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뷰티 메카로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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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한국미용박물관 이 순 관장

“미용업계에 몸담아 일하면서 지난 30년 동안 틈틈이 모았습니다. 우리의 미용 전통 유산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순 관장의 첫 마디.

이용/미용 유물과 자료, 그리고 옛머리를 그대로 복원한 선조들의 헤어스타일의 전시실을 비롯하여 영상실, 자료실, 심지어는 낡은 손때 묵은 이발소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한 곳에 모아 놓았다. 우리생활과 가장 소중하고 가까웠으면서도 천시되었던 보물들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 강한 향수를 자극했다.

동 박물관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이는 이순 관장이다. 그의 평생의 노력이 박물관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 관장은 전남 순천출생이다. 순천여고를 졸업하고 가정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서울로 상경, 미용기술을 배웠다. 이 관장은 탁월한 기술과 재능으로 한국영화계 스타들의 미용을 리드했다. 돈도 모았다. 평생 모은 돈으로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만학의 꿈과 박물관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그 꿈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광주 미용업계에서 이미 성공한 오빠 이반씨와 함께 이반헤어스케치 브랜드로 광주미용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70년대에 “1분 헤어스케치”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들의 얼굴 형태에 맞는 헤어스타일 기술을 창조했다. 근래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내츄럴메이크업을 이미 20년 전에 도입했었다. 뷰티살롱도 엔틱가구를 비치하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 독특한 복합공간 및 힐링공간 개념으로 바꾸었다. 미용업을 한 차원 높였던 것이다.
1999년 광주여대에 전국 최초로 미용학과가 개설되면서 40살의 나이에 1기생으로 입학, 단숨에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곧바로 전남대 대학원 의류학과 박사과정을 밟아 전통복식을 연구하면서 관심분야인 전통머리를 전공하게 된다. 박사과정도 미용살롱을 운영하면서 수료했다. 특히 이조 영왕(英王)의 왕비관 “대수(大首)”를 연구하여 이를 완벽하게 복원해 미용업계는 물론 사학계에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대수는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 유일하게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졌던 관이다. 또한 전남대 평생교육원에 헤어아트 과정을 개설해 98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4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미용박물관을 들어서면 대형 거울부터 보인다. “거울아-거울아-”, 박물관의 대명사다. “옛날 사람들에게 거울은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어요. 자기 정체성을 생각해 보면서 관람을 시작해 보자는 거지요.” 외모에 대한 미용은 자기 자신의 표현이라는 것. 박물관 유물들 속에 우리 조상들의 미적 감각이 그대로 숨어있다. 우리 몸속에도 그 DNA가 흐르는 것 같다. 미국에서 우리들이 뷰티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조상의 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 박물관은 유치원 아이들부터 청소년 학생들의 미용 배움터이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갖가지 미용관련 교육을 무료로 실시한다. “가체랑 떨잠이랑” 주제로 신나는 유물여행으로 즐거움도 선사한다.

“미국 뷰티업계에서 크게 활약하고 계신다는 동포 여러분들이 자랑스러워요. 앞으로 저희들과도 관련을 맺으며 세계 뷰티업계를 리드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관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광주가 세계적인 뷰티의 메카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한국 미용계는 스스로 미용기술 및 뷰티 관련 사업을 세계적인 차원으로 높였다. 일본, 중국에서도 한국을 찾아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광주는 특히 미용기술교육 및 학문의 메카로 알려져 있다. 광주를 방문하게 되면 꼭 동 박물관을 들러보기 바란다. 이 관장 자신이 제작한 박물관자료집인, 230여 페이지 “개관도록”에는 우리 조상들의 미적 감각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뷰티업계 종사자들이라면 누구나 소장해둘 만한 귀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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