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여행이 내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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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했던 팬데믹이 완화되자, 아내와 함께 지난 달 그리스여 행을 다녀왔다. 여행은 보는 재미도 재미지만 보이지 않는 것 을보고느끼는재미가더크다.또한동반자들과깊은우정 과 사랑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것이 생각과 삶 의 변화로 이어져, 새로운 일상의 지평을 열어 주기도 한다. “포도가 포도즙이 되면 물질적 변화다. 포도즙이 포도주가 되 면 화학적 변화다.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우정이 되고, 성체가 되는 것, 그걸 메토이소노(성화)”라고 한다. 인간의 진정한 삶 은 이런 ‘메토이소노’의 경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행복의 본 질은 여기에 있다. 이번 그리스여행에서도 경험해 본 것이다. 3천여년 전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려 노 력했다. 아름다운 유적과 유물들을 만날 때마다 이를 위해 치 열하게 살았던 그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인류의 인문학의 출발과 보물창고, 그들이 만들어낸 신화 그리고 아름다운 예 술과 깊은 철학, 그것은 인간정신의 구현, 인류가 끊임없이 추 구해 왔던 ‘메토이소노’로서의 ‘자유’와 ‘행복’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옛 그리스인들이 그 토록 추구했던 메토이소노의 꿈이 현대 그리스에서는 올스톱 된듯 하다. 그리고 그들은 잊혀진 민족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것 같다. 안타깝다. 4백년간 무지몽매한 터키인들의 지배를 받 았던탓일까?옛영광의위상을되찾을수는없는걸까?“당 분간 무망해 보인다”고 20여년 넘어 현지에 살고 있는 여행 가이드는 말한다. 겉으로 보이고 말로 들은 시민들의 교양의 수준과 꿈이 그걸 말해준다. 그들이 선택한 정부와 리더들의 모습은 무력하다. 정치는 포풀리즘에 갇혀있다 하고, 시민들 은 옛 위대한 그리스시민들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가장 감명깊게 읽었고, 지금도 전자책으로 소지 하고 다니면서 틈만나면 꺼내 읽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렸다. 위대한 그리스 민족주의자이자요 세계적인 작가 니 코스 카잔차키스가 썼다. 그는 소설을 통해서 “인간은 자유” 라고 외친다. 그게 바로 그리스 정신이요 그리스의 역사적 사 명이라는 거다. 아클로폴리스나 파르테논신전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의 너머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 정신과 자유를 갈망했던 선 조들의의지가그소설속에살아있다.그는이를오늘의그리스 인들이 다시 추구해야할 역사적 사명으로 보았던 것이다. 특히 “보 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영혼과육체,물질과정신의임계상태 저 너머에서 일어나는 변화”, 메토이소노가 그의 소설의 핵심이자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간적 가치라 여겼다.

그렇지 않은가. 인류의 진화의 역사는 온갖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것이었으니…그리스의 역사적 사명을 새롭게 파악 한 카잔차키스의 혜안은 위대하다. 그의 소설은 육체와 영혼의 이 분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종교관을 또한 우리에게 시사한다. 신은 “인간이 딛고 넘어가게 마련된 그 도약의 디딤돌로 인간이 창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의 생각은 신을 포함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 어난자유로운인간의모습을상상한것이다.법정스님도이소설 을 늘 머리맡에 두고 읽었다고 하니, 스님도 카잔차키스의 상상에 동의했을 것이라 믿는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이렇게 떠올리면서 신까지도 인간화 했던 옛 그리스인들의 인간관을 새삼 절감한 것 이다. 그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삶이란 행복추구였다는 것, 특히가장행복한삶은이데아의실현,즉이상을향한인간애의 실천이라고 보았던 풀라톤의 사상이 그리스 후손 카잔차키스키의 피속에 흐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포도주의 신으로서 “디오니 스적인 긍정적인 삶”을 사랑했던 옛 그리스인들의 모습을 또한 그 리스에 거리에 앉아 포도주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에게서 상상해 볼수있었다.

더불어 한 인간으로서 나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돌아보는 기회도 되 었다.나같은늙은이가평생쌓아온이승의흔적은죽음과함께무 엇으로 변해야 하는가? 좋은 세상을 위해 아낌없이 던지고 떠나는 것, 그게 “메토이소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삶이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의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 즉 자 신이그토록사랑했던이승의삶이인간사회의거름이되어희망 이되고춤과노래가될때그죽음은“거룩하게되는”거다. 그런 깨달음, 그리스 여행이 준 큰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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