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지켜온 일터, 이제는 놀이터 신영철(마이클. 90)&도영자(낸시. 84)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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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wn Beauty Supply”, Los Angeles 근교 Pomona시에 자리 잡고 있다. 어림잡아 천 제곱피트 내외로 보이는 작은 가게다. 신영철(마이클. 90)/도영자(낸시. 84)님 부부가 1984년 이민, 이듬해인 1985년 4월부터 시작 36년을 한결같이 운영해 오고 있다.

“처음에는 흑인 종업원도 썼습니다. 그런데 크게 벌이지 않으니 우리 부부만 일해도 되겠더군요. 이걸로 딸 셋, 아들 하나 교육시켰습니다. “

놀라웠다. 이 작은 스토아로 1남 3녀를 교육하고, 가게가 들어있는 상가건물과 인근 땅(4만 제곱피트)까지 사들였다.

“그저 작은 것에 감사하며 평생을 지켜온 일터입니다. 이제는 하루를 보내는 놀이터가 된 셈이죠.” 90 노구에 보청기를 낀 신영철 사장은 얘기를 나누면서도 가게 문을 노크하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문을 따준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문을 걸어 잠그고 마스크를 쓴 고객에게만 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2년여 하다 보니 습관이 되었어요. 이제는 고객들이 더 좋아합니다.” 고객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조그마한 아이들이 이제 어른이 되어 가게를 찾아 줍니다. 모두가 내 아이들 같아요. 그들도 엄마들이 이용했던 우리 가게가 편안한가 봐요.”

 

 

 

 

 

 

 

미주뷰티여성경영인협회(BBWA) 회원들 간에는 “왕언니”로 불리는 도영자님은 오래전 뷰티타임즈에 소개한 바 있다. 전직 교사였던 도영자님은 이제 가발 전문가가 되었다. 신 사장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 계속해서 오는 손님들을 케어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서 국제 전화가 왔다. 도영자님이 받았다. 서울 사는 바로 아래 남동생의 안부 전화 같았다. “잘있다. 오늘도 골프를 치고 왔어….”, 알고 보니 전 육군참모총장 도일규 장군(81)이었다. (산업은행 부총재를 지낸 오빠, 그리고 하버드 출신으로 KIST 공대 교수인 남동생이 있다)

도영자님은 일주일에 두 번은 골프를 친다. 골프를 치는 날이면 한 시간 거리에 사는 아들이 가게를 봐준다고 한다. “옛날에는 골프도 좋아했다”라는 신 사장은 예비역 공군 소령으로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이분들이 이민 왔을 무렵에는 Pomona가 군 병기창지대로 꽤 번영을 누렸던 도시여서 기술 분야 예비역 장교로서 할 일도 있었다고 한다. 병기창이 없어지면서 도시도 쇠퇴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제 신 사장 부부에게는 “놀이터”가 된 스토어, 건강과 재미를 가져다주고 있다. 오는 9월 18일 BBWA협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뉴저지 행사에 참여한다는 도영자님은 스피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모아놓은 신문 유머 스크랩을 한 움큼 보여 주었다. 언제 만나도 즐겁고 유쾌하다. 손님들에게도 그렇게 대한다. “네 옷이 오늘은 유난히 화사해” “와우 네 머리 모양이 아주 많이 돋보이는데”…. 이런 코멘트를 대하는 손님마다 잊지 않고 해준다. 그런 코멘트가 고객과 친밀해지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덧붙인다.

 

글 사진- 이계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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