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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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사건, 이유 없는 사건, 탈도 많았던 기해년 황금 돼지해가 또 일 년 세월 속에 묻혀서 지는 저녁노을처럼 뉘엿뉘엿 멀어져 간다. 매일 가슴 졸이며 접하는 경제뉴스마다 글로벌 경제가 2019년에 바닥을 치고 2020년 새해에는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말도 믿기 지가 않는다. 늘 뉴스 속의 내용이 우리와는 상관없듯이 살았어도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서인지 코앞에 다가온 2020년이 어서 왔으면 하는 의지감도 없지 않아 생긴다.

‘부자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경제나 세계 경제가 나아질 거야’라 했는데? 글쎄올시다. 그 부분도 새빨간 거짓말이 되었으니까? 20여 년 전, 우여곡절 끝에 뷰티 서플라이 스토어를 인수하면서 다짐 한 것이, 그 속에서 공부도하고 연구도 해 보자며 모험을 시작했을 때, 남들은 이미 베테랑이 되어 날고 나는데 뒷북을 쳐야하나 불안 불안한 마음으로 고민하다가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이라더라 우리도 최선을 다해보자 결심을 하면서 시작했는데, 어느덧 20년 세월이 후루룩 지났다. 그 20년 세월 속에서 올해만큼 어렵게 보낸 해는 드물었다. 숨이 턱에 찼다고 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스토어에서나 바깥에서나 크고 작은 사건들도 많았다. 그래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스토어 고객들 보다는 ‘우리가 낫지’라며 위로를 나누며 욕심부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며 버티어 왔다. 최선을 기우린 만큼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 보인다는 것이 소매업이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20년 세월 동안 쌓은 경험만으로도 학위를 몇 개 받고도 남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우리 뷰티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야 말로 학교에서 받는 학위보다 더 소중한 학위들을 받고 산다. 어느 학교에서 이렇게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을 한꺼번에 가르쳐 주겠는가?

반추 해 보면 우리가 힘들게만 지내 온 것이 아니었다고 위로도 받는다. 리테일 ‘리’ 자도 모르는 생짜들에게 스토어 경영을 배우고 경험하게 하였으니 경영학은 물론, 미용 학, 가발 학, 머리카락 파이버 학, 케미칼 학, 디자인 학, 잡화 학 등등, 그 안에서 민족과 민족 간의 사랑하는 사랑학도 배웠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날 적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의연하게 대처하는 방법도 터득하고 좀 더 유연성 있게 처리하는 심리학도 빼 놓을 수 없는 우리가 얻은 지식이다. 그래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로 거듭나기를 원했는데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이웃에게 전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사랑의 실천이 쉬운 것이 아니란 것도 안다. 손바닥도 마주 부딪쳐야 소리가 나듯이 짝사랑만으로는 힘이 들었지만 고마운 일도 많았던 것 같다.

더운 여름날에는 더위를 식혀 가는 쉼터로, 추운 겨울날에는 꽁꽁 언 손이라도 녹 혀 가는 온돌방 같은 사랑방으로 이어지는 우리 스토어가 되었으면 한다. 올 해 도 갑자기 눈과 한파가 심하여 지구에 이상이 왔나며? 염려하던 어느 날, 중년 여자 손님이 귀에 전화기를 대고 들어오더니 통화가 끝나자마자 ‘펑펑’소리 내어 울기 시작하여 스토어 안에 있던 직원들과 고객들이 놀라서 다 몰렸다. 그녀는 울면서 ‘사는게 왜 이리 힘이 들어요? 엄마가 오랫동안 너무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시는데 또 다른 곳에 탈이 났다고 하네요?’ 아마도 병원 관계자한테서 받은 전화였던 모양이다. 우리 직원들도 스토어안에 있던 여자 고객들도 모두 그 고객이 있는 곳으로 모여 서로 어깨를 감싸고 안아주고, 그래도 힘내고 살아보자며 등을 도닥여 주면서 함께 눈물을 흘려주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우리는 이렇게 힘들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이다. 올 한 해도 쉬운 해넘이는 아니었다. 미국과 중국의 기 싸움 덕에 벌써 오를 대로 오른 상품 값과 세금을 감내하면서도 굳건하게 지키며 버티는 우리 스토어 오너들, 알게 모르게 시도 때도 없이 주변으로부터 많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굳건하게 버티고 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피어나는 우리 뷰티인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면서도 거뜬히 버티고, 위태위태한 상황인데도 별 탈 없이 매일매일 일상을 잘 엮어 내고 있다.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 본다면 상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나, 그 상품을 실어 오는 도매상이나, 그 상품을 팔아 주는 소매업이 서로 생성하여 함께 ‘윈윈’하는 뷰티 업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난 감정싸움과 지역과 지역 간에 이루어지는 악 감정도 이렇게 저물어 가는 저 노을 속으로 다 묻혀 져 가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가끔은 쉬어 가면서 욕심의 양을 줄여서 매진하면 건강한 아름다운 세상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그러다 건강이라도 헤치면 어쩌시려고? “병이 날 시간이 없어서인지 병도 내가 지독하게 일을 하니까 불쌍한지 아프지도 않아요?”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인데 무엇이 겁나겠어요?” 병이란 것이 미리 연락하고 오는 것이 아닌데 주기적으로 의사 진료는 받아 보시고 몸도 좀 돌보면서 일하세요? “일하는 것에 이골이 나서인지 쉬면 오히려 아파옵니다. 그래서 오히려 아플까봐 지속적으로 일을 합니다” 실제로 은퇴를 하자마자 일을 당한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살아남은 우리는 후회하는 일은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연말 잘 보내세요. 모두 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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