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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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거리가 아니다.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다. 5-6년 전, 흑인 소녀가 노숙자보호소와 우범지대 거리를 오가면서도 하버드를 입학했다는 뉴스를 한국 신문에서 보도한 적이 있다. 흑인이 하버드대학에? 그것도 노숙자가? 기자는 개천에서 용 났다는 뉴스를 만들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인종적 편견은 없었을까? 인종에 상관없이 역경을 딛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호남출신이라는 이유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 엄청 설움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호남출신은 가정교사 자리를 얻는 데 엄청난 핸디켑이었다. 난 오기가 생겼었다. 호남출신의 가정교사가 얼마나 우수한가를 보여주겠다며 어렵게 얻은 가정교사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아이의 학교 성적향상은 물론, 편식고치기, 거짓말 교정, 훔치는 손버릇 고치기. 정서교육 등…다양한 면에서 아주 딴 아이를 만들어 놓았었다. 난 호남사람에 대한 인식을 그 집 식구들에게 확실히 바꾸는 데 성공했었다.

편견 때문에 설움을 당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이 바로 당사자의 하나다. “열등한 사람들”,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 “영어 못하는 사람들” “지저분한 사람들”….미국인들이 이런 눈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양인들에 대한 이런 편견을 다소라도 깨준 민족이 일본인들이다. “정직하다” “깨끗하다” “공중도덕을 잘 지킨다”는 것이 일본인들을 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이다. 이런 면에서 우린 일본인들의 덕을 어느 정도 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 다양한 편견이 존재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편견의 설움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 자신이 비슷한 편견을 갖고 살아간다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인종적 편견의 경우, 우리 자신부터 이런 편견을 깨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인종적 편견의 피해자라면, 피해자로서 우리 자신부터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 업종이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리고 한국인들의 이민이 줄어들면서 고용의 문제가 심각해 가고 있다. 언젠가 친구들끼리 앉은 자리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나는 흑인여성들을 이제 당당히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었다. 그런데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경험을 해봤는데 어쩌고 하면서, 그런 소리 꺼내지도 말라는 것이었다.

나의 주장이 정말 터무니없는 것일까 나는 수없이 생각해 보았다. 일반적인 견해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핀잔에는 동의할 수 없다. Sally’s Beauty는 미용사 자격증 소지자만이 매니저로 일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뷰티서플라이 스토어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앞으로 반드시 실현해야할 부분이다. 좋은 사람을 가려서 쓸 수 있는 눈도 경영능력이다. 급여를 높여서라도 우수한 흑인 여성들을 채용해 가야 한다. 트라이 & 에러를 겪다보면 정말 좋은 직원들을 가려서 쓸 수 있게 될 거라 나는 믿는다.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나 자신도 아직 실현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설득해 나갈 생각이다.

자신의 성공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존경한다. 비즈니스는 왜 하는가?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자는 데 있을 것이다. 신앙인들에게는 예수를 왜 믿는가에 대한 답일 수 있다. 편견과 가난의 설움을 안고 사는 이웃들이 우리의 고객들이다.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아름다운 영혼들은 인종에 관계없이 얼마든지 있다. 그들을 찾아 우리들의 친구로 만들어 가자.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큰 복이 떨어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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