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공급자의 세상이 아닌 소비자의 세상 한시도 잊어서는 안돼”

0

신년 기획인터뷰  |  Royal Imex 라성원 전무

지난 호 본지는 2015년을 정리하며 로얄 아이맥스의 라성원 전무를 인터뷰 했다. 그는 분야별 전문성을 고루 갖추지 못한 한계에서 오는 오류의 가능성에 대하여 여러번 양해를 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지는 소매와 도매의 입장, 그리고 공장이 처한 상황까지를 한번에 조망해 줄 수 있는 그의 관점이 현시점의 우리에게 필요하다 판단하고 다가오는 2016을 그와 함께 전망했다.

BT 이제 2016년을 이야기 했으면 한다. 공개적인 지면을 통하여 앞날을 이야기 하는 일이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말씀 주시면 감사하겠다. 뷰티업계, 특별히 헤어업계에게 새해는 어떤 해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가?
모든 기업이 미래를 포캐스트한다. 로얄이 2016년을 포캐스트한 범위 안에서라면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은 한 일이다. 그게 틀리면 회사는 손실이 생길 것이고 저는 어렵게 연을 맺어온 업계의 지인분들로부터 책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기는 하다. 그렇지만 누군가 받아야 하는 질문이고 누군가 해야 할 대답이라면 피하지 않고 기꺼이 말씀드리겠다. 사실 동일 질문을 미 전역에 흩어져 계신 많은 스토어 오너 분들과 해외에서 공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게도 꾸준히 받고 있다. 모두들 현 상황이 불확실하다 느끼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가지라도 붙잡고 길을 묻고 싶은 심정들인 것이다. 만나 소주한잔 하며 편하게 이야기 하는 것 까지는 어찌해볼 수 있겠지만 이렇게 지면에 남는 공개적 예측은 사실 저에게도 부담이 되고 책임감까지 느끼게 한다. 그리고 한가지를 미리 말씀드린다면 뷰티 비지니스를 말하면서 헤어 비지니스가 뷰티 비지니스 전체인 것처럼 말씀드리는 일반화의 누를 범하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다. 아무래도 헤어가 뷰티서플라이 비지니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그렇게 된것 같고 실제 헤어를 중심으로 OTC의 경쟁력이 강화되어왔고 차별화되어 있는 것은 사실임으로 감안하여 주셨으면 한다.

2016년은 방향전환이 일어나는 해가 될 것이다. 전환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도.소매 가릴것 없이 업계의 선배님들께서 지나간 위기의 순간마다 사용해 오신 일종의 돋움질이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방향 전환이 성장을 향한 공격형이었다면 현재의 방향 전환은 현상 유지를 위한 수비형이라는 것이다. 뷰티업계 1세대 선배님들께서는 도매와 소매에 뿌리를 내리고 미국 경제 성장 주기를 따라 변화를 일으키며 오늘 날 업계의 틀을 잡아 오셨다. 성장의 시기에 성장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순식간에 대오에서 밀려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2008년 이후 시작된 새로운 경제 환경에 직면해 있다. 일정부분 연방 정부의 복지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우리 시장은 정부의 복지 정책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다. 실업률이 낮아지고 있고 많은 경제 지표들이 호전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현재 우리의 어려움은 단순한 어려움이 아니고 위험한 어려움이다. 돈이 흘러가는 방향의 바깥쪽으로 우리가 자꾸 밀려나가고 있음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성장의 끝에 레미헤어 과잉 공급이 있었다. 그리고 중.저급 헤어들이 레미헤어의 이미지를 도용하여 한동안 풀렸다. 스토어에서 팔리는 숫자의 두 배, 많게는 세배 이상이 도매에서 소매로 팔려 나갔다. 공장들은 풀 가동되었고 도매들도 해마다 매상 기록을 갈아치우며 축포를 터트리고 있었다. 판매 곡선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나서도 수년을 도매에서 소매로 끊임없이 인모들이 몰려 들어가 쌓였다. 그러다가 번들헤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도매와 소매의 헤어 판매 하락 곡선에 가속도가 붙었다. 우리 업계는 인모 판매의 낙차폭이 기형적으로 떨어지는 수년을 보냈다. 일년을 예측하고 박스로 사들인 인모들이 오년이 지난 지금까지 있다. 그 사이 신제품들이 꾸준히 밀고 들어오며 3년전 재고를 10년 전으로 밀어내 버렸다. 돌아서면 바로 새로운 스타일을 찾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다 보니 어제 받아 걸은것 같은데 더 이상 소비자가 찾지 않는 재고들이 스토어에 계속 생겨났고 쌓여갔다.

도매는 신제품을 깔기 위하여 기존 제품을 리턴받아 다른곳으로 판매하는 돌려막기를 하며 창고 재고를 유지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리턴 받은 물건들이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 즈음 소매점에서는 오더한 박스를 받아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다른 스토어의 가격 택들이 붙어있는 상태로 들어오는 것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되었고, 어떤 경우에는 다른 스토어의 알람택까지 그대로 박혀 있는 상태로 보내온 제품들도 발견되기 시작했다. 방향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공멸하는 코너로 우리 모두가 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2013년과 2014년 그리고 2015년을 보냈다. 이제 이대로 가면 정말 끝이다는 절박감이 모두에게 공유되었다. 그래서 2016년은 방향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예측이 아니라 훤~하게 보일 정도로 자명한 지경에 온 것이다. 아무리 둔해도 이 상황에서는 움직인다.

BT 방향 전환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어떤 방향 전환을 말하는 것인가? 제품을 말하는가? 아니면 유통을 말하는가?
모두 다 이다. 제품도 유통도 세일즈도 스토어의 매니저들도 주인들도 모두 다 방향 전환의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다. 말 잘하고 기술좋던 세일즈맨들의 시대는 갔다. 그들이 보유한 아날로그 관계도와 밀어내고 버티기의 시대는 끝이 났다. 스토어의 매니저들도 변했다. 이제 그분들은 헤어면 헤어 케미컬이면 케미컬 모두 도통한 경우가 아니면 손님을 케어하기 어려워졌다. 뒷짐지고 큰소리만 치던 오너의 시대도 지났다. 업계 직원들의 노동 강도와 감당하는 스트레스의 양 대비 그들에게 제공되는 연봉과 복지는 더 이상 그들을 이 업계에 묶어두는 당근의 역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소통하고 공유하지 못하는 오너는 무인도의 독재자처럼 고립될 것이다. 회사들마다 크고 작은 법적 대립들이 노. 사간에 일어나고 있고 직원들의 이동은 잦다. 이전에는 직원들의 수평이동으로 같은 얼굴들이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옮겨다니는 일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마저 줄어들고 있다. 업계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크고 작은 질병과 사고로 업계의 청춘들이 주저 앉는 모습들을 우리는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넓게 보면 모두 “동포”인데 말이다.

유통의 방향 전환은 보수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미 말씀드린것처럼 도매가 온라인 시장에 직접 진출하거나 소매점을 오픈하는 일은 잃는것이 너무 많아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도박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기존 질서를 유지하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공급망의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지금처럼 저가 브레이드가 대량으로 유통되는 시장에서 패권은 물류 비용을 절감하는 쪽에서 쥐게된다. 그때문에 헤어 회사들은 향후 중부와 남부에 창고를 오픈하거나 지사를 운영하려 할 것이다. 로컬 시장 개념을 강화하거나 전국을 UPS ZONE 1~2안에 묶어두는 전략을 구사하려 할 것이다. 아마도 인원만 확보된다면 아예 본사를 동이나 서가 아닌 중원으로 옮기는 회사들이 나올수도 있다. 창고 비용과 물류 비용 모두를 절감하기 위해서이다.

온라인 시장에 대항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일종의 대리점 제도 운영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리고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저런 대리점제 비슷한 것들이 시행된 사례도 우리는 알고 있다.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만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어려움의 핵심은 시장의 다양성에 있다. 한 회사가 모든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단일 브랜드 전문점으로 가면 손님의 상당 부분을 나보다 더 다양하게 상품을 구비한 경쟁점에게 빼앗길 수 있다. 상품의 범주안에 스타일과 칼라까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그 범위는 단순히 대리점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쉽게 넘어간다. 특정 도매와 특정 소매의 밀월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승산이 낮은 것이다. 대리점 제도는 소비자 주도형 시장이 아닌 공급자 주도형 시장의 유물이다. 포에버 21이 어떻게 쟁쟁한 메이저 브랜드와 메가 스토어들과의 경쟁에서 이겼나? 소비자 주도형 시장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파악했기 때문이다. 특정 아이템, 특정 시장이라면 모를 일이지만 현재 우리 뷰티서플라이 비니지스처럼 다양한 품목을 짧은 트랜드 텀 안에서 소화시키는 분야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대리점 제도의 성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편에서는 전문점 개념으로 가야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단기 수익을 노리는 도박성 투자가 아니라 중. 장기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실제 헤어 업계에는 한인분들이 운영하는 대단히 성공적인 헤어 전문 소매점들이 있다. 말씀드리면 누구나 아실만한 그 스토어들의 실명을 거론하지 못하는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분들은 단순히 도매로부터 제품을 받아 브랜드를 판매하는 중계상이 아니라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그분들은 일반 헤어 도매상들보다 더 전문적인 헤어 지식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서비스하는 자기 브랜드의 주인들이시다. 독자적인 기술이 있고 필요한 특허도 보유하고 계시며 직영 공장도 있다. 소매이지만 도매이고 도매 이지만 소매이다. 물론 그분들의 도매와 소매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 그분들도 필요에 따라 기존 헤어 도매상들로부터 제품을 공급 받는다. 그렇지만 그분들은 기존의 택을 떼어내고 자기 브랜드 택으로 바꾸어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첨가하여 판매한다. 시장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말이다. 전문점의 길을 생각하고 있다면 여기까지를 생각하셔야 한다.

변화를 유통의 측면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마지막 포인트는 이것이다. 어쩌면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온라인 판매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은 작은 규모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이든 인도든 생산지에서 직접 북미시장으로 들어오는 상당수 인모 제품들은 군소 공장들의 제품이거나 군소 공장을 하청으로 이용한 온라인 도매업자들의 제품이었다. 그런데 이제 대형 인모 공장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들도 살아야 하니까 나서는 것이다. 여기서 상도는 무의미하다. 도덕은 배부른자들의 예절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옳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고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그들의 생산력과 품질을 관리하는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며 원자재 보유양 역시 적지않다. 그들이 OEM주문업체와 소매점을 따돌리고 온라인을 통하여 직. 간접적으로 시장에 진출한다면 최소한 인모 제품에 관한한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보다 더 큰 어려움이 올 수 있을 것이다.

항간에는 위에서 말씀드린 중국 대형 인모공장들이 미주 지역에 직접 창고를 얻고 온라인 공급 창고와 아울러 전통적 방식의 헤어 도매업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고있는 것으로 안다. 묻는다면 말릴 일이다. 공장에서 소비자에게로 제품이 넘어가는 세상에 어느 답답한 공장이 세대를 거슬러 생산과 수입 도매에 중복 투자를 할것인지 궁금하다. 세상 모든 루머의 헛점은 머리는 크고 하체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소리는 요란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는 일들이 소문이 되어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다.

다음호에서는 헤어제품에 관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