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폐경, 여자만 겪는 변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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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생각으로…(15)

사람의 몸은 73.5%의 물로 만들어져 있다지만 그 물속에서도 신체의 오묘함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일평생 살면서 인간의 육체는 두 번 변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사춘기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이 가진 육체의 오묘함을 느끼는 관문이라 할 만큼 몸서리치는 몸의 변화를 겪으면서 어른이 되어 간다. 우리세대는 전쟁이후의 가난했던 세대들이라 사춘기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자랐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몸의 변화에도 차마 어른들에게 응석을 부려 보지 못하고 사춘기를 넘겨왔다. 생각지도 못한 무서운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는데도 사전 교육을 받은 적도, 어른들에게 들은 이야기도 없어서 무섭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말을 못하고 혼자 처리해야 했던 외로움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남자나 여자나 내 몸의 변화에 대하여 충분한 표현을 한다. 남자들은 목소리의 변화와 목에 불거져 나오는 목울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갈등을 많이 겪고 어른이 되어간다. 여자들은 초경을 맞으면서 가족은 물론이고 심지어 남자친구들에게도 여자가 되었다고 한껏 자랑을 하는 시대이다.

그 두 번째 인체의 변화를 겪는 것이 폐경이다. 백세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좀 빠른 시기에 신체의 클라이맥스를 빨리 보내야하는 것이 다소 아쉽지만 폐경이 여자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도 신체의 모든 기관의 변화를 겪어야 한다. 이는 사춘기에 맞았던 변화보다 더 힘들고 심하여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이나 조울증에 걸려 고생을 하면서 이 과정을 보낸다. 사춘기가 미래 지향적인 과정이었다면 폐경은 몸의 많은 부분이 퇴 석화 되어 가는 슬픔의 경지에 젖어 드는 퇴화의 변화이다. 가장 심한 계절이 초겨울, 날씨가 쌀쌀하여 몸의 온도가 조금 떨어지면 심경의 변화도 함께 온다고 한다. 그런 시기에는 집에서 우울하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 주어진 시간 속을 바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때는 남자와 여자의 신체 변화가 뒤바뀌는 현상이다. 밖에서 활동만 하던 남자는 점점 여성화가 되어 동굴 속에 안주하려하고, 집안에서 살림만 하던 여자는 점점 남성화가 되어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이는 체내에 이루어지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어찌 보면 육신이 반평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각자의 지친 삶이 그런 변화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허허허…언젠가부터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줄어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아내가 조금만 잔소리해도 가슴에 탁 얹혀요. 자녀들이 엄마 아빠를 두고 편을 가르는 것 같아요. 노후를 잘 보낼 수 있을까 지레 걱정이 생겨요.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밀어 내는 느낌이 들어요. 은퇴를 어떻게 하면 잘 하는 걸까? 요즘은 수명이 길어져서 은퇴 후에 긴 세월을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잠도 잘 들지 못해요. 신체에 이상이 오거나 치매에 대하여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자신이 너무 보잘 것 없어 보이고 작아 보여요. 삶이 자꾸만 허무 해 지는…이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뱉는 넋두리다.

‘저는요, 해질 무렵, 낙조가 드리워진 바다 속으로 걸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높은 빌딩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고 싶은 맘이 들어요. 번지 점퍼를 타는 느낌도 마찬가지 일 테고, 더 늙기 전에 그 순간이 어떤 기분일지 한번 느껴 보고 싶거든요. 남편이 미워서 살인을 할 것 같아요. 저는 밤새 흘리는 땀으로 흡사 아이들이 오줌을 산 것처럼 침대를 땀으로 흥 건히 적십니다. 어느 날 혼자 강변으로 자전거를 타러 갔다가 잠깐 강변에 앉아 쉬는데 강물 속에서 자꾸만 “들어 와 들어와”하는 환청소리가 들려서 나도 모르게 강물에 들어가려고 양말을 벗고 있는 자신을 알아채고 정신을 차렸지요. 온 몸이 더웠다 추웠다 요동을 칩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머리에 화산처럼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 들어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땅이 꺼지도록 울어 보고 싶기도 하고, 소리를 악악 질러보고 싶기도 해요. 혈압이 올랐다 내렸다 해서인지 얼굴이 화끈화끈, 눈이 침침해지고, 허무를 자주 느낍니다. 내가 요것 밖에 못 이루었을까 하는 지난 세월에 대한 허무가 느껴져요’

요즘 어느 모임이든 우리세대들이 모이는 곳에 가면 이런 위험한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연령층이 비슷한 남여들이 모여 수다 아닌 수다를 떨게 되면 이런 증상이나 느낌을 경험 이야기로 내 놓는다. 남자나 여자나 비슷한 연령에 ‘폐경’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얼마나 오묘한 육체의 변화인가? 이는 은퇴를 해서 예전보다 시간이 많거나 서서히 대체 직원을 두면서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증상을 가지고 병원을 찾아 가도 특별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저 의사들이 처방해 주는 것이 고작 호르몬제, 항우울제나 안정제, 수면제 등으로 순간을 모면 해 보려고 시도 해 보는 것뿐이다. 그래도 분명 묘약은 있다. 그 묘약이란…예전과 같이 바쁘게 살면 된다.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맛있는 음식 잘 먹고, 생수를 많이 마시고,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 적어도 하루에 남자는 2천 마디, 여자는 6천 마디를 날릴 수 있는 수다를 떨고, 가끔은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운전할 때도 늘 경쾌한 음악으로 기분을 업 시킨다. 수다를 떨 상대가 없으면 설거지 할 때나 운전할 때, 혼자서라도 실성한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반려견도 좋은 상대가 되겠다. 반려견과 말을 할 때는 서로 눈을 맞추면서 대화하면 동물도 알아듣는다. 새로운 환경으로 여행을 많이 한다. 이런 것들이 묘약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내 몸도 힐링이 되어 건강한 신체로 돌아 와 있을 것이다. 여러분,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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