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탈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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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섬뜩하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우리조국의 자화상이라니 무엇이 잘못인가? 매년 한 두 번씩 내가 사는 미국과 방문지 조국을 왕래할 때 마다 느낀다. 한국인들의 평균적 삶은 미국인들 못지않다. 세계적 권위의 통계 수치도 말해준다. 경제적 삶의 평등지수가 북구라파보다는 못하지만 미국보다 위에 있다. 이런 사회를 두고 젊은이들이 “헬조선”을 외치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더 아프다.

한국 젊은이들은 왜 “헬조선”을 부르짖을까? 한 마디로 부모세대, 꼰대세대의 무지 때문으로 보인다.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어가고 있음을 그들은 모른 것 같다. 지적수행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다. 하나의 예로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따른 남성들의 입지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옛날식으로 청년들을 능력을 제단하고 기대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적어도 자기보다 나은 사회적 신분, 좋은 대학, 좋은 직업과 직장, 좋은 며느리를 기대한다. 하나 밖에 없으니 그 아들에 대한 기대는 더더욱 하늘이다. 이들의 현실은 지옥이다. 기대치와 현실적 제약이 천당과 지옥만큼의 차이가 있다. 꼰대세대에 비해 그런 걸 갖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점점 어려운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갖고 있는 고민거리다. 부모세대가 가졌던 그럴듯한 사회적 지위, 일자리, 부(富)…어느 하나도 노력만으로 갖기가 쉽지 않다. 세대가 흐를수록 그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 젊은이들은 왜 “헬미국”을 절망하지 않는가? 미국의 꼰대세대의 현실감이 상당히 업데이트 되어 있다. 자식들의 사회출발이 자신들에 비해 점점 쉽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식에 대한 기대감이 그렇게 높지 않다. 젊은이들의 스트레스는 그만큼 작다. 가장 쉬운 예가 결혼문화다. 우리의 문화, 명문대 간판과 그럴듯한 직장을 가지지 못한 젊은이들에게는 소위 “혼인빨”이 안 선다. 부모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미국문화, 결혼은 사랑이 먼저다. 부모와 별 상관없다. 직업도, 최저임금 2-3 Jobs을 뛰면서 살아도 “혼인빨”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그래서 백수(白手)가 없다. 밑바닥부터 사회적 경험을 쌓는 것도 행복한 삶의 하나의 과정이다. 부모세대가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으니 무슨 일을 해도 거리낄게 없다. 직업도 돈보다 자기 취향이 먼저다. 맨하탄의 웨이터/웨이트리스들은 대부분 예술가/문학가들이다. 밤에는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다. 언젠가 스타가 되는 꿈을 간직하면서…

한국은 하드웨어(물질) 면에서는 이미 선진국 못지않은 나라를 만들었다. 꼰대세대의 희생과 노력의 결과다. 젊은이들이 그런 사회에서 행복해야 하지 않겠나? 그것은 삶의 방식 즉 소프트웨어(정신)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자식에 대한 부모세대의 기대치와 사고가 바뀌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헬조선” 탈출은 불가능 하다는 말이다.

“헬조선 “정부만이 해결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꼰대세대의 체면문화부터 바꾸어가야 한다.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혼인문화, 서열을 따지지 않는 평등의식, 기득권층의 갑질문화…정말 바꿀 게 많다. 젊은이들 숫자보다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꼰대들의 이기심도 바꿈의 대상이다.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조금은 양보하는 꼰대들이 되시라. 그들의 고민, 절망과 절규에 귀를 기울이시라. “괜찮다”고 위로하며 용기를 주시라. 책망과 비아냥거림 보다는 격려하시라.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자기들부터 엘리트 선민의식에서 벗어나라. 직업, 학벌, 돈으로 랭킹을 매겨 젊은이들 사이에 피 터지는 신분상승의 게임을 조장하지 말라.

사고와 문화는 삶이다. 삶이 곧 문화이며 사고다. 헬은 꼴통세대들의 시대착오적 착각과 망상 속에 있다. 현실적으로 인생전체를 헬이라고 한다면 모르겠다. 한국을 헬이라고 할 수는 없다. 중소기업의 작은 일자리, 작은 봉급과 소박한 삶 속에서도 행복한 인생의 꽃을 얼마든지 피울 수 있다. 인생성공, 다른 개념이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똑똑하다. 스펙을 보라 꼰대들보다 훨씬 높다. 그들은 이미 자기의 길을 알고 있다. 그 길을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의 그런 시도가 대견하지 않는가. 삶은 비교가 아니다. 주관이다. 젊은이들의 주관을 어여삐 보라. 그들은 패배자들이 아니다. 그들이 스스로 패배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그 분위기를 부모세대들이 바꾸라. “헬조선”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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