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선 기간 한국을 다녀왔다. 나도 복수국적자로서 한 표를 행사했다. 한국 정치판을 체험해 본 좋은 기회였다. 군사독재시절이었던 40년 전, 1976년, 떠나온 조국, 이제는 당당한 민주국가를 만들었다. 감개가 무량했다.
사전 투표일을 택해 한 표를 던졌다. IT대국답게 어디서든 주민등록증만 소지하면 투표가 가능했다. 미국보다 앞섰다. 질서정연한 선거 캠페인, 차분한 유권자들, 선진사회의 면모도 보았다. 1인2표제, 국회의원과 정당에 각각 투표하는 제도, 나의 투표구 동작(갑)에는 5명의 국회의원 후보가 경쟁했다. 비례대표를 낸 정당은 20여개가 넘었다. 그 가운데 ▲기독자유당 ▲코리아당 ▲일제위안부인권정당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 ▲불교당 ▲기독당 ▲녹색당 ▲친반통일당 같은 당들이 특별이 눈에 띄었다. 정당지지 3% 이상을 얻거나, 지역구 선거에 후보를 내 5석 이상을 얻으면 의석을 배분 받는다는 것이었다. 해외동포사회는 이번 선거에서도 비례대표 한 석 얻지 못했다. 국내 정당들이 계속해서 외면 한다면 재외동포연합(당) 같은 결사체를 통해 총선에 참여해 보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사전투표를 끝내고, 공식 선거일까지 5일을 남겨둔 시점, 나의 고향이자 야당의 거점인 호남 유권자들의 표심이 궁금해졌다. 그들이 둘로 갈라진 야권 중 어느 편에 설 것인가에 따라 선거판세가 좌우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수도권 거주 호남사람들은 1표는 당선 가능한 야당후보에게, 또 1표는 “국민의당”으로 교차투표 한다는 것이 대세였다. 광주에 내려가 보니 대부분 “국민의당”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선거결과에 모두가 놀랐다. 예전부터 제3당 출현을 내심으로 바랬던 나로서는 “국민의당”의 선전에 환호했다. 절묘한 국민들의 선택, 아무도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주요 세(3) 당의 의석 숫자, 이제 정치권은 협의(協議)가 아니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정치판을 독단하며 기고만장했던 집권세력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정권교체세력으로서 가망이 없어보였던 야권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언론은 하나같이 국민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모든 선거는 국민들에 대한 민주교육이다. 그동안 많은 선거를 치루면서, 유권자들의 정치적 감각과 눈높이가 높아졌다. 선진국 유권자들처럼 정치판을 투명한 어항 속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듯 꿰뚫어 보고 있다” 우매한 것처럼 보이지만, 민중의 상식적인 힘은 위대하고 현명하다.
국민들은 하루아침에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민주국가의 선거의 묘미다. 시민들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들의 엄중한 결정을 정치권이 어떻게 따를 것인지 두고 볼 것이다. 국회의원 지망생들은 이제 유명세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지역주민들과 호흡하며 현장의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전문 정치인이어야 한다. 유명인들의 낙방, 지자체 출신 당선자 38명이 이를 증명한다. 경제건설의 주도세력으로서 의기양양했던 보수우익들의 콧대도 한 풀 꺾였다. 민주화 세력을 빨갱이들로 몰아붙이며 자기들만이 애국자인냥 오만에 빠져있던 그들이 이제는 자신들을 되돌아볼 차례가 되었다. 제3당의 출현으로 정치판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잘만 운영된다면 정치발전의 기여는 물론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보다 넓게 수용함으로써 사회적 갈등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선거는 축제다. 자랑스러운 조국과 동포들, 그들은 또 한 차례 민족의 도약을 꿈꿀 새판을 짰다. 어두웠던 과거사는 이제 접자. 찬란한 미래를 향해 노도처럼 나아가자. 민주&경제 세계 12위 중강국 대한민국, 우리를 부러워하며 따라오는 220여개 나라들이 있다. 우리의 역량을 그들과 나눌 때가 되었다. 단군의 건국이념, 홍익인간의 정신을 지구촌 곳곳에 심자. 그리하여 세계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는 위대한 나라와 민족으로서의 꽃을 피우자. 그것이 국내외 모든 동포들에게 지워진 오늘의 시대정신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