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일생에 두 번의 청춘을 맞는다고 한다. 첫 번째의 청춘 시기는 20대를 말한다. 온 몸으로 성장기를 앓으면서 사춘기를 보낸다. 그런 후 홀가분한 기분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 자신감이 충만하고 해보고 싶은 일 다 해보면서 소위 말하는 ‘청춘’을 만끽하게 된다. 제 2의 청춘은 50-60대를 말한다. 3-40대에는 정신없이 살아야 하는 장년의 시기이다. 그 시기에는 아이들 키우며 부모의 역할을 다 해야 하는 가운데 기왕이면 자녀들에게 폼 나는 부모로 남기 위하여 부를 쌓는데도 최선을 다하는 가장 활기찬 시기를 보내는 시기이다.
그러다 자녀들이 대학을 마치고 직장을 따라 부모의 슬하를 떠나게 되는데 그 섭섭함은 잠시일 뿐, 어느 날 갑자기 감기처럼 찾아 온 불청객은 온통 정신을 흔들어 혼돈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다. 도대체 이것이 무엇일까?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남편도 자녀도 생각할 겨를 없이 힘들게 보낸다. 세상에 공짜가 없나보다? 이것저것 다 치루고 나면 어느새 제 2의 청춘시기가 도래해 있다. 그 청춘 시기를 ‘절대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이제는 본인이 원치 않아도 백세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자가 마인드 콘트롤’이 필요할 때다. 제 2의 청춘기를 잘 관리해서 더 이상 후회 없는 삶이 되어야 한다.
이런 시기에 대단한 여인네들이 갖는 모임은 그야말로 완성맞춤의 날개옷이 아닐 수 없다. 올해에도 이 대단한 여인네들 114명이 대단한 사람의 초대를 받아 K사가 위치한 뉴욕 롱 아일랜드에 모였다.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어디서 ‘언니~’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부르나? 라며 돌아보니 벌써 여러 그룹의 한국 여인네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부둥켜안고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그 자리로 옮겨서 똑같이 인사를 하며 어린 아이들처럼 폴짝폴짝 재잘재잘 쉴 새 없이 톡톡톡…이러기를 19년 동안 이어 왔으니 나이 탓으로 돌리자면 서로의 이름은 점점 까먹고 있지만 얼굴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기억된다.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얼굴 표정만 보아도 그 동안의 안부가 스며 나오는 여인네들은 내남없이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름을 부르는 것 보다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편하다. 친 자매도 아닌데 ‘선배’라 부르지, 언니라 부르면 천박스럽다고 호통 치시던 선배님의 꾸지람도 생각난다. 그래도 우리 여자들은 언니야 아우야 하면 듣는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느낌이 좋다. 그런 중에 나이가 훨 많아지면 ‘왕언니~’로 추대한다. 올해도 팔순(80)이 되신 왕 언니께서 참석하시어 늙지 않는 비법을 역설하셨다. 꽃다운 청춘, 결혼을 할 때는 이것이 아니었는데…아메리칸 드림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마지못해 따라나선 낯설고 물 설은 남의 나라에 와서 살아온 세월은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쁨 속에서도 아이들 키워 내 각자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의 길을 틔어주고 돌아서 보니 어느새 세월이 훌쩍 지나가 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아도 얼굴에 그어진 주름과 잡티로 분칠은 점점 짙어만 가고, 고왔던 자신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두리 뭉실 허리선도 없는 아줌마가 되어 알 수 없는 몸의 변화에 절대 미묘한 상황을 맞아 여성 갱년기라는 시기를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견뎌내고 있는 여자들…그러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강인하게 만들어 낸 삶의 흔적도 영화 필름 되돌리듯 엿 볼 수가 있다. 이것이 제 2의 청춘 시기를 맞은 것이라면 마지막으로 한번 신나게 살아 볼만하다.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신나게 일했으니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재미나는 삶을 만들어 내야 한다. 20대 청춘에 못해 본 모든 것을 버킷리스트에 넣고 하나하나 꺼내어 마지막 청춘시기에 이루어 보는 거다. 노는 것도 혼자면 재미가 없다. 다행이 주변에 이런 모임이 있어서 좋다. 19년 동안 열심히 활동하며 쌓아 온 회원들 간의 우정으로 백세고지에 다다랐을 때 ‘내 삶이 후회 없었노라’고 큰소리 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손주들 재롱에도 너무 현혹 되지 말고 일 순위에는 언제나 ‘나’를 기억하자. 내가 여기에 서 있어야 남편도 자녀도, 또한 손주도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져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이 건강해야 한다. 좀 더 부지런하게 운동을 하자. 운동만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산실이다. 어느 회원이 물었다. ‘한번의 만남은 아쉬움이 커요. 여러 번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했다. ‘왜 못하겠어요. 만들어 만나면 되지요’ 우리에게 대단하다고 칭찬해 줄 때 더욱 더 ‘이 곳’을 사랑해야 한다. 대단한 BBWA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