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중의 복, 지복이란 무엇일까?

0

새해 첫날 새벽부터 동부쪽을 향해 취재차 집을 떠났다. 아내는 하필 정초인가? 정초에 집을 나가면 1년 내내 집을 떠나 있게 된다면서 만 류했다. 혼자 있을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다. 만남의 일정이 빡빡해 어 쩔 수 없었다. 아내는 새벽에 일어나 떡국을 준비해 놓고 부엌에서 배 웅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이브해 가는 도중 레스토랑 문이 닫혀있 을지도 모른다며, 먹을 것도 잔뜩 팩을 해놓았다. 70이 다 되어서도 나를 위해서 늘 최선을 다해주는 아내가 새삼 고마웠다.

나는 장거리 드라이브를 좋아한다. 그것도 혼자이면 더 좋다. 나 자 신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아주 귀한 기회다. 새롭게 주어진 한 해를 어떻게 잘 보낼 것인가? 72년의 세월, 순간에 흘려보낸것 같다. 하지만 참 많이도 살았다. 이제는 덤의 인생, 주어진 또 한해가 나에 게는 얼마나 귀한가. 그 귀한 시간을 무엇에 쏟고 살아갈 것인가 깊 이 깊히 생각해 보았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 그동안 형편없이 살았던 삶의 태도를 조금이라도 바꾸어야 가능하다. 톨스토이 저서 <참회록>이 이를 말 해준다. 그는 저서에서 살인, 도박, 사기, 거짓, 음행, 과욕, 이기…그 가 저지른 모든 잘못을 스스로 고백하고 참회한다. 그리고 새로운 삶 을 결심한다. 어제 보다 나아진 자신의 삶 속에서 그는 기쁨을 느껴 간다. 그 기쁨은 참다운 인간으로서의 성숙해 가는 것에서 왔던 것 이다. 어느 평론가는 이를 복중의 복, ‘지복’이라고 말한다. 성숙은 곧 기쁨이기 때문이다.

뒤돌아 보니 나역시 참으로 엉터리 삶을 살았다. “다시 산다면…” 이 런 생각을 하면서 얼마 남지 않는 마지막 삶이라도 좀 제대로 살아보 자. 이기에서 이타로, 자만에서 겸손으로, 큰삶에서 작은 삶으로, 복 잡에서 단순으로, 원망에서 용서로, 편견에서 보편으로… 마지막 순 간만이라도 다르게. 그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결국 “사랑”으로 사는 삶이다.

이번호 뷰티타임즈 커버 스토리로 “대형화 & 체인화”(“대체화”)를 얘 기하면서 나는 마음이 참 아팠다. “대체화”는 결국 중소 상인들의 몰 락으로 이어진다. 월마트, 월그린, CVS가 여기 저기 자리를 잡아가면 서 스트리트의 작은 약국들이 몰락해버린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뻔 한 길을 예측하면서도 나는 우리 뷰티업계도 “대체화”는 어쩔 수 없

20

이 가야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나는 또 한 입으로 ‘공존의 길’, ‘상생의 길’을 말했다. ‘공존’ ‘상생’ 멋 진 말이다. 하지만 이런 말은 ‘인류 사랑’과 같은 말처럼 수식어로서 만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으로 멋진 말이지만, 하면 좋고, 안 해도 누가 크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목숨을 걸고 실천하는 사람은 위대하다. 여기서 ‘목숨’이란 자기 희생이며, 마침내 우리 모두가 죽어야 하는 운명, 마지막 운명의 순간의 자신을 그려 보는 삶을 말한다.

아틀란타를 지나서 노스켈로나이나로 향하는 길을 가다 조그마한 타 운에 들렸다. 노부부가 스토아 하나로 30년을 버티며 자녀교육 훌륭히 마치고 70을 넘겼다. 이제는 어찌 되든 끝을 내야겠다고 한다. 돈 한푼 없이 뷰티업계에 입문, 그래도 잘 살았다며,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감 사였다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의 얼굴에서 기쁨을 보았다.

우리 업계는 아직도 작은 스토아 하나를 가지고 버티며 70을 향해 아 직도 남은 길을 가야하는 분들이 많다. 이분들은 ‘대체화’ 스토어가 타운에 들어온다는 소식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한다. 자신들은 ‘대체 화’를 할 힘이나 자신감도 없다. 작은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하지만 요즈음 “대체화”가 급격히 대세가 되면서 이분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 다. 삶이 불안하고 두렵다.

과거의 거울로 자신들의 모습을 한번씩 들여다 보자. 출발점에 섰던 자 신의 모습, 그리고 도움이 절실했던 순간들을 돌아보자. 자신의 오늘의 성공이 온전히 자신의 노력만으로 가능했을까? 겸손해야하는 이유다. 어마 어마한 그리스 땅부자가 소크라테스 앞에서 자랑을 늘어 놓았다. 소크라테스가 세계 지도를 하나 펴들고 당신의 땅을 여기서 표시를 해 보라고 하자, 땅부자는 자신의 땅을 표시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보면 자신의 성공이 아무리 커보여도 별게 아니라는 거다.

자신의 성공이 진짜배기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그 성공이 인간구제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 성공의 가치가 수백배로 드러나는 것 이다. 우리의 숙명, 죽음을 생각하면 그런 게 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상생의 길을 말한다. 상생의 길 속에 기쁨과 행복이 있고, 진짜배기 성 공이 있고, 내 자신의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거다. 독자 여러분 모두 새 해 지복을 받으시기 기원한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