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직원과 고객의 도움 많이 받는다” “연대하는 방법 생각해 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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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했다. 디스플레이 정돈이 아주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다. 김용화(55) 사장이 직접 짠 디스플레이대는 훌륭했다. 각종 제품들도 흐트러짐이 없이 아주 일자로 보기 좋게 놓여 있었다. 케미칼 제품들이 특히 새로 오픈한 스토어처럼 보기 좋게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경영자의 철저한 경영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주위에 흑인 직원들이 있는데도 김 사장 자신이 손님을 상대로 직접 헤어제품을 붙여주고 있는 점도 특이 했다.  김 사장 자신이 패션계통의 몸담은 적이 있어 눈매로 배워 어렵지 않단다.

Q. 도미(渡美) 동기가 있었나?
A. IMF가 터지면서 잘 나갔던 사업(의류업)이 기울었다. 빈 몸으로 왔다. L.A 도착, 선배가 운영했던 원단업체 일을 도우면서 살았다. 그런데 9.11과 함께 자바시장 경기가 하락하면서 그 사업도 힘들게 되었다. (뉴올리언즈 골든뷰티에서 취직하게 된 동기가 된다) 애틀랜타로 옮겨 뷰티스토어에 다시 취직했다. 바닥부터 배웠다. 뷰티타임즈 덕도 많이 보았다. 소매점을 거쳐 도매업체에 취직, 세일즈맨으로 일했다. 남의 매장에 들어가 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 보니 헤어세일즈맨이더라. 미시시피, 텍사스, 루이지에나 등의 스토어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Q. 장사 잘되는 상점의 비결은 무엇이던가?
A. 다른 게 없더라, 청결과 친절이었다. 그것만이 손님에게 가장 어필하는 것이더라. 가격은 두 번째더라.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Q. 흑인 직원들이 많다?
A. 그렇다, 우리 스토어에는 흑인직원들이 많다.(5명이 교대한다.) 불만족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런 생각만 가지면 고용할 수 없다. 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간혹 화가 날 때가 있더라도 참아주고, 잘하는 면은 잘한다고 격려해주고 그래야 끌고 나간다. 우리식으로 윽박지르면 안 된다. 우리 스토어에는 미혼모 직원들도 많아 아이들을 혼자서 기르니, 어린 아이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잉여인력을 한 명 더 고용하고 있다. 우리가 이해해 주어야 한다. 우리 스토어 매니저는 흑인여성이다. 나이도 제일 많고, 제일 오래 일해 경험도 많다. 매니지먼트의 대부분, 직원교육, 미팅부터, 컨트롤까지 그분에게 맡긴다. 나는 잘못된 큰 부분만 적어두었다가 매니저에게 알려준다. 세세한 것까지 얽매이면 더 중요한 것들 못 보고 놓치는 경우가 많다.

김용화 사장

Q. 스토어운영에서 제일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A. 역시 직원관리다. 그래도 흑인 매니저가 있어 좀 낫다. 그리고 요즈음 느끼는 것은 이곳도 가격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거다. 가게 3-4개 갖고 있는 분들은 도매업체들로부터 디스카운트 딜(deal)들을 받으니까 낮은 가격을 쳐서 경쟁력 확보할 수 있다. 나는 하나니까 이기려면 같이 질러야 하는데, 그럴 수 없어 문제에 많이 부딪친다. 그래서 다른 스토어들과 연합도 많이 생각해 보았다. 공동구매도 생각해 보았는데 잘 안되더라.

Q. 경쟁이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대하여 공동매니지먼트를 생각해야 할 때다. 이익마진이 줄어 이제는 매니지먼트 싸움이 될 거다. 인도나 중국 사업가들은 사업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자기는 열매만 따먹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내가 주도권을 잡아야 마음이 편한 것 같다.
A. 쉽지 않다. 인테리어도 구매도 매니지먼트도 함께하면서 지분대로 이익금을 나누면 훨씬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Q. 기자도 은퇴를 준비하고 있어, 은퇴에 관심이 많다. 은퇴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A. 만 60세가 되면 은퇴하고, 오너 파이낸싱으로 운영권을 넘겨 10년 정도 연금을 받을 생각이다. 현재 한국에서 처조카를 데려다 학교 보내면서 트레이닝을 시키고 있다. 다른 젊은이들도 데려와 공동 운영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사업도 진행 중에 있어 젊은 인력이 필요하다.

(김 사장은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손님들과 눈을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농담을 건넨다. 대부분의 흑인들을 친구처럼 잘 대하고 지낸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12년째인데 아직 자녀가 없다.)

Q. 아이가 없어 허전 하겠다?
A. 개가 두 마리 있다. 아이는 인생의 결과물인데 이제는 뒤를 돌아보게 된다. 6년 전 모친께서 76세 암으로 별세하셨다. 인생이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등바등 살 게 아니라, 이제는 뒤도 돌아보면서 사람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Q. 행복도 매니지먼트에 달렸다. 나누어 주는 삶은 좋은 결과를 맺는 것 같다.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도 결국은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것 아닌가?
A. 동감이다. 결과적으로 돈이라는 게 필요하니 스트레스가 생긴다. 렌트비는 천정부지고, 가져가는 돈은 점점 적어지고….

Q. 은퇴 후 한국생활도 좋은 것 같다.
A. 한국에 자주 간다. 얼마 전에도 갔다가 1개월 10일 있다 왔다. 한국이 좋더라. 나는 별 꿈이 없다. 만 60세에 은퇴해서 한국에다 집하나 짓고 기운 있으면 반년씩 미국을 오가며 살고 싶다. 기운 없으면 아예 접고 한국으로 가려고 한다.

Q. 인생은 말년을 즐기다 가는 거더라. 그래서 요즈음은 후배들을 만나면 말년을 잘 준비하는 데 비즈니스 초점을 두라고 얘기한다. 몇 백만불의 현금보다 하늘에서 매월 뚝뚝 떨어지는 돈이 있어야겠더라. 현금이나 부동산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특히 소셜 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금을 미리 잘 준비해 두어야 할 거다. 집하나 있고 월 3-5천불만 되면 말년을 그렇게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다.
A. 나는 한국에 삼성생명 연금보험 같은 것들을 그동안 몇 개 부었다. 미국에서는 트렌스 아메리카에다 하나 부었고, 소셜 연금도 착실히 붙고 있다.

Q. 특히 소셜 연금을 최대한 많이 부으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은 그래도 먹고 사니까 문제없다.
A. 한달에 1만불씩만 떨어지도록 만든다면 자식들은 물론 주위 젊은이들에게도 용돈도 주고 대우받고 살게 될 거다. 특히 한국생활은 돈만 있으면 천국이더라.

Q. 운동도 많이 하는가?
A. 골프를 좋아하는 편이다. 시골생활이니 집과 가게만 왔다 갔다 하면서 산다. 조금 탈선하면 오전에 골프하게 되는데, 오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3시까지는 가게로 돌아온다. 7일 동안 가게에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일이 지겹다는 생각은 안했다. 내가 목표하는 일을 하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지겨워 도망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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