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담한 세상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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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다믹+인종시위+대선싸움>, 미국의 현주소입니다. 어느 하나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팬다믹에서 벗어나려면 1-2년은 걸릴 거라고 하죠. 암담한 앞일이 걱정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바이러스 컨트롤에 만전을 기해야겠습니다. 경영자 자신은 물론 직원들 관리에 한순간 소홀함이 없어야합니다. 다음이 고객관리입니다. 잭슨빌 내 친구는 손님들의 체온을 스토아 입구에서 먼저 체크한다고 합니다. 물론 마스크 착용의무와 손님들간 거리두기 관리는 기본입니다. 안전한 쇼핑을 보장하는 스토아 정책은 분명 고객의 신뢰도를 높여줄 것입니다. 우리 동네 Trader Joe 마켓은 동시에 최대 25명의 손님만 받습니다. 직원들이 입구에서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하죠. 그걸 보니 저도 마켓은 Trader Joe만 이용하게 되더군요.

업친데 겹친다고 인종차별 반대시위로 우리업계의 많은 스토아들이 크게 피해를 당했습니다. 아직도 어찌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스토아가 전소 당한 분들도 여럿입니다. 그분들에게 어떤 말씀을 드린들 위로가 되겠습니까? 빨리 복구하여 재기하시기만 기도할 뿐입니다. 저희도 스토아가 하나 있는데, 하루밤 사이에 초토화 시키고, 아주 비싼 제품들은 모두 가져가 버렸습니다. 아내는 이 차지에 스토아를 접자고 하더니,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직원들과 함께 달려들어 복구를 했답니다. 아이들 공부 다 시키고 출가까지 시켰으니 우리야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직원들의 일터를 하루 아침에 없앨 수가 없다는 것이었죠.

인종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왜 하필 우리가 당해야 하는가 분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성과 합리로는 설명할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당한 억울함이 세상을 떠난 흑인 조지 플로이드와 그 가족들의 억울함과 슬픔만 하겠습니까? 흑인사회가 갖고 있는 절망감에 비해면 아주 작은 문제죠.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이런 사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또 발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평화시위만 하면 되지 왜 약탈까지 하느냐?”고 지탄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난리를 쳐도 그때 뿐인데, 평화 시위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무언의 주장도 지나칠 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인종차별문제에 관한한 우리의 입장이 결코 흑인들 못지 않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우리 역시 흑인들처럼 2등 시민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마스크 쓴 흑인이나 동양계를 모두 범인 취급하는 요즈음의 세태를 보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심지어는 흑인들조차도 우리를 돈만 아는 ‘칭크’라고 하죠. 그런데 인종차별에 대한 흑인들의 분노와 좌절에 기름을 끼얹는 말을 백인들이 해댑니다. “너희들도 한인이민자들처럼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으텐데, 못 사는 것은 너희들 책임이다.” 이런 주장에 흑인들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한인이민자들의 반만큼도 일하지 않으면서 (백인 너희들이) 잘 사는 이유는 뭐냐?”는 항변 또한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실 ‘모범소수민족’이라는 백인들의 입발림 소리에 넘어가 백인이 된 것으로 착각하고 흑인들을 업수이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 가운데 없지 않습니다. 유감이고 사실이지요. 흑인들이 피흘려 싸워 성취한 덕택으로 비교적 쉽게 자리잡고 성장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동포들 가운데는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반성해야할 일입니다. 우리가 인종차별 문제에 관한한 흑인들과 연대해야할 이유고요. 우리 아이들 중 하나가 시위사태가 시작될 무렵, 우리도 시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걸 주장 하면서, “Justice for Geroge Floyd, #Black Lives Matter”라는 프랑카드 만들어 주며, 가게 앞에 붙여 놓으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주위에서 말리더라고요. 백인경찰들이 우릴 또 어떻게 보겠냐고요. 물론 드러내 놓고 흑인들과 연대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이번 시위에는 많은 백인 젊은이들도 동참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흑인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뛰어놀고, 사귀면서 자란 세대죠. 저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바로 우리 자식들이지요. 우리도 이제는 자식들과 함께 뭔가 눈에 띄는 일을 해야 때가 되었습니다. 인종차별문제 해결은 결국 정치인들의 손에 달려 있어요. 15년 전 당시 젊은 청년 사업가였던 시카고의 필립 김 사장의 주장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매년 가게 하나당 100불씩만 기부해도 적어도 매년 5백만불을 흑인 정치단체나 인권단체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걸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그래도 우리 업계 한 단체인 <함께사는세상을위한포럼(함포럼)>이 한 흑인인권단체에서 벌였던 사업 (아틀란타 마틴루터 킹박사 인권센터 입구 도로에 인권운동가 풋프린트 사업, 안창호 선생 발자취 등)에 5만불을 거두어 기부했을 때 마음이 참 뿌뜻했던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누군가가 나서서 해야할 일입니다.

인종차별시위로 온 나라가 아수라장인 가운데,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비극입니다. 오는 11월에는 어떻게 해서든 그를 내보내야 하겠는데 쉬워 보이지가 않네요. 워낙 제 살길에는 꽤가 무궁무진한 사람이고, 증권시장에 목메는 사람들이 그를 무조건 지지하니까요. 사실, 한국을 방문할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대통령다운 품위와 인격을 도대체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어요. 이래저래 암울한 세월이지만, 트럼프 축출만 빼놓고는 장기전을 치뤄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 치료약이 나올때까지는 ‘이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시고, 방어가 최대의 대책이라는 것, 비록 내가 증상은 없지만 나도 남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것, ‘우리끼리 왜 그래?’가 아니라 ‘우리’을 지키기 위해서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건강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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