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따뜻해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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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추운 겨울 화 롯불을 안고 있는 것처럼. 최근 나는 그런 친구들과 두 번째 도미니카 여행을 하며 화롯불을 만끽했다. 행운이 었다.

도미니카는 멋진 관광지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가난하다. 그래서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된 다. 돈을 뿌리며 즐기는 사람들과 부러운 눈으로 이를 보 면서 돈 이삭을 줍는 사람들, 같은 인간이지만, ‘있고’ ‘없 는’ 간극이 슬프게 느껴진다.

도미니카 수도 산토도밍고의 유적지, 콜롬버스 광장을 끼 고 있는 문화유산지 ‘꼰대거리’는 관광 필수 코스다. 우 리 일행 중 J선배는 한 때 이곳 쇼핑거리에서 4년여 장사 를 한적이 있었는데, 이 곳을 걸을 때면 여기 저기서 J선 배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달려오는 사람들을 만나 게 된다. 장사시절 사귄 현지인 친구들이다.

이들 가운데 라파엘은 J선배가 오랫동안 형제처럼 보살 펴주었던 사람이다. ‘꼰대거리’에서 좌판대를 놓고 30년 을 시계수리공으로 가난하게 살아왔다고 한다. 우리 일행 이 유명 레스토랑 <Grand’s Cafeteria & Bar>을 향해 가 는데, 지난번 여행때처럼 라파엘이 J선배를 알아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달려왔다. J선배는 그를 반갑게 맞으며 우 리 일행과 함께 식당 테이블로 앉혔다. 우리는 라파엘과 도 함께 담소하면서 음식과 드링크를 즐겼다. 그런데 J선 배는 음식을 충분히 시키고, 남은 음식은 라파엘이 포장 해서 가도록 배려했다. “집에 가져가면 식구들이 한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J선배는 가는 곳 마다 따뜻한 장면을 보여준다. 도미니카 북쪽 시에네갈 지역은 우리나라로 치면 설악산 국립공원 에 해당된다. 이곳에 장가를 든 한국 청년 사업가 덕에 이 번에도 들렸다. 인근에는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J선배는 이곳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마을에

서 작은 ‘꼴마도’(구멍가게)를 운영하는 가족을 꼭 찾아 가, 그집 귀여운 꼬마 아이들을 안아주고, 놀아주고, 사탕을 사 주는 등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행을 마치고 귀가 하던 날 아침에도 J선배의 따뜻한 모 습을 보았다. 새벽 산보길이었다. J선배가 갑자기 빵집에 들리더니 빵 세봉지를 사들고 나왔다. 그리고 꼰대거리를 지나면서 주인이 없는 라파엘의 시계수리 좌판 의자에 봉 지 하나를 걸어 놓는 것이었다. 나머지 두봉지는 길거리에 서 만난 도미니칸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어찌나 가슴이 찡 했는지 모른다. 가난한 사람들을 항상 긍휼히 헤아리는 마 음, 그 속에 행복이 있다.

일행중 S후배도 식당, 골프장, 호텔 등에서 종업원들에게 팁을 듬뿍듬뿍 주는 따뜻한 친구다. 우리가 너무 많이 주 면 버릇이 된다 해도 괘념치 않는다. 일상에서의 습관적 나눔이 그의 삶의 방식이니까. “우리에게는 몇푼 안 되지 만 그들에게는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냐?”는 것이다. 안내를 해준 현지 동포 C사장도 가난한 사람들에 게 넉넉한 분이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은 행복하다. 한 때 잘 나갔던 일본 관광객들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때 그들은 “경제 동물” 소리를 들었었다. 세계여행 부자 가 된 한국인들의 오늘의 모습을 그들의 거울을 통해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큰 나눔만이 나눔 인가. J선배와 같은 잔잔한 감동의 나눔, 그게 물결로 이루 어질 때 우리가 다른 민족들과는 달라 보일 거라 믿는다. ‘사랑’을 귀금속처럼 입에 담고 사는 사람들이야 쌔고 쌨 다. “인류 사랑”을 습관적으로 외치는 사람들은 또 얼마 나 많은가? 왜 그들의 입이 공허한가? J선배와 같은 감동 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단어가 ‘동사’가 아니라 ‘형 용사’로만 그치기 때문이다. 위대한 사상가 로망 롤랑은 “ 사랑은 자기 희생일 때를 빼고는 사랑이라고 부를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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