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분석]월마트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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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간 내 배송 · 오픈마켓 출격

“온라인 쇼핑 전성시대,  월마트가 ‘리테일(소매)의 왕’으로 계속 군림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로 조선일보 성유진 기자가 다음과 같이 3월1일 날짜로 보도했습니다.  <Beauty Times 편집자 주>  

전 세계 19국, 1만 매장을 운영하는 월마트는 왕좌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분투해 왔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가까운 매장에서 배송해 주는 새로운 유통 방식을 찾았고, 아마존처럼 광고와 물류,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를 바로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동시에 2021년 이후에만 매장 2000곳을 리모델링하는 등 오프라인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전략의 효과는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20일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2024년 2월~2025년 1월) 매출이 6810억달러로 전년보다 5.1%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마존보다 430억달러 정도를 더 벌어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만 떼어 놓고 보면 2012년 이후 유지해온 미국 기업 분기 매출 1위 자리를 처음으로 아마존에 내준 데다, 올해 매출 성장률도 3~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리테일의 왕’ 자리 지켜내

그래픽=김의균

고소득자도 월마트에 간다 

월마트 매출의 70%가량은 미국 월마트에서 나온다. 나머지 30%가 미국 샘스클럽, 월마트 인터내셔널이다. 지난해 미국 월마트 매출은 전년보다 4.7% 증가한 4624억달러를 기록했다. 월마트는 “거래 건수와 판매량 모두 늘었는데, 주로 고소득 가구가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63년 전 창사 이래 ‘매일 저렴한 가격(Every Day Low Prices)’을 내세워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공략해 왔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그렇다면 고소득층은 왜 월마트를 찾았을까. 일각에선 미국에서 고물가가 하도 오래 지속되다 보니 고소득자라도 싼 물건을 찾는 이가 늘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월마트 경영진은 저렴한 가격보다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공을 돌리고 싶어 하는 모양새다. 월마트가 꾸준히 온라인 사업을 확대한 덕에 고소득층도 만족할 만큼 상품 구색이 잘 갖춰졌고, 배송 방식이 다양해지자 고소득자도 자주 주문하게 됐다는 뜻이다.  

더그 맥밀런 CEO(최고경영자)는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고소득층은 과거에도 월마트에 왔지만 단지 일부 품목만 구입했을 뿐”이라며 “우리가 온라인으로 상품을 다양하게 확장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땐 “소득이 많고 시간을 절약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매장 픽업과 배달을 모두 제공하는 우리 방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단순히 가격 때문이 아니라 편리함이 고소득층 고객 증가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1시간 배송에 기꺼이 웃돈 낸다 

월마트는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전체 매출 가운데 이커머스 매출 비율이 18%”라고 밝혔다. 매출의 5분의 1이 온라인에서 나오는 셈으로, 1년 전보다 3%포인트, 5년 전보다는 11%포인트 급증했다. 월마트 온라인 전략의 핵심은 ‘옴니 채널(온·오프라인과 모바일을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구매)’이다. 손님이 온라인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매장에서 즉시 배달해준다. 최근엔 의약품 배달 서비스까지 추가했다. 맥밀런 CEO는 “우리 고객들은 신선 식품, 일반 상품, 그리고 이제 의약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월마트 미국 부문 CEO인 존 퍼너는 “지난해 당일 배송만 50억건을 넘어서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이커머스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당일 배송을 넘어 1시간 이내로 물건을 받아보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전역에 실물 매장을 둔 월마트가 강점을 갖는 부분이기도 하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매장에서 물건을 배송받는 고객의 30% 이상이 1시간이나 3시간 이내에 배송을 받으려 기꺼이 추가 수수료를 낸다”고 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건당 6~10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온라인 주문 고객이 늘면서 ‘규모의 경제’에도 조금씩 다다르고 있다. 온라인 배송 물량이 늘면서 단위당 배송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는 뜻이다. 레이니 CFO는 “예전엔 배송 기사 한 명이 길거리의 한 집에만 배달했지만, 이제는 그 거리의 네댓 집까지 배송하고 있다”고 했다.  

물건 말고 광고로도 돈 번다 

월마트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이커머스 등과 함께 강조한 건 광고 사업이었다. 월마트는 지난 한 해 광고 사업으로 44억달러를 벌었는데, 1년 전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온라인몰의 배너와 검색창뿐 아니라 매장 내 무인 계산대와 오디오 광고까지 다양한 ‘광고 매대’를 제공한다. 

광고 사업 핵심엔 월마트가 쌓아온 고객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을 살 만한 고객에게 광고를 내보낼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월마트는 광고 사업을 위해 지난해 스마트TV 업체 ‘비지오’까지 인수했다. 스마트TV를 통해 무료 콘텐츠와 함께 광고를 내보내는 동시에, 시청 데이터까지 수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광고 사업은 월마트의 새 수익원이자 오픈 마켓인 ‘마켓플레이스’ 사업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마켓플레이스 입점 업체 상당수가 소비자에게 광고하기 위해 월마트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두 사업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지난해 미국 월마트 마켓플레이스 매출은 전년 대비 37% 늘었다.  

그럼에도 올해는 녹록지 않다 

미국 1위 소매 업체인 월마트 매출은 미국 소비 심리의 척도로 여겨진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 비율이 70%에 달하고, 그 핵심에 월마트가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올해(2025년 2월~2026년 1월) 매출 성장률은 3~4%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월가에선 “보수적 전망치를 내놓는 월마트 성향을 고려해도 실망스러운 숫자”라는 평이 나왔다. 

월마트는 환율 변동 역시 매출을 깎아 먹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시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관세 영향이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했다. 관세 부과로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적 발표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맥밀런 CEO는 “우리는 관세를 수년 동안 관리해왔고 앞으로도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만 했다. 레이니 CFO는 “불확실한 시기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앞서 나가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레이니 CFO는 그러나 이어진 CNBC 인터뷰에선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월마트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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