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노년의 삶, 카리비안에 헤어 붐 일으킨 “손지용 전 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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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상업이란 이 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소인은 장사를 통해 이윤을 남기지만 대인은 무역을 통해 사람을 남긴다.” <거상 임상옥 / 최인호 “상도”에서>

 

 

손지용 전 회장의 근황
아무리 돈을 많이 번 위대한 사업가도 자기가 이룬 성취를 뒤로하고 세상 을 떠난다. 하지만 그가 남긴 위대한 족적은 그대로 남아 세상에 회자되고 그것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그 가운데서도 그를 통해 일어 선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고, 성공의 상징이요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손지용(76), 전 미주미용재료상업인협회 총회장, 그의 멋진 삶의 역정(歷程) 은 아직도 “카라비안 섬나라”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산토도밍고 공항에 기자 일행을 마중 나온 그는 여전히 시골 촌부 같다. 그가 이룬 성취를 이곳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도 볼 기회를 얻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대인은 사업을 통해 사람을 남긴다
우연한 기회에 카라비안 섬나라들을 순방했던 손 회장은 노년을 이곳에서 보 내야겠다고 작정했다고 한다. 사시사철 변화가 없는 선선하고 따뜻한 기후, 아름다운 해변, 울창한 산, 착하고 느긋한 성격의 주민들, 그리고 저렴한 생 활비와 맛있는 음식들이 그를 매료시켰다. 또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뷰티서플라이사업’이 바로 그것이었다. 카 라비안 섬나라들 인구의 다수가 흑인들이기 때문이다.

카라비안 제도에서도 도미니카는 가장 잘 살고 인구도 많고 비즈니스가 활 성화되어 있다. 손 회장은 “우리 뷰티업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미동포 친구들을 이곳에 보내 사업을 하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즉각 실행에 옮기는 행동가다. 5년 전 고 생하는 재미동포 몇 사람에게 이곳에 뷰티 소매점을 열도록 주선했다. 그리 고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 한인 동포에게도 스토어 하나를 오픈토록 주선 하고 미국에서 온 동포들을 돕도록 했다.

한편, 도미니카 수도 산토도밍고시에 전통 유적지가 자리 잡고 있어 관광지 로 유명한 거리(‘꼰대’)가 있는데, 2014년 손 회장 자신도 숙소 겸 경험을 직 접 쌓고 싶어 뷰티서플라이 소매점(3400평방피트)을 오픈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스토어가 새로운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다. “4년 동안 스토 어를 운영하며, 꼰대 거리 쇼핑가 현지 장사꾼들과도 친분을 갖게 되었어 요. 그런데 인근에서 핫도그 가판 업을 하고 있었던 젊은 한국인을 만나 게 되었습니다. 착하고 성실해 보였어요. 그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에게 뷰티 비즈니스를 권했지요.” 손 회장이 현지인 청년사업가들을 지 원하기 시작한 동기를 이렇게 말한다. 기자가 ‘꼰대’ 거리를 손 회장과 함 께 거닐면서 구경하고 있는데, 길거리 현지 상인들이 여기저기서 손 회장 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할 정도로 손 회장은 이곳에서도 인기가 대단했다.

 

 

 

 

 

 

 

 

 

 

 

 

현지 동포 지원 헤어 도매 유통망 구축 성공
손 회장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현지 동포는 신치선(55) 사장이다. 30여 년 전 도미니카에 건너와 배터리, 철근과 고철 등의 사업을 했지만, 실패를 거 듭하다 핫도그 장사를 하면서 손 회장을 만나게 된 것이다. 손 회장의 권유 를 받은 신 사장은 산토도밍고는 물론 도미니카 전 도시를 돌면서 본격적 으로 헤어 세일즈를 시작했고, 현지 뷰티상들을 대상으로 도매업 유통망까 지 구축했다.

“아주 성실한 젊은이였어요. 이 젊은이를 만나면서 내 사업체는 접었지요. 젊은이를 돕는 일만으로도 내 생활을 즐기기 충분했고, 바빴어요. 지금은 미 국에서 상품을 구매하여 보내주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손회장은 이렇게 얘기하면서, 이제는 제2 도시(센티에고)에서 뷰티사업을 시작한 신치선 사장 조카 신승일 사장도 돕고 있다고 덧붙인다.

도미니카 뷰티시장은 대충 이렇다. 산토도밍고의 Duarte 거리를 중심으로 한 국의 ‘남대문시장’에 비유할 수 있는 거대한 종합 도.소매 시장이 있다. 전국 의 상인들이 이곳에 몰려 거래가 이루어진다. 또한, 이곳에는 수백 개의 길거 리 헤어상인들이 가판대에서 헤어도 판매하고 있다. 100m가 넘는 헤어시장 거리도 있는데, 간이 천막을 설치하고 다양한 헤어제품을 판매한다. 차이나 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주로 중국 상인들이 헤어제품을 현지 소매상인들에게 공급해 왔다고 한다. 중국인 소매점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또한, 마이애미지역 한인 헤어도매업체들도 일부 헤어제품을 공급하고 있 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현지거주 한인 동포 신치선 사장은 몇년 전 이곳 인근에 2천여 평방피트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을 열고 도매업 또한 겸하고 있다. 기자가 방 문했던 무렵 4천여 평방피트 상점을 Duarte ‘남대문시장’ 한복판에 오픈했다. 우리 일행은 개점일 날 방문 축하와 함께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 상점이 아마도 도미니카에서는 제일 큰 본격적인 뷰티서플라이 매점인 것으로 보인다. 헤어상 품 및 가발상품이 주종이면서, 일부 케미칼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산 케미칼 제품의 수입은 굉장히 까다롭게 정부에서 콘트롤하고 있어 통관이 쉽지 않다고 한다. (이곳 도미니 칸산 유명 제품으로 미국 뷰티시장에서도 인기가 있는 Silicon 브랜드가 있다. 염색약 등 다 양한 중국산 케미칼 제품들이 또한 판매되고 있다.)

 

 

 

 

신치선 사장은 도미니카 전국 50여 군데 소매점에 또한 도매로 헤어제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 제2의 도시 Santiago에는 신 사장 조카 둘이 살고 있는데, 큰 조카 신승일(40) 사장이 현 대 중고차 사업을 하다가 뷰티서플라이업으로 전업, 지난 1월 이곳 유명 쇼핑가에 소매점을 오픈하고 부인(현지인)과 함께 장사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신승일 사장은 20대 청년 시절 이곳 Santiago에서 1시간여 거리 시골(시에네갈)에서 채소 를 재배하여 도미니카 동포들에게 납품하는 일을 시작으로 삼촌 신치선 사장을 돕다가 현 지인 부인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기자 일행은 신승일 사장의 초청으로 처가 일가들이 사는 시골 마을을 방문, 지인들과 하룻저녁 돼지고기 파티를 즐기기도 했다. 그 마을에서 는 성공한 한인 사업가로 알려져 있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신승일 부부를 자랑스럽게 여 기는 것 같았다.

도미니카 2세 동포 청년사업가들 지원도
손지용 회장은 이들 젊은이뿐만 아니라, 한 한국인을 인근 섬 트리니다드 토 바고에 진출시키고 도움을 주어 뷰티서플라이 사업을 성공시킨 바 있다. 손 회장이 카라비안 제도에 헤어 및 가발제품 사업을 통해서 한인 동포들을 돕 는 사이에, 어느덧 헤어와 가발제품들이 이곳 주민들에게 알려져 생활화되 고 있다.

현지인 미용사들은 헤어와 가발상품을 진열해 놓고 살롱 서비스와 함께 판매 를 겸하는 추세가 대세가 되고 있다.

손 회장은 또한 이 지역 젊은 2세 한인동포 사업가들을 돕는 일에도 바쁘다. 최근에는 엘살바도르에서 플라스틱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하는 한인 동포사업가와 이곳 도미니카에서 사업을 하는 한인 2세 사업가를 연결해 이들이 합 자로 도미니카에 또 하나의 플라스틱재생공장을 설립 중이다.

또한, 이곳 도미니카 한인 동포사회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인들 간 친 목을 증진하는 타고난 대인관계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근 쿠바 한인 후 손들을 돕는 일도 수년 전부터 해왔다.

손 회장은 또한 정치적 불안 속에 가난에 쪼들려 사는 불쌍한 헤이티인들을 앞으로 현지 젊은 동포들을 통해서 돕는 일을 구상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나 의 도움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펼쳐가면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며 사는 모 습을 보면 참 행복합니다.” 손회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남은 인생을 미국, 한 국, 도미니카에 매년 1/3씩 할애, 즐기면서 보내고 싶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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