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 코로나 2주 격리 체험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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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 번 한국방문 계획이 잡혀있다. 금년에는 한국 정부가 <코로나 자가격리 14일 의무제>를 실시하면서,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달 말경 갑자기 방문을 결행했다. 회사 일에 바쁜 아내의 일정에 맞추었던 것이다.

우리는 거주지 세인트루이스에서 American Air를 타고 대한항공 출발지인 시카고로 향했다. 세인트루이스 공항은 한산했지만, 시카고행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괜히 비행기를 이용한 것을 후회했다. 5시간 드라이브 거리니, 자동차를 이용했어야 했다.

탑승객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깨를 빽빽이 맞댄체 한 시간을 앉아 가면서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평소 시끌벅적하던 미국인들도 입 한번 뻥긋하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죄수들이 어디론가 끌려가듯 모두가 숨을 죽인채 겁먹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승무원들의 음료수 무료 제공 서비스 같은 것도 일체 생략했다.

시카고 대한항공 탑승장은 너무도 한산했다. 탑승하여 착석하자, 승무원이 다가오더니 “탑승자가 30여 명밖에 안 돼 예전과 같은 서비스를 해드릴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식사시간도 끝나자마자 즉시 식탁을 치웠고, 승무원들이 자주 왕래하며 제공했던 와인이나 기타 음료수 서비스도 부탁하기 전에는 물어보지 않았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비행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었다.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또 하나, 비행기 내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알려진 화장실을 사용하는 문제였다. 변기 뚜겅을 내리고 플러쉬를 하는 등….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했다.

14시간 천신만고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복잡하고 신경질 나는 통과절차 (자세한 내용 71페이지 “한국방문, 코로나 자가격리 14일 과정과 준비물” 기사 참조)가 기다리고 있었다. <건강신고서> 제출, 발열 여부 체크, 휴대폰에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설치, <검역확인증>을 받기 위한 서류심사, <격리통지서> 발급의 순서를 밟았다. 그런데 통과 때마다 성명, 주소, 여권번호 등을 다시 기재해야 했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나라가 왜 그렇게 똑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 기재하도록 요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권입국심사대>를 한 시간여 걸려 통과했다. 화물로 부친 여행 가방은 Baggage Claim 벨트에서 이미 빠져나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세관 검사대를 통과하여 밖으로 나가자, 또 다른 검색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족확인 절차>와 <차량 탑승 분류 및 안내>를 위한 것이었다. 여기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우리 부부가 가족이라는 걸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족관계증명서>를 공항 2층에서 떼어다 겨우겨우 통과했다. (71페이지 기사 참조)

만신창이가 되어, 마중 나온 친구 차로 서울 동작구 우리 집 아파트에 도착했다. 우리는 하룻밤을 쉬고, ‘자가격리 3일 이내로 코로나 확진 검사를 받아야 하는 규정’에 따라, 방역 택시를 이용 동작구 보건소를 방문, 정식 코로나 검사(검체)를 받았다.

보건소 건물 난간에서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바로 옆에 간이로 만든 검사실로 입장하자, 검사원이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 저쪽에서 양쪽 팔만 내뻗을 수 있는 두 개의 구멍을 통해 양손을 내밀더니, 목구멍과 콧구멍에 각각 날렵한 깃털 같은 체취기 하나씩을 재빠르게 쑤시고 빼냈다. 코끝이 순간 어르르했다. 그렇게 검체가 완료되었다.
직원들은 다시 한번 자가격리에 관한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선물 보따리 하나씩을 건네주었다. 온도계, 분무기 통으로 제조된 소독약, 안티/플루엔저 손 살균, 보습제 각각 하나씩, 그리고 마스크 7장이 들어 있었다. 매일 오전 오후 두 번 체온을 채크하여 자가 진단 앱을 통해 보고 하라는 당부를 다시 한번 덧붙였다.

방역 택시는 왕복(5만원)이 의무였다. 앞뒤 좌석 중간에 비닐로 막아 놓았고, 철저히 소독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탑승해도 된다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왕복하는 동안 운전기사가 한국의 코로나 방역실태를 흥분된 목소리로 얘기해 주었다.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이 주위에 알려지면 일상생활에 치명타가 된다는 것이었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며 한탄했다.

“크게 번성하던 유명 식당이 종업원 하나가 양성환자로 알려져 하루아침에 망했어요. 그런 예가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더불어 감염자가 다녔던 곳들이 역추적 되어 치명타를 입게 된답니다. 금방 소문이 나버리기 때문이죠. 감염자를 문둥병 환자처럼 취급하니, 이사를 해야 할 정도랍니다. 특히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서 코로나 양성 확진 판명을 받으면, 부모마저 관리 소홀로 욕을 바가지로 먹고요, 아이는 친구들로부터 왕따 당하는 것은 물론, 아이가 다녔던 인근 슈퍼마켓이나 도서관 등 모든 곳이 공개되어 영업을 못 하게 되지요. 직장인들은 더 힘들답니다. 회사에서 잘리거나 왕따 인생이 되는 거죠.”

이런 얘기를 듣자 소름이 돋았다. 한나 아렌트가 얘기했던 “악의 평범성”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무심한 인간들이 자기도 모르게 저지르는 악행이 또 하나의 소록도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코로나 검사 결과는 다음 날 오전 나왔다. “음성이라며” 격리 마지막 날 다시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음성’이라는 말에 얼마나 안도가 되었는지 모른다. 괜히 한국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방역 택시 운전사의 얘기를 들은 후였는데, 만약 ‘양성’으로 판명되었다면, 격리수용소로 잡혀가야 했고, 그게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 알려져, 나도 문둥병 환자 취급을 받을 뻔하지 않았겠는가.

아무튼, 하루 두 번씩 이상 여부 및 체온을 보건소에 보고하며, 우리는 2주의 감옥살이를 시작했다. 미국 출발 전 여동생에게 2주분 먹거리를 시장에서 봐 달라고 했었기에 먹거리는 냉장고에 잔뜩 채워져 있었다. 읽을 책도 몇 권 사전에 구입해 놓도록 했는데, 언젠가 꼭 만나보고 싶었던 나와 동갑내기 일본 유명 작가 무라까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평소에도 누굴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독서, 글쓰기, 유튜브 강연 듣기, 음악감상…나에게는 2주 격리 생활이 크게 문제가 될 턱이 없다. 단지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없는 것이 불편이었다. 그래도 제자리에서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 뛰기도 하고, 맨손체조로 버텼다. 골프 때문에 허리가 고장이 좀 났는데, 그것도 힐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내 역시 일과 일속에 파묻혀 살아서 그런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오랜만에 휴식을 즐기는 것 같았다.

우리 부부는 모처럼 한 공간에서 둘이서만 함께 맛있는 음식도 요리해 먹고, 평소에 못 나누었던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었다. 좋게 생각하면, 살면서 이런 고립된 생활도 가끔씩 해볼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하게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아주 귀한 기회였다.

감옥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형제, 친척, 친구들의 격려 전화도 잇달았다. 그들의 소중함과 따뜻한 사랑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전화위복, 인생은 늘 반전이 기다린다. 코로나 역시, 지나가면 또 다른 반전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을 것이다. 빛은 어두움 속에서 찾아온다. (격리기간중에 쓴 체험담이다.)

<한국방문, 코로나 자가격리 14일 과정과 준비물>

인천공항 도착하면 검역대를 제일 먼저 통과한다. 비행기에서 작성한 건강보고서를 제출하고 체온을 체크한다.

다음은 <검역확인증>을 받기 위해 서류심사대를 통과하게 된다.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을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자기 전화에 설치한다. 한국에서 미국 전화기를 사용하고, 또한 상기 앱을 깔려면 미국 출발 전 유심칩을 여행사 등을 통해서 구매해 두는 것이 좋다.

부부 동행의 경우가 까다롭다. 모두 한국여권을 소지하는 경우, 미국 현지 한국영사관에서 사전에 <가족관계 증명서(일반)>을 발급받아 준비해 가야 한다. 여권이 미국여권과 한국여권으로 각각 다른 경우가 문제다. 특히 한국 호적상 성명과 여권상의 성명이 다른 경우 <가족관계 증명서>만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시민권 취득 시 성명을 개정 절차를 밟았던 기록이나, 뭐든지, <가족관계 증명서>상의 성명이 여권상의 성명과 동일인이라는 증명서가 필요하다. 혹시 <가족관계 증명서를 사전에 준비 못했다면, 인천공항 2층에 가면 자동 발급기가 있다. 현금 1000원 혹은 한국 크레딧 카드 (미국발행 카드는 안됨)가 필요하다.

<자가격리 장소>까지 이동하는 방법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자가용, 보호자 픽업 차량 그리고 특별수송택시/버스만 가능하다. 보호자 픽업차량은 픽업자가 가족관계임을 증명하는 <제적증명서> 같은 서류나 신분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별수송택시 요금은 30분당 1만원이다, 숙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위해서 보건소로 이동할 경우에도 방역콜텍시를 이용해야 한다. 전화번호: (02) 1644-2255

자가격리 장소 입소 당일 혹은 3일 이내에 관할 보건소를 방문, 코로나 검사(감치)를 받는다. 대기시간을 제외하고 검사 소요시간은 5분 정도다. 도착 당일 가능하면 보건소로 공항에서 보건소로 직행하는 것이 좋다.

자가격리는 법무부장관과 질병청장의 지시사항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외출금지, 방문자 엄금 수칙은 필수적으로 지켜야 한다. 무단이탈의 경우 앱을 통해 보건소 담당자가 즉시 감지할 수 있다. 만약 숙소에 전화기를 일부러 놔두고 몰래 무단이탈하는 경우, 3시간이 경과 하면 알람이 울리고, 담당자가 즉시 확인하게 된다. 담당 공무원이 가끔씩 잘 하고 있는지 확인 전화를 하거나, 직접 상황을 확인하기도 한다. 만약 지시상황을 따르지 않은 경우가 발생 되면 손목에 안심 밴드(팔찌)를 착용해야 하고, 1년 이하, 혹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거나, 강제추방을 당할 수 있다.

자가격리 가능 시설은 *국가시설(호텔이나 각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 *자택 (거소증, 장기 비자 소유자) * 3촌이내 직계 가족 집 * 격리자 혼자만 머물 수 있는 수박 시설 등을 말한다. 국가시설에 입소하면 하루 10만원 정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에어비엔비를 통한 원룸을 이용한 경우, 해당 지역 자치단체로부터 라면 등 식품, 체온계, 마스크, 세정제 같은 지원품이 무료로 제공된다.

입국 당일 포함 15일째 낮 12:00에 격리 기간이 끝난다. 동시에 관할 보건소에서 다시 검체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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