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 바라는 통합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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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투표전날이었다. 필라델피아 산장에서 재미동포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대부분 30-40년 미국에 살고 있다. 조국애가 대단하다. 저마다 지지후부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한 친구가 제안했다. “그럼, 우리도 즉석에서 대통령 선거를 해보자.”며 쪽지를 나누어주었다. 다음날 개표결과 홍준표 6, 안철수 2, 유승민 1, 심상정 1, 무효 2…문재인 지지표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공식 투표결과가 문재인의 승리로 나오자, 우리는 문 대통령의 성공이 나라의 성공이라며 건배를 들었다.

문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한다. 문대통령은 “촛불바람”을 타고 ‘적패청산’의 공약을 내걸었다. ‘반칙과 특권의 적패’의 청소, 승리의 기폭제가 되었음이다. 한편, 서두의 그룹처럼 유권자의 60%는 ‘좌파 패권세력의 적패’가 두려웠다. 문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였다. 이제 이 두 가지 적패의 청산이 결국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문재인이 해결해야할 최대의 과제가 되었다. 성공의 여부는 문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 문제는 ‘반칙과 특권의 적패청산’의 기준이다. 과거, 현재, 미래, 어디에 기준을 둘 것인가에 따라 결과는 엄청 달라질 것이다.

가장 염려스러운 게 있다. 건국/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했던 과거의 적패를 또 다시 문제로 삼는다면 우리는 한 치도 미래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반면, 현재와 미래에 기준을 둔다면 아주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입장에 선 문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정권 스스로가 반칙의 규제에 엄격하고, 자신들부터 특권은 내려놓고, 좌파패권세력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국정을 운영하면 된다. 국력을 모아 이제는 미래로 가자는 거다. 그게 시대정신이다.

적패 중의 적패는 따로 있다. 온 국민이 스스로 청산해 할 적패다. 그 시대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던 관습과 문화로서의 적패, 우리들 자신에게 있음을 이제 고백할 때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의 문화가 되어버린 의리, 명분, 학연, 지연, 혈연의 적패는 특히 가난을 벗는 산업화 과정에서 생존과 성공의 디딤돌이 되었었다. 이제는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법치의 중요성을 다 같이 실감했다면, 이런 문화적 적패청산이야말로 법치국가를 세우는 근간임을 자각하자. 이런 적패의 청산은 정치인/관료들은 물론 온 국민들이 준법의 자율화를 상식화 할 때만 가능하다. 대통령이 빗자루로 청소하듯 쓸어버릴 수 없는 일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국민적 캠페인과 함께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준법 자율화 교육을 강화해가는 일일 것이다.

낙선후보들에게도 부탁한다. 낙담하지 마시라. 당신들은 국가의 자산이요 미래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다음의 기회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불란서의 미태랑 대통령도 3수, 4수를 하면서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했었다. 문 대통령의 성공 역시, 유권자 60%를 대변하는 당신들의 협조와 견제에 달려있다. 또한 당신들의 미래도 그러한 역할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려있을 거다.

선거가 끝나자마다 ‘안철수의 정계은퇴’를 주장한 정치인이 있었다. 틀렸다. 미국은 내일 당장 대통령을 시킬 수 있는 유능한 정치인의 풀이 500명쯤은 된다. 시민사회와 언론이 나라의 재목감을 농사짓듯 끊임없이 양성해 내기 때문이다. 실패한 정치인들도 용도폐기하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격려하는 긍정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시대, 글로벌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엄청 필요하게 되었다면,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들처럼 정치인들의 정치적 기량의 연마를 온 국민들이 협조하고 지원해가야 한다. 특히 막강한 힘의 정치적 기능을 갖고 있는 언론이 농사꾼이나 코치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인신공격(Ad Hominem)적 비판은 자제하기 바란다. 인간적인 실수를 가지고 플레이어들을 매장시켜서는 안 된다. 언론의 품격과 성숙한 태도를 요구하는 거다. 정치가들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정치적 상상력과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만방에 꽃을 피우도록 리드하는 역할이 언론인 당신들에게 있다.

새로운 시작이다. 국민의 대통령 문재인과 함께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언론 모두가 ‘바른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보태자. 문 대통령의 통합의 리더십에 간절한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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