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창고에 쌓여 있는 휴먼헤어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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丙申年(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재주 많은 원숭이 해를 맞은 우리 뷰티업계에도 기존 밋밋한 사업 방식을 탈피하여 쌈박하고 흥미로운 재주 많은 사업장이 이루어져서 1년 내내 대박 소식만 전 해 져 왔으면 좋겠다.

최근, 우리 스토어에서 8여년을 일하던 직원 부부가 그만 두었다. 그 동안 둘에게만 맡겨 놓고 주인들은 칠락팔락 다른 일에만 몰두 해 왔던 우리에게는 둘의 빈 자리가 컸다. 잘 하던 못하던 자리를 메꾸어 준 그들에게는 고마웠다. 그런데 그 빈자리에 내가 서 보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인과 직원의 차이인지는 모르지만 15년 동안 스토어를 운영해 온 돈이 다 어디 갔나 했더니 모두 창고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15여년 동안 내 스토어랍시고 잠깐씩 들여다만 보았지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모두가 내 불찰이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마져 든다. 잡지를 만들면서 늘 독자들에게는 “창고에 재고를 쌓아두지 마라”고만 외쳤지 진작 내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는 보지 못하고 지내 온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서너 달 동안 정리하고 정리해도 끝이 없다. 그러면서 뷰티 시장이 얼마나 많이 변화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우선 케미칼 부분에서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온 반면에 생산 회사명도 바뀌었고 더 이상 만들어 내지 않는 제품도 많아졌음을 알았다. 나이 드신 고객들은 없어진 제품을 찾아 이 가게 저 가게를 쫓아 다니지만 더 이상 없음을 잘 설명 해 주어야 하는 것도 우리의 숙제이다. 또한 그런 제품들이 내용물은 같으나 포장이나 용기가 바뀌었다는 것도 고객들이 납득할 만큼 일일이 설명해서 이해를 시켜야 한다.

헤어 제품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몇 해 전만 해도 silky hair, yaky hair, 레미 헤어, 인모 품절현상이라며 떠 돈 소문에 사재기 경쟁이 붙었었다. 그래서 인지 우리 창고에도 산더미처럼 헤어가 쌓여 있다. 그러면서 헤어 값이 턱 없이 올랐고, 케미컬 값도 너무나 올라 미쳐 모르고 지나온 세월이 무색 할 정도가 되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도넉넉 해져야 하는데 우리 고객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예전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케미컬이나 헤어 값이 너무나 올라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고객의 목소리도 자주 듣는다. 그래서인지 고객들은 머리를 아예 빡빡 밀어 붙이거나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가장 저가인 가네칼론이나 신테틱 브레딩헤어로 옮겨갔다.

고객들에게는 우선 휴먼헤어보다 값이 싸고 이런저런 작은 변화를 쉽게 줄 수 있어서 부담 없이 사용하게 하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 일 것이다. 그래서 휴먼 헤어 시장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불어 우리 스토어도 산더미처럼 쌓인 헤어가 잠을 자고 있으니 숨이 턱에 닿는다. 오히려 예전으로 돌아 간 느낌이랄까? 예전 신테틱 포니 테일 전성시대와는 비교 할 수 없지만 변화 되어가는 트렌드에 따라 많이 발전한 새로운 신테틱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서 그나마 효자 상품이 되었다. 스토어 렌트비, 직원들 인건비 등 현상 유지를 하게 하는 것도 신테틱 펙케지들이다. 요즘 들어 여기저기에서 사업을 접겠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 동안 휴먼 헤어로 사업을 키웠던 소매상들이 신테틱만 팔아서는 도저히 스토어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서 차라리 스토어를 접는 게 낫다고 생각이 든다는 소리도 들린다. 천정부지로 오른 렌트 값, 오를 대로 올라 잘 팔리지도 않는 휴먼 헤어가 창고에 재고로 가득하고, 직원 구하기도 힘들고, 그나마 구한 직원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 힘든 현실이다.

창고에 쌓여 있는 휴먼 헤어를 쳐다보면 머리가 지끈지끈한다. 어쩌다 휴먼 헤어를 찾는 고객이 있으면 정말 고마운 생각마저 든다. 요즘엔 트렌드 변화도 급속으로 변하기 때문에 싼 브레딩 헤어 인기도가 얼마나 지속성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각 회사 영업 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2-3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한다. 하지만 신테틱 헤어도 너무 많은 재고를 쌓아 두면 휴먼 헤어보다 더 위험한 일이 생길 것이다. 꼭 필요한 만큼씩 자주 오더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언제나 조심조심”이다. 붉은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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