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뷰티서플라이 운영자들이 심화하는 경쟁, 불안정한 국제정세, 소비자들의 인식변화 등으로 인해 비즈니스가 어렵다고들 한다. 또한, 뷰티서플라이 시장을 일구어낸 한인 1세대와 다음 세대의 세대교체에 대한 많은 불안감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뷰티 업계에 출사표를 던지며 과감히 도전하는 차세대 사업가들이 있다. 오늘 만난 박영생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며 뷰티서플라이 생태계를 파악하며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 뷰티서플라이 시장의 주 고객인 흑인 소비자들과 동고동락하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니즈를 파악한 그와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BT: 만나서 반갑다. 잠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OS: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정착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뉴욕에 위치한 패션 액세서리 회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다. 중간에 개인적으로 패션 의류 브랜드를 런칭해 두 개의 레이블을 운영하기도 했다. 패션 쪽으로 일을 하다 보니 모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흑인 모델들과 대화하던 중 헤어와 뷰티 시장에 대해 알게 됐다.
BT: 그때 본격적으로 뷰티 사업에 뛰어들었나?
OS: 그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경험이나 실무 쪽으로 노하우가 부족해서 우선 뷰티서플라이 스토어에서 일을 하며 동향을 살폈다. 낮에는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고 오후에는 스토어에서 투잡을 뛰었다. 스토어에서 일을 하다 보니 흥미가 생겨 거의 3년 정도 있었다.
BT: 뷰티 쪽으로 완전히 돌아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OS: 스토어에서 일을 하면서 흑인 소비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매우 많았다. 아시다시피 스토어에 정말 많은 브랜드와 제품들이 있다. 손님들이 컴플레인을 할 때마다 각각의 제품마다 어떤 보완점이 있는지 고민했다. 이 데이터가 점점 축적되다 보니 결국 내가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갖고 있던 패션 브랜드와 더불어 젊고 힙한 브랜드를 기획해 시작한 것이 NYBEE NEW YORK 브랜드다.
BT: “나이비”라고 읽는건가?
OS: 그렇다. 처음엔 헤어 쪽에 관심이 많아서 24시간 헤어에 대해서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에 사는 젊은 여성과 벌과 같이 성실히 열정을 다해 살고, 독립적이며 자기 자신을 꾸밀 줄 알며, 또 자신감 있게 당당히 자신을 사랑하는 그런 한 사람의 존재를 ‘나이비 퀸’, 즉 ‘여왕벌이다’라고 만들어냈다. 특히 흑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임을 강조하기 위해 Sista Strut, Powerhouse, Root Picnic과 같은 다양한 흑인 위주의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로컬 행사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작년에는 파리 패션위크에 참여해 루이비통, 버버리 등 대형 브랜드 패션쇼에서도 제품 스폰서링을 했고 보그, 에센스 같은 세계적인 잡지에도 피처링 됐다.
BT: 이렇게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OS: 스토어에서 일한 경험은 물론 중국에서 직접 헤어업계의 생태계를 관찰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감사하게 패션업계 쪽 지인의 도움을 통해 중국을 3개월 동안 여행하며 헤어업체들을 방문할 수 있었다. 큰 도매시장뿐 아니라 정말 오지에 있는 작은 마을들까지 방문해서 헤어를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봤다. 어떤 마을들은 마을 전체가 헤어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BT: NYBEE에 헤어 라인업이 있는가?
OS: 중국을 방문하고 나서 내린 결론이 헤어 쪽으로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케미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돌아와서도 계속 뷰티서플라이 스토어에서 계속 일을 하며 밤에는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헤어 액세서리도 만들어서 완판시켜본 경험도 있다.
BT: 케미컬 제품 개발은 얼마나 걸렸나?
OS: 지금 주력 라인업 제품을 개발하는 데 거의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개인적으로 케미컬 제품 개발이 요리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식당에서 요리를 항상 똑같이 내듯이 케미컬도 항상 같은 품질의 재료를 사용해 똑같은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일정한 퀄리티를 낼 수 있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 목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투자를 받기로 결심했다.
BT: 한국에서 투자를 받은 것인가?
OS: 그렇다. 서울에 있는 친구와 함께 중소기업청 청년사업자지원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때 약 300여 참가팀을 모두 제치고 최고득점을 기록했고 관련 분야에서 1위를 달성했다. 기술보증에서 벤처기업 인증도 받았으며 이때 1억원 사업자금을 투자받게 됐다.
BT: 그 자금으로 지금 NYBEE 라인업을 개발하게 됐나?
OS: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제조 특허, 용기 금형 제작, 패키지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 자금을 투자해 자체 개발을 진행했다. 지금까지도 제품에 대한 피드백과 컴플레인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처음 개발한 로얄엣지 제품도 지금은 3번째 버전이며 현재 4번째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 육각형 제품 로얄엣지를 개발할 때 쫄쫄 굶으며 제품 개발에 백프로 모든 것을 올인했다. 이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자극제가 된다.
BT: 용기가 매우 특이한데 내용물은 어떻게 차별화되는가?
OS: 49가지 천연성분과 EWG 기관에서 1등급으로 검증된 성분만 사용한 내추럴 기능성 제품이다. 소비자들이 사용해보면 기존 젤이나 엣지 컨트롤과 달리 왁스 같은 느낌에 전혀 모발에 부담이 가지 않아서 굉장히 피드백이 좋았다. 타제품 대비 단가가 약간 높긴 하지만 성능은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재구매가 지속해서 이루어진다.
BT: 지난번 애틀랜타에서 열렸던 뷰티 페스티벌 쇼에서 가려움 방지 스와브가 인상 깊었다.
OS: 그 제품도 오랜 기간 개발과 테스트를 걸쳐 완성했다. 흑인들과 어울리며 생활하다 보니 그들이 항상 모발에 가려운 느낌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거기다가 헤어에 위빙이나 크로셰 등을 하면 제대로 긁을 수도 없다. 그래서 한번 바르면 시원한 느낌이 오래 지속되는 스와브를 개발했다. 대형 면봉에 발려있는 에센스는 전부 한국에서 개발했으며 디자인도 힙하고 젊은 느낌으로 신경을 썼다. 이외에도 로얄엣지 트래블 사이즈, 그리고 여행용 폴딩 엣지브러시, 프로텍티브 스타일 캡 이렇게 제품군이 있다. 브러시도 단순한 브러시처럼 보이지만 정말 심혈을 기울어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한 제품이다.
BT: 이야기하다 보니 열정이 대단하다. 많은 분이 뷰티업계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OS: 아직 신규업체지만 감히 이야기하는 것은 뷰티업계가 변화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세계는 오픈됐으며 그만큼 소비자 성향과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모두가 연결돼 있으며 특히 제조사, 도매업체에 대한 정보도 이제는 비밀이 아니다. 처음엔 온라인 구매에 대해 저항이 있었지만 이젠 누구나 쉽게 해외에서 구매를 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성화 돼서 제품에 대한 이해도 나날이 늘고 있다. 흑인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흑인 사업가들이 점점 늘어나 그들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것으로 본다.
BT: 뷰티 업계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보는가?
OS: 시장 자체는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그만큼 세상이 더 오픈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앞으로 한국에서도 젊은 사업가들이 계속 이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본다. 그만큼 경쟁자들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주 소비층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가장 발빠르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업체들이 이제 살아남을 것으로 본다. 각 스토어들도 새로운 소비자 세대에 알맞게 PR과 마케팅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