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잇는 매디치가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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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송지난 여름 NetFlix를 통해서 <MEDICI-The Magnificant>란 드라마를 정말 감명 깊게 감상했다. 매디치가문의 역사와 장엄한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린 드라마다.

매디치가는 약업을 시작, 금융업으로 때 돈을 번 이태리 피렌체의 상인 가문이다. 돈과 권력을 동시에 쥐고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340년 동안 유럽 사회를 흔들었었다. 당시 최고 권력이었던 교황을 넷이나 배출했다. 혼인을 통해 프랑스와 영국왕실의 일원까지 되었다. 플라톤 아케데미를 창립했고, 미칼란젤로를 비롯한 당시 기라성 같은 철학가와 예술인들을 후원하면서 르네상스를 태동시키는 데 있어서 결정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했었다.

이 드라마는 이 가문의 리더들의 활약상을 통해 돈과 권력의 불가분한 관계, 그리고 돈의 위력을 또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Sometimes a man has to do bad to do good.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나쁜 일도 해야한다.” 가문 2대 조바니 매디치가 3대를 잇는 아들에게 던지는 이 한 마디가 드라마의 핵심을 찌른다.

그렇다. 역사는 선과 악의 싸움터이고, 선이 기필코 악을 이긴다는 말은 몽매주의자들의 헛소리일 뿐이다. 대부분 도덕군자는 선과 악의 이분법 속에 갇혀 도덕적 우월감에 도취, 악과 싸움만이 정의의 실현인 양, 악이 이루어낸 위대한 일마저 애써 외면한다. 이 드라마에서 매디치가를 무너뜨리는데 앞장선 정의의 투사, 수도사 Savonarola가 그 본보기다. Savonarola는 하느님의 정의를 부르짖으며 대중을 선동, 매디치가의 부패와 부정만을 따로 떼어내어 고발하고, 피렌채의 정치 권력을 장악한다. 하지만 그는 말로만 외치는 공상적 정의, 즉 시민의 정치적 평등만 실현하면 사회가 발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이루어 시민들이 그를 끝까지 지지할 줄 믿었다. 하지만 권력 장악 4년, 현실을 도외시한 그의 정치적 무능과 함께 피렌체는 경제적 파탄이 이어지고, 결국 시민들의 외면을 받아 그는 화형에 처해진다.

돈이란 무엇인가? 매디치가 사람들에게 돈은 공동선을 위한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였다. 돈으로 불의의 막강한 권력과 맞서고, 권력을 조종하며 이권을 챙겨 더 큰 돈을 벌어들인다. 그리고 그 돈으로 피랜채시를 방어하고, 가난한 시민들을 먹여 살리고, 위대한 예술가, 철학가들을 후원한다. 물론 돈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돈이 폭력을 휘두르는 권력에 맞서 인민을 위한 선한 일로 쓰여지는 세상이 나쁠 것도 없다. 매디치가문의 리더들이 이를 실제로 보여주었다.

오늘날에도 나라마다 도시마다 현대판 매디치가들이 있다. 그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유태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돈으로 미국의 의회를 움직이고 언론과 예술/문화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암연구센터를 만들었다. 내가 사는 세인트루이스시도 매디치가가 있다. 주의회를 암암리에 조종하면서 도시가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것을 막고, 특히 교육.문화,예술.스포츠 분야를 적극 지원한다. 뉴욕과 같은 북적거리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 살기에 딱 좋은 이상 도시를 육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말한다. “돈은 물론 절대적인 위력이다. 동시에 평등의 극치다. 돈이 갖는 위대한 힘은 바로 그런 곳에 있는 것이다. 돈은 모든 불평등을 평등하게 한다.” 그렇다. 돈은 그 어느 힘보다 큰 ‘절대적인 위력’ 막강한 힘이다. 매디치가는 이를 일찍이 간파, 대대로 가문의 모든 역량을 상업에 치중, 파워를 길렀던 것이다. 그리고 그 파워를 세상의 변화를 위해 사용했다.

매디치가문의 얘기를 새삼 꺼낸 까닭은 우리도 그런 매디치가를 꿈꾸어 볼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민 1세대로서 우리업계만 하더라도 사업으로 성공한 분들이 상당하다. 그런 분들이 지금까지 이룬 부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대를 잇는 더 큰 부를 꿈꾼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첫째 조건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사업이 대를 이어가도록 하는 일이다. 의사, 변호사 같은 직업을 선택한 자식들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위대한 상인을 꿈꾸게 하는 거다. 우리가 정치가 몇 사람을 키워 내는 일도 별거 아니다. 흑인커뮤니티를 보시라. 정치적으로 성공했지만, 그들의 힘은 아직도 미약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유태인만큼은 돈을 가져야 비로소 정치적으로도 힘다운 힘을 쓸 수 있다. 돈버는 재주로 볼 때 ‘동양의 유태인’이라 불리는 우리가 아닌가. 우리가 제2의 매디치 상인 가문을 못 만들 이유가 없다.

죽음을 생각하면 세상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나의 죽음은 벽일까? 문일까? MEDICI가 사람들은 항상 사후 새로운 문을 열어갔다. 17세기 중반 안나 마리아 루이자 데 매디치로 가문의 막이 내린다. 안나는 매디치 가문이 그동안 소장에 왔던 모든 예술품들을 피렌체시에 기증함으로서 가문의 영광을 영원히 재현한다. 그게 피랜체의 <우피치미술관>이다. 미켈란젤로를 비롯하여 다빈치, 보티첼리, 라파엘로, 렘브란트…등 위대한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최초의 현대적 박물관 중의 하나로 430여년 전에 건축되었다. 1765년 공식 개방, 1865년 정식 박물관이 되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매디치가가 남겨놓은 이 유산은 영원히 인류 역사 속에 살아갈 것이다. 또한, 매디치가 이름이 위대한 르네상스 역사와 함께 공존하면서 그들의 수고와 가치를 빛내줄 것이다. 이는 돈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죽으라고 돈을 벌고 있는 이유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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