특별한 경험이 있는 여행을 좋아하는 특성을 반영해 새로운 앱을 론칭 했다. 이 앱은 구찌 브랜드에 영감을 준 전 세계 곳곳의 구찌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2017년 여름 신상품의 화보촬영지인 영국 더비셔의 채스워스 하우스 여행하다 구찌 플레이스가 가까워지면 알람을 보내고 화보촬영 뒷 애기와 장소와 관련된 구찌 역사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컬렉션을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구찌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과 섹슈얼리티를 강조한 디자인 대신 중성적인 디자인으로 구찌를 확 바꾸면서 밀레니얼세대를 팬으로 만들 수 있었다.

무명 디자이너의 구찌, 가장 트렌디한 명품 브랜드로 탈바꿈

구찌는 자사에서 13년 동안 묵묵히 일하던 무명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브 디렉터에 임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미켈레는 임명되자마자 구지의 디자인 컨셉을 혁신적으로 변화 시켰다. 기존 절제된 구찌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꼿과 나비, 새 도마뱀 등 요란하게 옷과 가방에 수놓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미켈레의 오래된 촌스러운 옷 같지만 따뜻한 자연미를 살린 빈티지 디자인은 차갑고 획일적인 도시 스타일에 지친 사람들의 감성을 터치했다. 또한 르네상스 미술 및 컨템퍼러리 미술을 다양한 패턴과 함께 콜라주 형식으로 구찌의 의상과 핸드백에 적용 시켰다. 2017년 봄 컬렉션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터 파울 루벤스, 반 고흐 등 르네상스와 모던 아트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이름과 대표 작품 이미지를 백 디자인에 과감히 적용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마케팅에서도 컨템퍼러리 행위 예술과 같은 형식의 비디오 콘텐츠를 제작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 미디어에 소개하며 젊은 층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예술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유구한 역사’ 또는 ‘트렌드 리더’라는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들에 유용한 마케팅 소재이기도 하다.

과감한 디지털 마케팅 전략, ‘온라인 Only’ 상품도 등장

구찌는 대부분 명품 브랜드들과 달리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찌는 구찌닷컴을 통해 ‘구찌 가든’이라는 ‘온라인 Only’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이 상품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구매가 불가능하고 온라인에서만 구매가 ’능한 온라인 전용 상품이다. 일부에서는 온라인 판매로 판매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구찌의 상징과도 같은 미켈레 특유의 화려한 디자인은 희소성을 한층 높였으며, 디지털 혁신과 서비스로 밀레니얼 세대를 제대로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젊은 층들이 인플루언서(Influencer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섭외해 구찌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구찌는 자사의 신발 제품 ‘에이스 스니커즈’를 알리기 위해 노르웨이의 스냅 쳇 스타 ‘지노스냅’ 등 젊음 예술인들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소셜 미디어에 노출시키고 있다. 구찌는 일명 짤방이라고 부르는 ‘밈 스타일’의 구찌 워치 광고나 50년대 공상과학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2017년 가을-겨울 광고 영상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구찌 가방, 고객이 직접 디자인 한다?

구찌는 사상 처음으로 고객의 개성을 반영한 맞춤형 디자인 가방인 ‘DIY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구매 고객은 인기 제품인 디오니스서스백에 다양한 동식물 자수를 넣거나 다양한 색상의 소재를 장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DIY 제품은 가발을 비롯해 스니커즈를 비롯해 의류로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구찌는 “DIY 서비스의 목적은 구찌의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구찌와 함께 공동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찌는 성공 요인을 잘 살펴보면 현재 우리 뷰티소매업계의 구조적인 불황 원인 하나를 찾을 수 있다. 즉 우리업계의 불황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 뷰티업계의 주 고객으로 성장한 80-90년생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기로 세상과 소통하고 변화에 익숙한 이들의 주요 특징은 브랜드 충성도가 낮다는 점이다. 이들은 브랜드 네임에 흔들리지 않고 한정된 돈으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한다. 또한 과시욕을 채우기 보다는 합리적인 소비와 흥미로운 경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좋은 삶의 방식에 관심이 높고 흥미로운 경험에 지갑을 연다. 이들은 아무리 광고를 하고 미디어를 통해 현혹 시켜도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는 보이는 것보다 실속을 챙기고 개성을 강조한다. 또한 편리하며 빠른 것을 요구하지만 그럼에도 몸을 챙긴다. 이들은 또한 윤리적 소비와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도 높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뷰티업계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패턴을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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